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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로나19 확진자 수 변화는 주가에 두 번 영향 줄 것 

 

앞으로 시장을 좌우하는 변수는 확진자수 감소와 기업 이익

주가를 바꿀 수 있는 변수를 두 개만 꼽는다면?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다. 주가가 극심한 변동을 겪었던 원인이 코로나19였던 만큼 질병의 진행상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주가에 두 번 영향을 준다. 한번은 재료로서 영향이다. 확진자가 줄어들 경우 질병이 조만간 사라질 거라는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는 형태다. 4월에 미국의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해당 시점이 미국보다 좀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에서 질병의 영향은 사라진다. 코로나19가 창궐해도 주식시장은 변화하는 상황을 미리 예측해 움직이므로 질병은 관심권내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런 속성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 4월초에 미국의 사망자수가 조금 줄었다는 소식으로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8% 넘게 상승했다. 질병이 변곡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비슷한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영향이 사전에 나타나다 보니 정작 변화가 가시화될 때에는 주가가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 둔화로 기업실적 부진 전망

코로나19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두 번째 영향은 실물경제가 정상화될 때 나온다. 소비가 재개되고 생산이 늘어 경기 둔화 공포에서 벗어나면 그 동안 발표됐던 경기 부양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주가가 오르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선후 관계도 모호한 만큼 지금 이야기할 사안은 아니다.

주가를 바꿀 또 하나 요인은 실적이다. 코로나19로 기업 활동이 정지 상태에 들어가 이익이 최악일거란 전망이 많다. 시점별로는 2분기를 최악으로 보고 있는데 질병이 2월 중순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2분기는 전 기간이 질병의 영향권에 속해 있는데다 부양대책의 영향이 나타날 시기도 아니어서 이익 둔화가 불가피하다.

현재까지는 실적보다 거시지표 둔화 전망이 더 심하다. 해외 주요 예측기관들이 올해 전세계 경제가 0.9% 정도 감소할 걸로 보고 있다. 미국은 분기별로 성장이 30% 넘게 둔화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주요국 증시에서 주당순이익(EPS) 하락 폭은 10% 내외에 그치고 있다. 과거 경기 침체기 때에는 하락폭이 최대 50%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아직은 양호한 상태다. 만약 과거 최악의 사례처럼 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대단할 것이다. 기업 실적이 나쁠 거란 전망과 실제 수치를 보는 건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도가 줄면서 시장이 대량 매도의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줄면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팔아야 할 이유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정상을 찾은 것도 외국인 매도를 약하게 만든다. 그 동안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부도가 나 미국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 때문에 달러를 확보하려는 심리가 강했는데 미국 정부가 하이일드 회사채를 매입하기로 약속하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할 이유가 줄었다. 그만큼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할 동력도 약해진 것이다.

외국인이 2~3개월 동안 굉장히 많은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에 매도를 멈추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오를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우량주에 미치는 영향이 클 텐데 이 주식들은 외국인의 집중 매도 대상이어서 주가가 오르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특이하게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개인 자금이 대량 유입됐는데 ‘급락 후에는 반드시 급등이 왔다.’는 학습효과가 이들을 움직인 동력이 됐다. 2000년 이후 개인 투자자의 매매 행태는 정해진 게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딱 한번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번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위기 때 개인의 주식 매수는 주가가 오르면서 끝났다.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원래 매매 행태로 돌아간 건데 참고할 만하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매수를 우려하는 얘기가 많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기 때문에 중간에 주가가 급변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걱정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금융위기 때와 다를 수 있지만 이번에도 무리한 투자는 하지 않을 걸로 보인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매수에 나선 이유가 낮은 주가인 만큼 가격이 높아지면 시장 참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의 매매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은 반도체 등 IT주식 매수에 나설 것인가에 시선을 집중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하락폭 회복 후 투자 종목 변화

코스피가 1850을 넘었다. 3월에 1800 밑으로 떨어진 후 20일 만에 회복한 것이다. 바닥대비 반등 폭이 25%를 넘어 전체 하락의 절반 가까이를 만회했다. 과거 주가 반등이 하락의 절반 정도까지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가 예상했던 대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 된다. 이제는 코로나19로 경기가 둔화된 부분을 주가에 어떻게 감안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다. 과거보다 주가를 할인하는 게 맞는데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1850에서 1900선 사이가 적당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가가 하락폭의 절반을 회복한 만큼 투자종목이 달라질 수 있다. 처음 주가 회복을 끌고 온 종목은 낙폭 과대주들 이었다. 투자의 초점이 하락률에 맞춰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종목별 호재나 악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명보험사가 금리 인하로 가장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하락 폭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하락이 어느 정도 메워진 만큼 투자자들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종목 선택에 나설 것이다. 에너지, 기계, 화학업종은 2월 대비 순이익 전망이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이다. 각각 56.1%, 29.2%, 19.1%나 이익 전망치가 낮아졌다. 이익이 크게 손상된 만큼 앞으로 시장의 본류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익 전망이 양호하지만 주가가 오르지 못한 업종도 있다. 반도체와 IT다. 앞으로는 개별 종목의 실적과 재료를 반영해 이런 종목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31호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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