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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경제(2) 저출산이 비미족(비혼·미혼족) 탓?] 억대연봉자도 부러운 상속과 증여 

 

노동소득의 규모와 기간의 한계… 경제력 대물림 영향력 갈수록 커져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은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과 이성교제에 관한 한일 비교연구’라는 보고서에서 미혼율을 자세히 밝혔다. 25~29세 남성 미혼율은 2015년 현재 90%로, 1995년 65%에서 크게 늘어났다. 같은 나이대 여성 미혼율도 30%에서 77%로 늘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35~39세로, 여성은 3%에서 19%로, 남성은 7%에서 무려 33%로 급증했다. 40~44세 남성 미혼율은 3%에서 23%로, 여성은 2%에서 11%로 늘어났다. 출산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우선 이성의 손이라도 잡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비혼·미혼족(이하 비미족)은 이제 연애도 하지 않는다. 2012년 현재 20~44세 미혼자 중 이성교재를 하는 사람의 비중은 남자 33%, 여자 37%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결혼의 인기가 떨어진 건 비미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미족이 출산율의 전제조건인 결혼을 안 하거나 못 하는 여러 이유 중에 기여하는 건 ‘개인의 소득’ 정도다. 솔로경제 1회에서 결혼 연령층의 소득이 크게 낮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결혼율도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가장 최근 뉴스. 인구가 2029년부터 줄어든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으면 인구는 자연감소한다. 통계청은 지난 3월 2032년에나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거라던 기존 예측을 수정해 2029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 수는 32만6900명으로 출산율은은 0.98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곳은 없고, 세계적으로도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나라가 1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인구 감소는 경제와 직결돼 있긴 하다. 인구가 줄면 그만큼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경제 침체는 정권 교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누군가는 욕을 먹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나는 비미족을 욕하기에 앞서 사회 전반을, 특히 경제적 문제를 짚어보자고 제안한다.

미혼자 65%, 연애도 하지 않아


대부분의 이상적인 결혼 대상자의 조건과 같은 설문을 보면 공통적으로 경제력, 현재 직업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인성과 같은 측정 불가능한 영역은 넘어가자. 남성들이 줄곧 상위권 조건으로 꼽는 외모와 같은 비현실적이고 주관적인 것도 넘어가자. 현재의 직업은 소득이다. 직업이 아무리 좋고 노동소득이 제아무리 높다고 해도, 경제력 즉 자산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노동소득의 취약성은 돈을 많이 주는 직장에 운 좋게 들어간다고 해도(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전하다. 고소득을 올리며 일할 수 있는 시기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최근 육체노동자의 은퇴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잡코리아의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응답자는 은퇴해도 되는 나이를 67세, 은퇴하고 싶은 나이를 59세로 잡았다. 2017년 같은 회사 조사에서는 은퇴하고 싶은 나이가 62.9세였고, 직장에서 체감하는 은퇴연령은 51.6세라고 답했다. 여성의 경우 체감 은퇴연령은 47.9세로 줄어들었다. 특히 디자인과 기획은 46~47세를 체감 퇴직연령으로 잡았다. 나이 어린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게 사실상 용납되지 않는 유교주의 사회에서 퇴직은 곧 빈곤으로 가는 길이나 마찬가지다. 기존에 하던 일을 은퇴시까지 그대로 할 수 없을 거라고 답한 이들이 65.7%였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27.9세에 국내 최고의 회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시작한 여성은 20년을 근무하고 그만두게 되고, 이후로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을 확률은 35%도 되지 않는다. 결론은 직장인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늘 불안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제력, 즉 자산은 다르다. 자산은 아주 위험한 재테크 수단에 올인하거나, 사기를 당하지 않는 한 영원하고 오히려 불어나게 마련이다. 몇 년 전 한 벤처캐피털의 임원과 점심 식사를 하다가 크게 배웠다. 이 임원은 내가 어머니의 항공권 예약을 대신해 드리려고 들고 있던 ‘엄마 카드’를 보더니 “세상 그 어떤 VIP 카드보다 더 급이 높은 카드는 엄마 카드”라고 농담했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일등 신랑감이었다. 법적으로 ‘엄마 카드’나 ‘아빠 카드’를 10년 간 5000만원 이상 쓰면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10~50%의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경제력의 대물림은 증여와 상속을 통해 이뤄진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상속을 받은 사람은 2013년 93명에서 해마다 조금씩 증가해 2017년에는 155명이나 됐다. 50억원 이상 증여를 받은 사람의 수도 2013년 236명에서 2017년엔 555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세청 자료로는 정확하게 재력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갖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증여는 1억~50억원, 상속은 1억~100억원 식으로 뭉뚱그려 발표하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프랑스의 경제적 불평등에 상속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자세히 다뤘다. 1790~2030년까지의 예상치를 보면 전 연령에 걸쳐 평생 노동소득을 올린 사람과 같은 액수를 상속받는 사람의 비율은 프랑스혁명 시기 다른 사람들의 노동소득만큼 상속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10%였지만, 이후 점차 줄어들어 전쟁이 한창이던 1900년대 초반에는 이 비율이 2%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상속받는 사람들의 비율은 1950년 5%를 넘기고, 1970년에는 무려 12%로 크게 뛰었고, 이후에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2013년 13%에 이어 2030년에는 15%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프랑스 상속세 최고세율은 40%로 상당히 높은 편이고, 75%로 높이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기혼자도 넌더리치는 육아 문제도 산재


상속이나 증여가 대단한 수준이 아니라고 해도 오직 노동소득으로만 살아야 하는 (프랑스를 기준으로 한) 85%의 사람들 중에서 실업률을 적용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구분해서 산출된 상당수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아닌 오늘보다 못한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간다. 결혼도 연애도 생계에 우선할 순 없다.

결혼을 하지 않기로 한 비혼족, 결혼을 지금은 할 여력이 안 되는 미혼족들에게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따지는 건 큰 도움이 안 된다. 이미 결혼한 기혼자들에게 출산 장려정책을 강하게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는 지난해 15~49세 기혼여성이 원하는 자녀수는 2.16명이었지만, 이미 자녀가 있는 이들은 그 수가 1.92명으로 줄었다. 아이를 낳고 보니 보이는 문제점들이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부부가 휴가를 내고 ‘어린이집 입소 추첨’에 참가하고, 1년 전부터 입소 대기를 하라는 조언도 있다. 비미족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려면, 그 전에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1481호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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