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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CEO | (화학 부문 1위) 태광산업 홍현민 공동대표] PTA 구조조정-유가 상승에 실적 반등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금융상품 투자 이익, 티브로드 매각으로 자금 여력... 섬유 부문 등 투자 확대에 쓸 가능성

태광산업은 일견 위기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재판에 따른 장기 오너십 부재, 신성장동력 부재…. 그러나 정작 회사 자체 실적은 탄탄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2년 전의 2배 수준인 3000억 원대로 올라섰다. 이 전 회장이 처음 구속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부채비율도 업계에서 가장 낮은 28.46%로 유지하고 있고, 유보 자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무적으로 탄탄한 상황이다.

지난해 태광산업이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산업 구조조정의 결과물이다. 태광산업의 주력 제품은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이다. PTA는 폴리에스터 섬유의 주원료로 타이어코드·페트병·폴리에스터 필름 등에 사용되는 중간재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파라자일렌(PX)이 주원료다. PTA 가격은 지난해 평균 t당 861달러로 전년(647달러)과 비교하면 33.08%나 상승했다.

PTA는 2010년대 들어 중국 기업들이 대량 생산하며 글로벌 공급 과잉이 찾아왔다. 이에 PTA 가격이 쑥 내려가고 수출이 줄면서 태광산업은 2012년 3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정부가 2016년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품목으로 PTA를 꼽으며 국내 생산량이 급감했다. 공급 과잉을 견디지 못한 해외 기업이 잇따라 설비를 줄이며서 PTA 가격은 지난해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 화학 업체는 PTA 설비 보수에 돌입했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실적 개선 요인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가 크게 해소됐고, 국제유가도 안정될 것으로 보여 올해도 안정적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홍현민 대표가 2016년 합류한 것도 태광산업 실적 개선에 영향을 끼쳤다. 홍 대표는 1981년 삼성석유화학에 입사해 그룹 비서실, 삼성정밀화학 기술연구소장, 한덕화학 대표이사, 삼성정밀화학 전략기획실장 등을 역임한 화학 전문가이자 전략통이다. 그는 취임과 함께 신사업 개발 및 수익성 개선에 경영의 방점을 찍었다.

이 전 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설비투자나 신규 사업 진출은 어렵다. 이에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탄소섬유 등 신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그룹도 이익잉여금을 대규모 설비투자에 사용하는 대신 단기금융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투자활동으로 유입된 현금 가운데 90%가량이 단기금융상품에서 나왔고, 현재 이익잉여금은 3조원에 육박한다.

한편 태광산업 사업 비중 중 30%는 섬유 부문이 차지하며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탄소섬유·아라미드 등 고기능 섬유를 생산하는데, 효성·코오롱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투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태광그룹은 티브로드 매각을 추진 중인데,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을 태광산업 등 계열사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의 이익잉여금과 합할 경우 상당 규모의 투자와 연구·개발(R&D)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섬유 부문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1485호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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