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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중앙대 운영 포기 ‘만지작’] “12년새 상황 변했다” 연 100억원 지원도 막막 

 

학교법인 운영할 기업 찾아 나서... 대학 내부 “경쟁력 오히려 강화될 것” 평가도

▎두산건설이 중앙대로부터 수주해 건설한 중앙대 100주년기념관
두산그룹이 중앙대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려 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2008년 학교법인 중앙대 운영에 나섰지만, 12년이 흐른 현재 그룹 상황이 전과 같지 않아서다. 소비재 중심에서 ‘중후장대형’ 사업 구조로 개편한 2008년 재계 서열 10위권까지 올라섰던 두산그룹은 지난해 재계 15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두산건설 실적 부진에 두산중공업 재무 구조마저 악화하고 있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당장 두산중공업의 차입금을 상환할 여력도 없다”며 “사회공헌도 기업이 살아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이미 학교법인 중앙대 운영을 맡을 기업 찾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사립대학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중앙대가 학교법인 이사회에 참여할 기업을 찾아다니고 있다”면서 “대학사회에선 두산그룹의 ‘중앙대 매각설’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방효원 중앙대 교수협의회 회장 역시 “두산그룹이 중앙대 운영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2007년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두산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등을 찾아가 학교법인 중앙대 이사회 참여를 권유한 지 13년 만에 또다시 중앙대의 기업 찾기가 시작된 셈이다.

두산, 중앙대 포기시 연 200억원 현금 확보 전망


두산그룹 재무 위기가 중앙대 운영 포기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다. 두산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작한 두산건설 실적 부진이 지난해 두산중공업 재무 위기로 옮겨붙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중앙대 운영을 맡자마자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올해 만기를 앞둔 두산중공업 차입금을 상환할 여력조차 없는 두산그룹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중앙대 운영 포기 타진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채권단이 1조원 자금을 지원하며 “현금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자구안에 포함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중앙대 운영에서 손을 뗄 경우 우선 연간 약 200억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이 학교법인 중앙대에 지난 2008년 이후 2018년까지 10년간 연평균 205억원 상당 기부금을 출연해왔기 때문이다. 총 2046억원 규모다. 중앙대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적게는 약 100억원, 많게는 약 400억원씩 기부금을 출연했다. 지난 2015년부터 최근 3년간은 약 100억원씩 기부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두산 외 4개 계열사가 100억원을 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중앙대 운영권 이전으로 기부금 보전 외에 추가 수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거래는 흔히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 이사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이뤄지는데, 두산그룹은 이사진 교체의 대가로 그동안 중앙대에 납입한 기부금 2300억원 상당의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8년 5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할 당시도 두산그룹은 학교법인 중앙대 이사장을 맡았던 김희수 전 이사장의 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김 전 이사장이 중앙대에 출연한 기부금 1116억원에 이자(7.5%)를 더한 금액이 1200억원이었다. 두산그룹 기부금에 이자를 더할 경우 약 2300억원이 된다.

그러나 실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대 운영권을 갖겠다는 기업이 나와야 거래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중앙대 운영에 나서도 거래 대금 2300억원을 고스란히 두산그룹이 챙길 수도 없다. 두산그룹이 학교법인 중앙대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법인 운영권만을 갖고 있어서다. 결국 새로 운영을 맡는 기업은 두산그룹의 사회공헌재단인 두산연강재단에 2300억원을 지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두산연강재단은 운용 수익의 70%를 사회공헌에 써야 하는 공익 재단이다. 이 경우 두산그룹이 활용할 수 있는 돈은 2300억원의 이자 중 70%를 제한 약 11억원(연간)으로 추산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중앙대 운영 포기로 얻을 실익보다는 100억원, 11억원의 현금이라도 최대한 새지 않게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8년 중앙대 인수 이후 늘어난 건물과 올라간 땅값은 두산그룹의 효익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 제2항에서 ‘학교교육에 사용되는 학교법인 재산은 매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서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은 근본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다”라면서 “두산그룹의 중앙대 매각설은 사실 매각이 아니라 운영 포기 혹은 운영 양도가 맞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 내부에선 두산그룹의 중앙대 운영 포기 타진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이 학교 경쟁력 강화보다 그룹 위기 개선의 방편으로 중앙대를 활용했다는 평가에서다. 실제 두산그룹은 2008년 두산건설이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로 위기에 빠지자 중앙대 일감을 두산건설에 몰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교육부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대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대형 공사 8건, 총 2457억원 규모를 수의계약으로 두산건설에 몰아줬다. 두산그룹이 같은 기간 낸 기여금보다 400억원 넘게 많다. 중앙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두산이 중앙대에 해준 것보다 중앙대에서 챙겨간 게 훨씬 많다”면서 “학교법인 운영 포기 타진 배경엔 일감 확보 등이 어려워진 탓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토로했다.

“두산 없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 목소리도

두산그룹은 중앙대와 수의계약으로 두산건설 일감을 챙기고도 대학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법인은 대학 캠퍼스와 부속병원 내 식당·매점·문구점·서점 등을 임대해 주고받는 보증금 및 임대료를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 수입으로 처리했고, 교직원을 고용한 ‘사업주’로서 내야 할 돈인 법정부담금은 교비회계로 처리했다. 2018년 기준 중앙대학교법인이 법정부담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82억4900만원 수준으로 전체의 67.5%에 머물렀다. 나머지 32.5%는 학생들로부터 받는 등록금 수입 등으로 이뤄진 교비회계로 충당했다는 뜻이다.

실제 학교법인 중앙대의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기업이 학교 법인을 운영하지 않는 서울 내 주요 사립대보다는 높았지만, 성균관대에 비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앙대와 함께 기업(삼성그룹)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대학인 성균관대는 2018년 학교법인이 100% 법정부담금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대 한 교수는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운영하면서 대학 경쟁력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렇지도 않다”면서 “건설 지원으로 중앙대의 부채는 치솟았고 학생들의 등록금이 빚을 갚는 데 쓰였다. 두산이 없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홍보팀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운영 포기 타진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32호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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