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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로나19의 영향에 상장사 이익 전망치 급감 

 

실적 나쁘면 2차 하락 올 수 있지만 3월 급락장은 재현하지 않을 듯

▎사진:© gettyimagesbank
연초만 해도 1분기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38조원 정도 될 걸로 예상했었다. 2월 중순에 해당 수치가 35조원으로 내려오더니 지금은 30조원으로 줄었다. 연간 이익전망도 사정이 비슷하다. 올해 코스피 순이익 추정치는 111조원으로 올 초 예상치 125조원보다 11.2%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고, 여러 나라에 이동 금지 조치가 내려져 당분간 무역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나오는 수치는 예상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있다. 업종별로는 소수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이익이 줄어들 걸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이익으로 대표되는 반도체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상장사 이익 전망 패턴은 연초에 가장 높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형태는 국내외 모두에 적용된다. 사람이 멀리 있는 미래를 좋게 보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처음에는 기대치가 높게 형성됐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수치가 낮아지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실적이 바닥을 치고 올라올 때에는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불황의 영향으로 전망치가 낮게 형성됐다가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숫자가 올라온다. 2010 년과 2016년, 2017년이 그런 경우여서 연말 실제 이익이 연초 예상치 보다 13.6%, 1.8%, 19.4% 높았다. 실적이 가지고 있는 이런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이익 전망치 하락 속도는 유난히 빠르다. 이익이 크게 감소했던 작년보다 하락이 심한데 작년 순이익 추정치 감소폭이 -32.6%였던 반면 올해는 -34.8%를 기록하고 있다.

다행히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가 평가지표가 조금 나아졌다. 이익이 줄어드는 것보다 주가 하락이 더 빠르고 크기 때문이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배율(PER)이 7.8배로 10년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대비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배율(PBR)도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험과 증권 등 일부 금융주의 경우 PBR이 0.1배를 기록하고 있어 지금 주가가 얼마나 낮게 평가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PBR이 1배이면 기업이 파산해 자산을 매각할 경우 주주들에게 지금 주가만큼의 보상이 돌아간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0.1배는 주가보다 10배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주가가 그 수준이라는 건 기업에 대한 평가가 미래가치는 고사하고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말이 된다.

변동성 감소 시점, 코로나19 변곡점 주목해야

실적이 흔들리다 보니 주가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때처럼 국내외 주가가 하루에 10%씩 오르고 내리는 상황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래도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내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는 의미가 된다. 앞으로 시장은 두 변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우선 변동성이다. 변동성이 큰 상태에서는 주가가 계속 상승하기 힘들다. 하락으로 기울어져 있는 투자자가 많아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매도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가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변동성 축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2000년 IT버블 붕괴나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한 후 소폭의 등락을 통해 변동성이 줄어든 후에 상승으로 바뀌었다. 3월 중순에 비해 변동성이 줄기는 했어도 여전히 새로운 주가 움직임을 만들기는 미흡한 상태다.

140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1750까지 상승한 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매수하려는 세력도 많아 주가가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매수 후 짧은 시간에 커다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된 경제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 하락의 공포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두 번째는 코로나19의 변곡점이다. 시장 한쪽에서는 질병을 다스릴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할 거라 우려하지만 이는 맞지 않다. 주가는 사안이 발생하는 초기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움직였다가 이후 현실에 맞춰 조정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간에 별 중요하지 않은 사안에도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주가가 악재를 사전에 최대한 반영했기 때문에 나오는 움직임이다.

이번에는 코로나19의 확진자수가 줄어드는 변곡점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한때 9백명까지 늘었던 하루 확진자 수가 어느 순간 줄어들면서 그래프의 기울기가 변했었다. 이 지점이 변곡점이 된다. 만약 코로나19가 국내만의 문제였다면 해당 시점에 주가가 상승 전환했을 텐데 우연히 해외에서 질병이 본격 확산되는 시기와 맞물려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해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미국의 환자 발생이 변곡점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주가 움직임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주가 빠르게 반등, ‘이중 바닥’은 없을 듯

주가가 짧은 시간에 빠르게 반등했다. 지난주 한때 코스피가 1850 부근에 도달했으니까 2주 사이에 주가가 30% 가까이 오른 셈이 된다. 주가가 급등하자 반등 이후 3월에 단기 급락했던 것 같은 모습이 또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졌다. 과거 주가가 20% 이상의 급락한 후 회복할 때에는 특징적인 모습 두 개가 나타났다. 우선 반등은 V자 형태로 진행됐다. 그리고 하락 폭의 절반까지 주가가 올라온 후 힘을 잃었다. 이 특징을 현재 지수에 적용해 보면 한계치가 1850이 된다. 반등시기 나타났던 두 개의 특징이 이미 충족된 것이다.

이번 주가 하락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1920년 이후 S&P500지수가 고점대비 지수가 20% 넘게 하락한 경우가 11번 있었는데 42일이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이번은 하락기간이 22일에 불과했다. 반면 주가 반등은 하락만큼 빠르지 않았다. 20% 이상 급락 이후 주가가 하락의 절반을 회복하는데 15일 걸렸다. 역대 최단 기간이 7일이었고 금융위기 때에 14일이 걸렸던 것과 비교된다.

또 하나 걱정되는 건 이번 주가 움직임이 2008년 금융위기 때 같이 1차 바닥을 만들고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해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지는 ‘이중 바닥’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 하는 점이다. 금융위기 때 주가가 또 한번 떨어진 건 모기지 관련 대책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부실 요인을 계속 가지고 있다 보니 주가가 다시 하락했던 건데 이번에 비슷한 모습이 되려면 코로나19가 지금까지 발병했던 것보다 더 심하게 확산되어야 한다. 나쁜 경제 변수가 나오는 건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이미 주가에 최대한 반영됐기 때문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30호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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