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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외국인 매수 전환과 반도체 주가 상승 

 

외환위기 당시 하락-반등-재하락… 반짝 반등 후 재조정 가능성 커 주의해야

3월 중순 한 때 코스피가 1900선을 넘었다. 연일 이어지던 외국인 매도도 잠시 약해졌다. 거래일수 30일 동안 외국인은 누적으로 14조7649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는데 금융위기 때도 이렇게 많은 액수를 매도하지는 않았다. 삼성전자가 잠시 5만원 선을 회복했다. 코로나19로 코스피가 1500 밑으로 떨어졌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제일 많이 찾았다.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많이 나온 데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최고의 주식에 의존하려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코스피 반등이 본격화되면서 사라졌다. 결국 다른 많은 종목이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는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른 종목에 비해 하락이 크지 않아 가격 메리트가 없었던 게 원인이었다. 이 상황은 주가가 오르면서 사라졌다. 그 사이 다른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서 하락률이 비슷해져 반도체 주식을 피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주가 조정은 상승 동력 소진 후 시작


‘코스피 1900 회복’과 ‘외국인 매수세 귀환’, ‘반도체 주가 상승’이 따로따로 이루어진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서로 연결돼있다. 주식시장이 유동성에 의해 움직일 때 주가 조정은 상승 동력이 소진된 후에야 시작된다. 요즘처럼 주가의 변동이 클 때에는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 상승 여력이 남아 있으면 끊임없이 오르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반락이 나올 수 없다.

수급 측면에서 남아 있는 상승 동력은 외국인 매수였다. 외국인은 시간상 문제일 뿐 매수로 전환이 예정돼 있었다. 단기에 많은 주식을 내다 팔아 매도 여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이 상승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주식과 관련해 남아있는 동력이 반도체였다. 기업 실적이 좋아 가격 매력도가 높아지면 언제든지 주가가 오를 수 있었다. 비슷한 시점에 두 동력이 한꺼번에 작동하면서 1900을 회복한 것이다.

앞으로 주가 움직임과 관련해 두 개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주가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질병으로 인한 공포심리로 가격이 급락했지만 사안의 성격상 V자 반등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조금만 약해져도 주식시장에서 악재로서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가격이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반등으로 끝나는 것이다. 외국인 매수와 반도체 주가 상승은 마지막 남아있는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이다. 코스피 1900은 이 둘이 결합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숫자이므로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대규모 부양대책이 나왔지만 질병으로 경기가 나빠진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주가가 높아 부담이 됐는데 여기에 큰 짐 하나가 더해진 것이다. 이 상황이 일시적인 주가 하락으로 모두 정리될 수는 없다. 시장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새로운 논리와 상승 동력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주가가 올랐지만 국내외에서 좋지 않은 지표가 쏟아져 나왔다.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19년 1분기 대비-6.8%, 직전 분기인 2019년 4분기 대비 -9.8%를 기록했다. 1992년 분기별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최저치인 동시에 첫 번째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이 숫자가 발표되자 지방정부의 경기 부양대책만으로는 상황을 타개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왔다. 중앙정부 중심의 강도 높은 경기 부양대책 요구가 커진 것인데 대책 실현 여부에 따라 중국 경제의 반등 폭을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중국정부가 5월 양회 때 대책을 내놓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가 정책에 힘을 싣는 방식과 코로나19 극복을 공개 선언해야 할 필요를 감안할 때 양회가 가장 좋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로 실망스러운 성장이 나쁘게 발표된 날에도 중국 주식시장이 1% 넘게 상승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출구전략으로 3단계 경제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코로나19의 정점이 멀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가 빨리 제자리를 잡으려면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급함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경제가 정상이 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망이 손상돼 어떤 한 나라에서 질병이 약해지는 걸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당장 넘어야 할 문제는 기업실적이다. 미국기업의 1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들 걸로 전망되고 있다. 2009년 3분기 이후 최저치로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연초 176.4달러에서 152달러로 내려왔다.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에너지 업종이 큰 타격을 받아 이익이 40%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공장가동 중단 및 소비위축으로 경기소비재와 산업재 역시 이익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익 감소는 상당기간 이어질 걸로 보인다. 2분기에 특히 심할 걸로 전망되는데 금융 데이타 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이익 감소는 1분기보다 훨씬 큰 -20%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기업의 수익이 33% 감소한 후 내년에 50% 넘게 증가할 걸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때 미국의 기업이익이 2008년 3분기에 29%, 4분기에 69% 감소했다. 아직은 금융 위기 때보다 실적둔화가 심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가를 낮출 정도는 되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경기 둔화 예상되나 대응 능력은 약해져

주가 반등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 이제는 가격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주가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새로운 동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시장이 점차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세 단계로 변화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위기 발생에 따른 공포, 상황이 일부 정리되면서 오는 안도감, 실물 지표 확인에 따른 불안 등이 차례대로 주가에 영향을 줬다.

외환위기 당시 공포가 확산된 시기는 1997년 10월부터 두 달간이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상황이 일부 정리되면서 시장에 안도감이 나타난 시기는 1998년 1월에서 3월까지다. 외채 협상이 마무리돼 주가가 80% 가까이 올랐다. 그리고 1998년 3월에서 9월까지는 예상보다 나쁜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주가가 다시 한번 하락했다.

과거의 사례가 무조건 반복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외환위기 사례를 현재에 적용해 보면 지금 시장은 두 번째 국면이 끝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닥칠 과제는 경기 둔화다. 이미 주가가 굉장히 나쁜 경제지표를 가정해 움직였으나 예상과 실제는 다를 수 있다. 지난 몇 주간 주가가 빠르게 상승해 경기 둔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최고점과 주가 차이가 10% 밖에 되지 않아 가격이 악재를 흡수할 여력도 별로 없다. 이런 형편 때문에 주가가 다시 조정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32호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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