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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vs 부테린의 암호화폐 대중화 논쟁] “거품은 거품일 뿐(루비니)” vs “꽃 피지 않은 기술(부테린)”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제2회 분산경제포럼 참석차 한국 찾아… 불평등·확장성·보안 문제 두고 설전

▎4월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Deconomy 2019)에서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오른쪽)과 암호화폐 비관론자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암호화폐 본질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암호화폐 문제는 2008년 월스트리트보다 더 심각하다. 더 중앙화 됐고, 사기 암호화폐가 쏟아지고 있으며, 주로 범죄 자금에 쓰이고 있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블록체인은 금융의 독과점과 정부 검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존 시스템·화폐와 동등한 수준에 오르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닥터 둠’으로 유명한 루비니 교수와 명석한 두뇌로 ‘외계인’으로 불리는 부테린이 한자리에 섰다. 4월 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 2019)’에서다. 암호화폐의 대표적 비관론자와 블록체인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두 사람의 토론은 이날 행사의 메인 이벤트였다. 루비니 교수는 여러 블록체인 종사자들의 야유 속에도 “거품은 거품일 뿐”이라며 암호화폐의 문제점과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테린은 “아직 기술의 꽃이 피지 않았다”며 암호화폐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맞섰다.

“암호화폐공개(ICO)는 사기다”

루비니: 2008년 은행들은 월스트리트를 망치고 있었지만, 그래도 금융시스템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기존 금융시스템보다 더 중앙화 됐다. 누구든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고, 종류도 수천 가지에 달하며 안정적이지도 않다. 가치저장 기능도 없다. 시세가 순식간에 20% 올랐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 암호화폐공개(ICO)는 사기며, 가격 조작도 심하다. 워시트레이드(자전거래)를 비롯한 불법 행위도 많다. 개발자나 특정 채굴자에 힘이 쏠려 있다. 거품이 또 다시 일 것이고 문제가 터질 것이다.

부테린: 암호화폐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미국은 정부가 기업 거래에 비밀리에 개입하거나 은행 지불시스템에 압력을 가한다. 기업은 중앙화 돼 있고 검열이 일어나고 있으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검열 저항이라는 측면으로 봐야 한다. 언젠가 암호화폐가 현재 금융시스템에 도달할 것이다. 이제는 결제도 30초 만에 이뤄지며, 해외 송금의 비효율성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효용을 준다. 시간이 흐르면 시스템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며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에 접근할 것이다.

루비니: 법 집행기관의 말을 빌리면 다른 경우보다 암호화폐로 거래하는 범죄자 추적이 더 쉽다고 한다. 암호화폐 지갑을 찾으면 범죄활동이 눈에 잘 띈다는 것이다. 실제 익명성이 보장된다면 이는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와 다름 없다. 기존 금융시스템은 모든 정보를 등록하도록 해서 투명성을 지향한다.

부테린: 프라이버시는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보호하려는 욕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많은 나라가 인터넷도 규제하려고 하며, 특히 오프라인 규제는 사람들이 저항하기 어렵다.사회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블록체인은 온라인에서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차원으로 가자는 것이다.

루비니: 인터넷 등을 통해 이동하는 수백억 달러의 자금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 정부가 규제하는 거다. 탈세·횡령·테러·인신매매 등 행위가 인터넷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모든 국가는 익명의 금융 거래에 반대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다음 세대의 스위스은행이 돼서는 안 된다. 무정부 사회가 될 것이다. 암호화폐를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부테린: 오해다. 암호화폐는 금융거래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지 탈세 목적은 아니다. 매년 고강도 감사가 이뤄지고 많은 규제가 있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쉽게 거래할 수 있고, 불필요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제 상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경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회계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다. 특정 거래의 세밀한 부분까지 입증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루비니: 암호화폐는 확장성과 중앙화·안전성을 다 가져갈 수 없다는 트릴레마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중앙화 한 솔루션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되레 생태계 확장을 가로막는다. 채굴이나 거래소 역시 중앙화 돼 있다. 부가 중앙화 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불평등화는 북한 경제보다 심하다. 분산화는커녕 기존 금융시스템보다 더 중앙화 되고 있다.

부테린: 먼저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로 따지면 비트코인은 0.88이다. 미국은 0.8, 북한은 0.95다. 불평등이 있지만 비관론자 말처럼 심하진 않다. 여러 사람들이 2018~19년 수준의 기술로 블록체인을 비판하는데, 앞으로 분산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샤딩(데이터를 분할 처리해 속도를 높이는 기술)도 분산화 기술 중 하나다. 블록체인이 기존 금융시스템의 위상에 오르면 완전 다른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분산형 거래소도 바뀔 것이며, ERC20(이더리움 기반의 토큰 개발 규격) 개발도 훨씬 쉬워지고 있다. 기술이 6년 내에 크게 발달할 것이다.

루비니: 동의할 수 없다. 암호화폐는 확장성이 없다. 채굴의 경우 중앙화 됐고, 2013년에 시작된 POS(지분증명) 방식도 결국 실패했다. 많은 영향력과 힘이 일부 사람에 몰리고 있다. 분산화와는 거리가 멀다.

부테린: POS도 아직 제대로 진전되지 않은 상태다. 이더리움도 아직 테스트넷 수준이다. 트릴레마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해결된다. 누군가 빨리 입증하느냐의 문제며, 확장이 이뤄지면 스테이크(가상화폐의 양)과 프루프(작업)가 만들어질 것이다. 과학을 통한 발전이다.

“암호화폐의 시세 급변은 단기적 현상”

루비니: 완전한 확장과 안전, 분산은 생각일 뿐이다. 부테린도 지금 테스트넷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부테린: 암호를 화폐로 만들 수는 없지만 암호화된 커런시(통화)는 생성할 수 있다. 거기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으며, 거기에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많은 코인이 새로 나타나고 사라질 것이다. 제대로 된 암호화폐의 가치는 커질 것이며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다.

루비니: 2018년 암호화폐의 95%가 가치를 잃었다.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매일 새로운 코인이 쏟아져 양적완화를 하는 데 어떤 규칙도 없다. 사이버상에서 너무 많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부테린: 미 달러 가치와 소비자물가는 지난 100년 간 엄청나게 상승했다. 암호화폐의 시세 급변은 단기적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고 경제가 성장하면 암호화폐의 경제성도 개선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전 세계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틈새를 찾아보고 있다.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것이 암호화폐의 가치는 아니다.

루비니: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를 보유하더라도 암호화폐를 보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중요한 것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융시스템이다. 모든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페이팔·알리페이와 같은 디지털 화폐는 준비금으로 활용될 수는 있을 것이다. 중앙은행의 선택은 분산원장이 아닐 것이다.

부테린: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갖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정부가 수억 명의 거래에 접근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만약 암호화폐가 사라진다고 해도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에 중앙은행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젊은 세대의 경우 금보다는 디지털 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루비니: 물론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 다만 현재 금융은 여러 거래 내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

1479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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