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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시장 버팀목 연기금 매수 여력 떨어져 

 

주식 비중 17% 넘어 목표치 근접… 외국인 매도 여부에 관심을

▎사진:© gettyimagesbank
9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구매관리자지수가 50 밑으로 내려왔다. 발표 직후 이틀 동안 미국 시장이 2% 넘게 하락하고 유럽시장이 3% 가까이 떨어진 걸 보면 충격적이었던 게 분명하다. 이 지수 하락에 대해 시장이 강하게 반응한 건 숫자가 좋지 않아서였다. 47.8로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0.8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해당 지표만 보면 경기 둔화가 시작됐다고 얘기해도 이상할 게 없다. 세부 지표도 좋지 않았다. 선행지표인 신규 주문지수가 47.3으로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였고, 신규 수출주문 역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 앉았다.

선진국 중에서 경기가 제일 좋다는 미국 경제가 이렇게 약해진 건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처음 관세부과에서 시작된 무역분쟁이 1년 반이 지나면서 기업으로 영향이 넘어와 고용과 투자 부진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제조업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가 제조업에 그칠 것이냐 아니면 소비 등 다른 곳까지 넘어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조업이 둔화되어도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종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제품이 완성되는데, 각 부분에서 미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까지 고려하면 그 영향력이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 된다. 그래서 과거에도 ISM 제조업 지수가 약해지고 9개월 정도 지나면 비제조업 지수도 약해졌었다. 제조업 둔화가 시차를 두고 여러 부문으로 이전된다는 건데, ISM 제조업 지수 정점을 경기 둔화의 시작점으로 볼 경우 이미 1년 전부터 제조업 둔화가 시작됐고, 기준선 50을 밑도는 걸 둔화의 시작점으로 보더라도 3개월이 지났다.

미 제조업 부진, 서비스업에도 영향?

제조업 지표 둔화가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진 점은 긍정적이다. 7월에 처음 금리를 인하할 때만 해도 보험성 인하라는 명칭이 붙었다. 일회용이었다는 의미인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10월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90%까지 올라가 연속 세 번의 금리 인하가 당연시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제조업 지표 급락으로 미국의 협상력이 약화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문제까지 걸려 있어 연내 연속적으로 작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주식시장은 두 경우 모두를 반영해 움직이고 있는데, 경기 둔화 영향이 좀 더 센 것 같다. 금리 인하는 일상이지만 경기 둔화는 오랜만에 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졌던 특이사항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연기금의 주식 매수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9월 한달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55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2011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8월에 2조490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까지 감안하면 두 달 사이에 5조464억원 주식을 순매수한 셈이 된다. 그 덕분에 종합주가지수가 연속 13일의 상승을 통해 2100까지 올랐다. 매수 종목은 주로 대형주였다. 전체 매수의 98%가 코스피 200 종목이었으며 삼성전자·현대차 등 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순매수의 60%인 3조원이 몰렸다.

연기금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한해 동안 주식을 사고 판다.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국내 주식 비중 목표가 18.0%이다. 7월 말 현재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액수는 115조1000억원으로 총 기금 적립금의 16.3% 정도된다. 아직 15조원 가까이 여유가 있는 상태다. 과거에는 한해 매수의 상당 부분이 연말에 이루어졌다. 주가의 방향성에 대해 확신이 없어 매수를 미루다가 연말에 한꺼번에 집행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 상황이 빨리 왔다. 주가가 1900까지 떨어지면서 매수를 늘리기 시작했는데 연기금이 생각하고 있는 우리 시장의 저점이 그 정도임을 짐작할 수 있다.

두달간 이어졌던 연기금 매수는 점차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두달간 연기금이 순매수한 금액까지 고려하면 9월 말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이 17%를 넘었을 걸로 추정된다. 시장이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는 확신이 없는 한 올해 안에 추가적인 대규모 매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연기금 순매수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매도다. 연기금이 주식을 사들이는 동안 외국인은 계속 주식을 내다 팔았다. 우리시장에 대한 판단이 좋지 않은 쪽으로 바뀌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외국인이 한번 매매의 방향을 정하면 상당 기간 그 상태가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수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항상 대형주가 중심 역할을 한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주식수도 많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의 토대가 되는 경기 호전도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중소형주는 초기에는 상승에 동참하지만 곧 탈락해 최악의 경우 종합주가지수와 거꾸로 움직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시장이 꺾여 종합주가지수가 약세가 될 때 중소형주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오르지 못했던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다.

지수 상승은 제한적일 듯

이런 움직임이 끝나고 나면 중소형주도 종합주가지수 하락과 함께 다시 떨어진다. 아무리 개별 호재를 가지고 있어도 시장 전체가 하락하면 이를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개별주 상승이 한번 더 진행되는 건 지수 하락이 끝날 무렵부터다. 그리고 이 흐름은 시장의 대세 상승이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 즉 주식시장이 어려운 기간 내내 이어진다.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지만 상승 모멘텀이 약해 뚜렷한 주도주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약한 사이 움직이기 쉬운 주식들이 오르는데 이 때 중소형주들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종합주가지수 2100까지 상승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연기금이 대형주를 중점적으로 매수했기 때문이다. 상반기까지 기업 이익은 코스닥이 거래소보다 낫다. 중소형 기업의 이익 감소율은 10% 안팎에 지나지 않았던 반면 대형주는 30%를 넘었다. 지금까지 중소형주 상승은 개별 재료를 놓고 밀고 당기는 형태였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관련주가 급등했다가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약해지고 그 틈새를 바이오가 또 메워나가는 상황이었다. 종목별 주가 변화가 심하다 보니 참가와 탈락이 빈번해졌고 가격 변화도 심해졌다. 당분간 시장이 소강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1900~2100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는 형태인데, 괜찮은 중소형주가 대안이 될 것 같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05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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