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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의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28) 김동선 조인케어 대표] “50대 초에 2막 준비하라” 

 

경력단절 딛고 박사 취득… 노인 돌보는 이웃공동체 사업 진행

▎사진:김성태 객원기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현재 일본의 취업률이 100%를 보이는 것은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에요. 출산율은 출산율대로 높여야겠지만, 이미 바뀌고 있는 인구 구조에 맞춰 국가 예산을 써야 합니다.”

김동선 조인케어 대표는 “인구 감소로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취업 절벽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산율 높이는 데 막대한 예산을 쓸 게 아니라 디지털 경제화로 생겨나는 일자리에 적응하는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인구 감소엔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거죠.”

조인케어는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요양보호사와 개인, 요양보호사와 노인재가복지센터를 연결하는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이다. 회원 대상으로 치매와 돌봄 주제의 부정기 워크숍을 열고, 지역사회에서 돌봄 기술 교육과 치매 케어 교육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조인케어 회원의 요양보호사가 일을 잘한다”는 노인재가복지센터의 평가가 나올 때 일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퇴근 후 두 시간 ‘2막 무대’ 준비 권유

김 대표는 기자 출신이다. 서울신문과 한국일보에서 일했다. 신문사 재직 중이던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의 펠로우십으로 일본에서 노인복지 정책을 공부했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노인복지제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년 간 일본에서 유학할 땐 갓난아기였던 둘째 아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초등학교 2학년 큰아들만 데려갔다.

학과 공부와 현지 취재를 병행하는 틈틈이 일한문화교류기금 측에 연구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마침 그가 공부하던 일본국제대학원은 일본 지역보건의료복지의 모델로 평가받는 니이가타현 야마토마치에 있었다. 이때 공부하고 취재해 쓴 책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자연스레 노인 문제 전문가가 됐다.

일본 유학 기회를 얻은 건 방한한 소노 아야코 일본재단 이사장을 만나서다. 일본재단은 젊은 학자, 언론인이 일본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구기금을 운영하고 있었다. 유명 소설가이기도 한 소노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당시 신문사 데스크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우연을 가장한 행운, 어려움 뒤에 숨은 축복을 만난 셈이죠. 어려운 시절이 지나가면 보상을 넘치게 받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는 이 일련의 일들을 겪고서 초긍정주의자가 되었고, 심지어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과대망상’까지 생겼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당시 18%였는데 지금 23%입니다. 그 새 빈곤이 심화됐고, 고독사 하는 사람이 연간 3만 명이 넘어요. 우리나라도 이런 경로를 밟을 텐데 정부에만 기댈 게 아니라 이웃공동체를 되살려야 합니다. 노인이 며칠 동안 보이지 않으면 이웃이 똑똑 문을 두드려 봐야 한다는 거죠.”

일본 장기요양보험제도에 정통한 노인 문제 전문기자로 잘나가던 2005년 둘째가 많이 아팠다.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가족이 흔들렸다. 남편은 직장이 대전이라 줄곧 떨어져 있었다. 결국 신문사에 사표를 던지고 연고도 없는 대전으로 내려갔다. ‘경단녀’가 되자 박탈감이 엄습했다. 우울증까지 생겨 수시로 눈시울을 적셨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둘째가 어느 날 말했다. “엄마, 집에서 울지 말고 학교 다녀. 학교 가면 너무 재밌어.”

그렇게 다시 공부를 시작해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취업을 위한 중장년층 직업교육이 연구 주제였다. “요즘 여성은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클 거예요. 그래도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면 과감하게 경력을 단절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면 겸손해지고 비로소 인간이 됩니다. 여든까지 일하는 시대에 10년 공백이 생겼다고 이번 생 망하지 않아요.”

그가 일하는 곳은 대전 은행동의 오렌지가든이다. 자신의 놀이터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그는 일도 하고 교육도 한다. 틈틈이 글도 쓴다. 동네사람들이 찾아오면 커피도 판다. 지난해 그는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들은 후 은행동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이 작품이 최근 대전세종충남시민영상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10여 년 전 그는 [막막함을 날려버리는 은퇴 후 희망설계]라는 책을 썼다. 경찰서장 출신인 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과 공저로 [현직에서 퇴직 후를 준비하는 퇴근 후 2시간]도 냈다. “앞으로 대부분 백 살 넘겨 살고 여든까지 일하는 세상이 될 거예요. 2막 준비는 50대 초에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부터 매일 퇴근 후 두 시간을 2막 무대 준비에 투자해 보세요. 길게 내다보고, 수입에 연연하기보다 70~80세까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좋습니다.” 그는 “한 달 50만원이면 정기예금 2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 대표의 말을 덧붙였다.

그는 특정 조직 중심의 경력이 아닌 개별 기업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경계 경력을 추구해 보라고 말했다. “나름의 인생 지침을 늘어놓다 꼰대 소리 듣는 걸 두려워해서도 안 되겠지만 노욕으로 비칠 만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도 보기 좋지 않습니다. 자기성찰을 게을리 하면 자칫 욕하며 배우게 돼요.” 그는 자식도 스무 살 넘으면 자식이 아니라 타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의 유전자를 공유해 나를 더 잘 이해하는 엄연한 타인이라는 설명이다.

버킷 리스트는 영어로 책 쓰기

그의 버킷 리스트는 영어로 책을 쓰는 것이다. 지난해 11~12월 그는 책을 쓰기 위한 취재차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의 네 나라를 찾았다. 현지에서 영어로 인터뷰를 하면서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다.

영국에서는 치매 관련 교육도 받았다. 강사는 치매에 걸렸어도 인간으로서 존엄, 정체성, 소속감과 애정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치매는 관계의 질병입니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은 가족이 시설에 들어가시라고 하면 배신감을 느낍니다. 부모를 시설에 맡기고는 일주일 뒤 오겠다고 하고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치매 앓는 부모를 보는 게 아니라 치매라는 병만 보기 때문이죠. 당사자인 치매 환자에게도 어느 정도 선택권을 드려야 합니다. 이분들에게 치매는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서 자신과 이별하는 과정이에요.”

김 대표는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동갑나기 남편을 꼽았다. 자신과 대조적인 성격이라고 소개한 남편은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충동적인 성격의 그가 질주할 때면 연구원인 남편은 브레이크를 건다. “남편이 저더러 ‘당신은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재밌는 일을 찾아내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오지랖이 넓다는 거죠. 저 나름대로는 인생을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내 안에 있는 자원을 다 꺼내 쓴 기분이에요. 이 다음에 묘비명도 ‘운 좋고 행복한 사람 여기 잠들다’라고 쓸래요.”

1518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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