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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고용통계 ‘적신호’ 한국경제에 깊은 성찰 시점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엄청나게 확산되면서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소비가 급격히 떨어지고 경제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향후 어느 정도까지 상황이 전개될 지 짐작하기 힘든 국면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여파를 고스란히 견뎌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가 발표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수정치는 3.3%로, 지난해 10월 전망치 3.4%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은 2%, 중국 6%로 발표된 바 있지만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전망치다. 세계 경제 전반 특히 한·중·일 경제가 신종 바이러스의 영향권 안에 들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20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5% 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고 우리의 경우 2019년에 훨씬 못 미치는 1.6% 수준의 전망치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은 정부소비였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전년대비 2.0% 상승을 기록했다. 이를 분기별로 보면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분기 -0.4%, 2분기 +1%, 3분기 +0.4% 였는데 4분기에는 무려 +1.2%를 기록했다. 주요 항목별로 연간 증가율을 보면 설비 투자 -8.1%, 건설투자 -3.3%, 수출 +1.5%, 민간소비 +1.9%로 모두 전체 평균 +2.0%에 미달이었는데 유독 정부소비 증가율이 +6.5%를 기록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견인했다. 비유하자면 과목 한 개 성적이 아주 좋아서 전체 평균이 올라간 셈이다.

문제는 이 과목은 계속 좋은 성적을 올리기가 힘든 과목이라는 점이다. 정부소비는 정부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한 결과물이 아닌 ‘걷고’ ‘빚내서’ 해결하는 항목이다. 정부가 혼자서 분발하는 것이 잠시는 가능하지만 계속 가다가는 부채로 인해 나라살림이 엉망이 될 수가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영역은 그 성과와 비중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당장 2019년 영업 부진으로 기업의 이익이 줄면서 법인세수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지금 같은 재정운용이 계속되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고용통계에서도 그렇다. 2019년 연간 일자리 증가 숫자는 전년 대비 30만1000개를 기록했고 고용률은 60.7%에서 60.9%로 0.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이를 연령대별로 보면 한심한 수준이다. 60대 이상의 일자리 증가분이 무려 37만7000개로서 전체 증가분보다 많았고 고용률은 1.4%포인트나 상승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40대의 일자리는 16만2000개가 감소했고, 고용률도 0.6%포인트 떨어졌다. 근로시간을 보아도 그렇다. ‘주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18만8000개가 감소한 반면 ‘주 36시간 이하’ 일자리’는 59만9000개 증가했다. ‘주 17시간 이하 일자리’만 따로 보아도 증가분이 33만9000개이다. ‘세금 내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세금으로 지원’하는 알바성 일자리가 주로 늘어난 것이다. 경제 운용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는 정부의 역할과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불필요한 개입이 증가하고 경제적 자유가 손상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에는 시장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고 경제학에도 시장실패라는 개념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다. 공공재나 외부성이 존재할 때 시장실패가 존재하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공해물질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음껏 제품을 생산하면 공해물질이 과도하게 생산되는 외부불경제가 창출된다. 이때 정부가 나서서 공해물질 생산과 관련한 징벌적 세금을 기업에게 부과하면 기업은 제품생산 비용이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사회적 최적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경우에도 제품 생산이 창출하는 편익은 잘 감안되면서 사회적 적정수준으로 간다는 것이다. 시장실패를 바로잡는 데에 있어서도 비용과 편익에 대한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할 때, 최근 우리 정부의 접근은 너무 좁아진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이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시장실패와 아울러 정부실패라는 개념도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료제도의 폐해이다. 이를 지적한 ‘파킨슨 법칙’에 따르면 공무원 조직은 스스로 팽창하는 속성을 가진다. 조직 팽창으로 인한 비용은 무시한 채 편익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조직이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조직은 ‘벌어서 쓰는’ 조직이 아니라 ‘걷어서 쓰는’ 조직이다 보니 비용에 대한 감각이 별로 없고 이 경우 비용을 무시한 채 ‘필요하면 한다’는 식의 결정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방대해진 관료조직은 각종 규제 수반

이러한 관료조직의 속성은 각종 규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모든 규제에는 다 도입의 이유, 필요성이 있다. 규제대상이 되는 기업이나 개인은 해당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나름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바로 규제준수비용이다. 입법주체와 규제 당국이 무시하기 쉬운 것이 이 비용이다. 현장에서 해당 규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금전적 비금전적 비용이 지불되는 지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괴물이 양산된다. 규제 준수를 위해 도입한 대표이사 처벌 조항들이 대표적이다. 우리 법 체계 내에서 대표이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든 조항이 무려 2200개를 넘는다. 예를 들어 갑질금지법을 보면 한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갑질을 한 경우 대표이사에게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있다. 직장 내 갑질이 나쁜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근거로 대표이사가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세계에서 유일한 사례라고 주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적한 바가 있다. 기업입지조건을 악화시키는 제도가 규제준수비용을 무시한 채 하나씩 둘씩 도입된 결과 최악의 규제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루어진 국민연금에 대한 5% 룰 완화도 그렇다. 기관투자가가 기업경영에 ‘관여(Engagement)’하는 것이 기업 가치 증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운용위원회 위원장이 장관이고, 독립성과 전문성이 제대로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조직이 기업경영 개입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과연 맞는지, 그로 인해 지나친 비용과 부담이 초래되지는 않는지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해 존재하며 수익률 제고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데 일만 터지면 정부가 기업에 손을 대는 도구로 이용된다면 이는 규제 비용을 너무 증대시키는 정책이 되어버린다.

글로벌 화학기업 솔베이가 우리 나라에 새로운 투자를 검토하다가 이를 포기하고 싱가포르로 최종 확정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화학물질관리법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대표되는 과도한 규제를 지키기 힘들어서 투자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 수준의 다른 어떤 나라도 도입하지 않은 강한 규제를 도입한 결과 이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면 한번 돌아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많은 부분을 새로이 점검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필요하다며 이런 저런 규제를 도입하고 재정에서의 정부 역할을 늘여놓았다. 하지만 규제준수비용을 포함한 각종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서 잃는 것이 많고 정부 부채가 지나치게 증가하면서 재정건전성이 망가지고 있다면 이는 우리 경제 내에서 정부실패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번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우리 경제는 순항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라도 향후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1524호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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