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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중위험·중수익 상품군에 관심 가져야 

 

초초저금리에 불확실성 커져… 글로벌 리츠, 채권, 고배당 주식 등에 투자하는 ETF 유망

▎사진:© gettyimagesbank
“금리가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중력에 비유할 수 있다. 만약 제로금리가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주식시장에서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100~200배 치솟을 것이다.” 지난 2016년 미국 경제뉴스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워런 버핏이 한 말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도 덧붙였다. “애덤 스미스, 케인스 등 어떤 경제학파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기술한 것이 없다 (…) 현재 미지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종말이 온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저금리의 여파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버핏의 진단처럼 우리는 지금 마이너스 금리, 제로금리, 초초저금리로 표현되는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다. 더구나 이 세계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인구는 고령화되고, 성장률은 떨어지고,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패권 다툼을 하고, 4차산업 혁명으로 불리는 엄청난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초초저금리에 불확실성이 가득한 풍경이 펼쳐지다 보니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원하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이른바 ‘중위험·중수익 상품군’에 대한 선호 현상이다. 사실 중위험·중수익은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처럼 정확한 자산 클라스(Class)를 뜻하는 개념은 아니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산군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변동성과 인컴형 자산

변동성은 자산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속성이다. 변동성은 수익의 원천이다. 변동성이 없으면, 즉 가격의 오르내림이 없으면 우리는 투자로 돈을 벌 수 없다. 거칠게 보면, 주식의 변동성이 큰 편이고, 정부에서 발행한 국채는 적은 쪽이다. 부동산은 이 둘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변동성은 인플레이션과도 관련이 있다. 투자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화폐 구매력을 지키는 것이다. 예금이나 국채로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가 어렵다. 반면 주식과 부동산은 예금과 국채에 비해 변동성은 크지만 길게 보면 물가상승으로부터 화폐가치를 지킬 수 있다.

변동성이 적은 자산은 대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은 임대료가 있고, 주식은 배당이 있다. 고수익 채권도 쿠폰 이자가 있다. 현금흐름을 인컴(income)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인컴이 있으면 변동성이 적어진다. 왜냐하면 자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현금흐름으로 손실을 벌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의 경우에도 꾸준한 배당을 주는 기업 주가는 폭락 후에도 빠르게 회복하는 사례가 많다. 고정적인 배당이 있을 경우에 주가 하락은 배당수익률의 상승을 의미한다. 배당 수익률이 높아지면 시장 참여자 중 배당을 노린 투자자가 많아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배당금을 잘 주는 회사의 주가는 빠르게 회복된다.

금리가 낮아져도 인컴의 가치가 올라간다. 금리가 10%인 세상에서 월임대료 100만원을 받는 상가와 5%인 세상에서 100만원을 받는 상가가 있다고 해 보자. 임대료는 같지만 자산의 가격이 달라진다. 단순하게 보면, 후자의 상가 가격이 2배가량으로 올라야 한다. 5%인 세상에서 받는 임대료 100만원의 가치가 10%인 경우보다 두 배 수준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바람이 불면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주식의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랐다. 금리 인하로 리츠에서 받는 임대료의 가치가 더 올라갔기 때문이다. 언제까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로금리 상황이 상당 기간 연출된다면, 인컴이 나오는 자산은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변동성이 적은 자산은 또한 연금과 같은 장기 자산 운용에도 유용하다. 장기로 자산을 운용할 때의 핵심 전략은 복리 효과의 극대화이다. 복리는 기간과 투자 수익률의 합주(合奏)이다. 기간은 길수록 무조건 유리하고, 수익률 측면에서는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잃더라도 적게 잃어야 한다. 그래야 빨리 복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적은 자산은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기에도 덜 빠지는 속성이 있으므로 복리 효과를 얻는 데 유리하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이 중위험·중수익 상품군에 투자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투자 경험과 지식이 있으면 스스로 중위험·중수익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단이 상장지수펀드(ETF)이다. 글로벌 리츠, 채권, 고배당 주식 등에 투자하는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최근 ETF 분야의 혁신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거의 모든 자산을 ETF로 만들 수 있다. 리츠로 예를 들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리츠뿐만 아니라 리츠 산업이 발달한 싱가포르의 리츠, 더 나아가 전 세계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 리츠까지 투자할 수 있는 세상이다. 심지어 일부 ETF는 아예 자동 리밸런싱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미국 S&P500과 미국 국채에 6:4의 비율로 투자하는 ETF는 가격 변화로 이 비율이 바뀌면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자동으로 리밸런싱을 한다.

일부는 고성장 분야에 투자할 수도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은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MP펀드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상장지수 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으로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EMP펀드 중에서 자산의 상당 부분을 인컴이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한다면,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 최근 인컴형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에 발맞추어 이런 컨셉트를 가진 EMP 펀드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 액티브 펀드를 통해서도 변동성 적은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인컴형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이 등장하고 있고, 여러 펀드에 투자해서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글로벌 리츠 펀드, 배당주펀드, 글로벌 채권형 펀드 등에 나눠 투자하면, 개인투자자들도 손쉽게 저변동성 인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액이 큰 편이다. 때문에 소액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재간접펀드를 이용하면,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히 투자가 가능하다. 일반 액티브 펀드들은 헤지펀드에 비해 운용 제한이 엄격한 편이다. 가령 주식형 펀드의 경우에는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투자 레코드를 가진 펀드라 하더라도 시장이 급락하면 손실이 불가피하고, 반대로 펀드에 자금이 계속 유입되면 마땅한 주식이 없더라도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반면 헤지펀드는 이런 제한이 거의 없는 편이다.

중위험·중수익 포트폴리오에 고성장 분야를 일부 포함하는 것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전체 자산에서 20% 이내로 고령화, 기술 혁신, 성장하는 소비시장 등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자산을 편입하면, 인컴형 자산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초과 수익을 추구할 수 도 있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1510호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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