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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종목별 순환매에 무게 두고 투자해야 

 

상장사 실적 신통치 않아… 코스피 2200 넘으면 본격 상승 가능성

종합주가지수가 11월 18일 2150을 넘었다. 미국과 독일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덕분이다. 지난 2년간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우리 시장이 보였던 반응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번 상승은 과거보다 한발 더 나간 면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은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도 우리 시장이 직전 고점을 넘지 못했던 반면 이번에는 고점을 넘었다는 점이다. 하락을 저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상승동력이 더해질 경우 의외로 큰 폭의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점 대비 상승률 기준으로 종목 선택해야

코스피가 2150까지 오르는 과정은 둘로 나눠진다. 첫번째는 9월~10월 초에 코스피가 1900에서 바닥을 치고 2100까지 오르는 단계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강화하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면서 상승동력이 만들어졌다. 시장에 돈이 풀린 덕분에 연기금의 힘이 강해졌고, 주가가 바닥에서 올라오는 단계여서 상승 속도도 빨랐다.

두번째 단계는 기술적 조정을 거친 후 11월에 시작됐다. 코스피가 2100을 넘으면서 속도가 빨라졌다. 첫번째 국면을 주도한 종목은 신세계·아모레퍼시픽 같은 중국 소비 관련주와 삼성전기·LG이노텍 등 IT 하드웨어 주식,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같은 대형 바이오 주식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3분기 실적이 양호했음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락 이후 반등 폭과 반등 종목은 하락 과정에서 어떤 주식이 많이 떨어졌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원리가 이번에도 적용된 것이다.

11월에 시작된 2차 상승은 1차 때 주춤했던 락앤락·이마트·한국타이어·풍산·현대해상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1차 때 오르지 못했던 종목으로 매수가 쏠리면서 주가의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지난 두달간 종목별 움직임은 전형적인 순환매의 형태였다. 삼성전자처럼 1, 2차 국면 모두를 주도한 종목이 있지만 이는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주나 자동차처럼 한때 인기를 끌다 중간에 사그라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해서 생긴 공간을 다른 종목이 메워가는 과정이 진행됐다.

앞으로 어떤 종목이 오를지는 종합주가지수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상승이 박스권을 넘지 못하고 끝날 경우 순환매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와 달리 상승이 2200을 넘어 이어진다면 본격적으로 주도주가 만들어지고 시장이 이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그만큼 시장의 힘이 세고 상승이 오래 이어지는 형태가 된다.

아직은 순환매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전고점을 넘긴 했지만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다. 과다하게 수급에 의존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주도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시장을 끌고 갈 힘이 없다는 증거다. 순환매는 돈이 많지 않아 소수의 종목 밖에 움직일 수 없거나 주가가 기업 내용보다 현저히 높을 때 나온다. 지금은 후자의 경우다.

저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돈이 넘치는 상황이어서 매수 여력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보다 어떤 종목군도 주도주가 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가까운 시간 내에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작다는 게 문제다. 금융사를 제외한 10대 그룹의 상장 계열사 90곳의 3분기 영업이익이 6조16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조2862억원보다 75.6%가 줄어든 게 현재 상황을 잘 보여준다.

순환매가 당분간 이어질 걸로 보인다. 올해 저점을 기준으로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계산해 크게 오르지 않은 종목에 투자하는 게 좋다. 기업 내용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내용이라면 오르지 않은 주식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순환매와 함께 배당도 투자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올해가 한달 반 밖에 남지 않아 시기상으로도 배당투자가 적합하다. 연말까지 배당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배당을 주는 회사의 주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2.6%였다. 2017년 1.7%보다 높아졌는데, 주가 하락이 배당률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물론 주가 하락 외에 다른 요인도 있다. 기관 투자자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유도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지주회사 증가로 배당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바뀐 것도 배당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두 번의 변화를 거쳐 현재 수준이 됐다. 처음은 2003년 이후 3년간인데, 0%대였던 배당률이 1%대 중반으로 올라왔다. 이 시기에는 외환위기가 끝나고 기업이 상당 규모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게 되자 배당이 늘어났다. 재원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주주 우선 경영의 하나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가를 높이려는 분위기도 배당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는 2014년 이후다. 기업이 사내 유보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음에도 투자에 소극적이자 그럴 거면 배당을 더 달라는 요구가 커졌다. 그 영향으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발표됐다.

배당은 시장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데, 지금은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고배당 주식은 주가가 오를 때보다 소강 상태에 있을 때 주목을 더 받는다. 상승 시기에는 배당이 주가 상승률보다 낮은 반면 하락 시기에는 배당이 주가상승률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리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서 배당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배당률과 금리 사이에 차이가 커져 배당의 매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관계는 다른 나라에서 수없이 목격됐다. 미국은 2003년 이후 상당 기간 배당이 투자의 주요 투자 지표 역할을 했다. 그 전에는 매년 주가가 15% 넘게 상승해 배당이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도 비슷했다. 1990년 이후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서 고배당주가 좋은 성적을 냈다.

배당투자에도 나설 만

시장에서는 GS건설·JB금융지주·롯데정밀화학·휴온스·대림산업·서울반도체·삼성증권·한국금융지주·BNK금융지주·키움증권을 배당을 많이 줄 회사로 꼽고 있다. 올해 괜찮은 성적을 내 배당을 줄 수 있는 재원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대규모 시설투자와 같은 자금 수요도 많지 않은 기업이다. 과거에 배당을 많이 준 회사가 올해도 높은 배당을 줄 확률이 높다. 기업은 영업상태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배당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업별 배당률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마냥 공격적으로 매수를 하긴 꺼림직한 상태인 만큼 매매 흐름에 잘 편승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11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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