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양성? 음성? 그들만의 언어 풀어쓸 건 풀어쓰자 

 

며칠째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다. 위(胃)에 혹이 보이니 조직 병리학적 검사(Histopathologic Examination)를 해야 한단다. 암(癌)인지 아닌지 확인해봐야겠다는 거였다. ‘암’이라는 말에 더럭 겁이 났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믿고 일단 검사부터 받았다.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양성이라니?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것인지 얼른 감이 안 왔다. 되묻자니 무식이 탄로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의사 선생님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걸 보아 사태가 심각하진 않은 모양이다. 의사는 내 표정을 보더니 얼른 말귀를 못 알아듣는 줄 알고 한마디 보태 준다.

“위암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양성, 음성은 질병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병원체 검사에서 쓰는 ‘그들만의 용어’였다. 위암 여부를 알아보는 조직검사에서는 말짱하면 ‘양성(良性·Benign)’이고, 위암이 의심되면 그 반대말인 ‘악성(惡性·Malignancy)’이란다. 종양의 경우 양성, 음성이 아닌 양성, 악성으로 구분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원 세상에, 무슨 번역을 그 모양으로 했단 말인가. 좋으면 좋다, 나쁘면 나쁘다고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면 좋으련만.’ 서운한 기분이 든다. 의학 용어는 그래야만 권위가 서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 다른 경우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임신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이 나오면 임신일까, 아니면 음성반응이 임신인가. 알고 보니 임신일 경우 양성반응이 나오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음성반응이 나오게 된단다. 이때의 ‘양성(陽性· Positive finding)’은 임신이고 반대로 ‘음성(陰性 · Negative finding)’이면 임신이 아니라니 어리둥절해진다. 딱 잘라 임신이다 아니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임상병리검사(Clinic Laboratory Test)의 경우는 더 헷갈린다. 주로 피검사나 소변검사에서 뭔가 검출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B형 간염 검사를 해보니 양성으로 나왔다면 “당신은 B형 간염이 있소”라는 얘기란다.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마약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면 어떨까. “피검사나 소변검사를 해보니 당신이 마약을 했다는 소견이 없다”는 얘기란다. 반대로 앞서 말한 것처럼, 갑상선결절에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악성으로 나왔다면 갑상선 암이니 치료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호기심이 더해 조현병 쪽을 들여다봤다. 주로 청년기에 뚜렷한 동기 없이 발병한다는데, 심하면 감정 마비나 자폐증 증상을 나타내는 정신질환이란다. 병인은 아직도 밝혀져 있지 않으나 일단 신경전달에 이상이 왔다는 것. 양성·음성 모두가 조현병 유사 증상으로 추정된다니 알쏭달쏭하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환각 환청 환시 피해망상 등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도록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양성증상이란다. 양성 증상은 약물치료를 가하면 생각보다 차도가 빨리 나타난다. 오히려 음성 증상이 호전되기는 양성 증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음성 증상은 감정 표현이 줄어들고 의욕이 감퇴하고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일상적인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질병 감염 여부 등을 알아내기 위한 병원체 검사결과 정해진 일정수치 이상이 나타날 때를 ‘양성’이라고 하고, 피검체가 일정수치 이하 또는 반응이 없을 때를 ‘음성’이라 한다. 따라서 병원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해당 질병에 걸렸다는 뜻이다. 반면에 항체가 있다면 ‘양성’으로, 항체가 없다면 ‘음성’으로 나오게 된다. 즉, 항체 검사 시 양성으로 나오면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현실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방법 필요

최근 중국을 발원지로 전 세계에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Corona virus)는 1937년 호흡기 질환을 앓던 닭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이 바이러스를 발견했을 때 이 바이러스의 외피 주변을 감싸고 많은 돌기가 돌출된 모양이 꼭 왕관을 닮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 미지의 바이러스에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을 지닌 코로나로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아직 백신이 없으며 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 불안을 더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질병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음성과 양성 반응에 대해서 굉장한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음성, 양성이 어떤 뜻을 가졌는지 헷갈린다.

정확하게 어떤 검사를 한 것일까. 고열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가 병원에 가면 환자의 질병 감염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피나 가래 검사를 한다. 피검사를 했을 때, 코로나바이러스의 수치가 일정 이상이면 ‘양성’이다. 양성이 나올 경우 이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이다.

반대로 수치가 일정 수치 이하이면 ‘음성’이고, 이 사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이다. 질병 검사의 경우 양성은 바이러스 감염, 음성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초기에 국내 코로나19 감염 의심환자 중 두 명이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양성’ 판정이 아니니 확진 환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항체검사 경우에는 다르다. 항체는 바이러스를 컨트롤할 수 있는 세포다. 예를 들어 A형 간염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고 하자. 병원에서는 접종을 하기 전에 이 사람이 A형 간염 항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항체검사를 진행한다. 항체검사 결과 A형 간염 항체를 가지고 있다면 ‘양성’이고, A형 간염 항체가 없다면 ‘음성’이다. 즉 양성일 경우에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음성과 양성은 검사의 목적, 질병의 종류에 따라 그 의미에 차이가 있다. 즉 질병 검사 시에 음성은 질병이 없는 상태를 뜻하지만, 질병 항체 검사 시 음성은 우리 인체 내에 해당 질병균을 방어하는 항체가 없다는 뜻이 된다. 예컨대 예방접종 시 해당 항체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항체 검사를 시행하게 되는데 항체가 있다면 ‘양성’으로, 항체가 없다면 ‘음성’으로 나오게 된다.

의심환자, 추정 환자, 확진자, 능동적 감시자 등 질병 관리에 관한 의학 용어는 아무래도 생소하고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차제에 일반인들도 금방 알아들을 수 있도록 좀 더 현실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방법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영수 칼럼니스트(전 중앙일보 편집부국장)

1522호 (2020.02.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