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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LF, ‘패션 사업’ 떼어내나] ‘기업 뿌리’ 패션 줄이고, 식품사업 키우는 LF 

 

하반기 패션 3사업부 법인분리 목표… 태인수산 통해 ‘승계 준비’ 분석도

LF가 돈 안 되는 사업 정리에 나섰다. 실적이 나쁜 사업은 그룹의 주력인 패션 부문이라도 잘라내는 강수를 뒀다. ‘인수합병(M&A) 전문가’라고 불리는 구본걸 LF 회장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LF그룹이 패션 사업부문 3사업부를 떼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F 패션사업부는 패션 브랜드 ‘닥스’ ‘마에스트로’ ‘헤지스’가 속한 1사업부, ‘알레그리’ ‘질스튜어트뉴욕’이 있는 2사업부, ‘티엔지티’ ‘블루라운지’ ‘일꼬르소’의 3사업부로 나뉜다.

올 하반기부터 3사업부가 LF에서 독립할 예정이다. LF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LF의 패션사업부문 중 3사업부는 지난 1월부터 분사를 준비하며 관련 TF팀이 꾸려졌다. 관계자는 “3사업부 분리법인 체제는 지난해 12월에 결정났다”며 “기존 계획은 올해 4월부터 분사하는 것이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시기가 늦춰져 8월에 분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 임대료 등 LF 산하에서 지출해야 하는 공동경비를 줄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법인을 분리한다는 것이 명분이다. LF는 의류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기 2006년 11월 1일자로 LG상사로부터 분할한 기업이다. 그런데 기업의 주력 패션사업 중 하나를 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3년내 식품기업 10여곳 인수


LF 홍보 관계자는 ‘패션사업 떼어내기’ 분석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패션사업부문의 3사업부 분리 때문에 이 같은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내부 이야기가 어떻게 외부로 나갔는지 연유를 모르겠다”며 “분사 준비에 대한 이유를 말하자면 패션사업부 3사업부에 속한 브랜드가 대부분 백화점에 입점하는 고가의 브랜드들이기 때문에 비용구조가 맞지 않아 결정한 것이다. 다른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돈이 되는 식품사업은 확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식품회사를 계열사로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식품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2007년 LF푸드를 설립하고 씨푸드뷔페 ‘마키노차야’를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2017년엔 스파클링와인 버니니와 맥주 브랜드 브루독을 국내에 독점으로 유통하는 주류회사 ‘인덜지’와 일본 식자재 회사인 ‘모노링크’, 유럽 식자재 기업 ‘구르메F&B코리아’ 등 다양한 M&A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LF푸드의 100% 출자회사인 모노링크를 통해 식육, 수산물 가공, 냉동식품을 제조하는 ‘엘티엠푸드’와 이를 유통하는 도소매기업인 ‘네이쳐푸드’를 추가로 인수했다. 모노링크는 두 회사 지분을 100% 취득했다. 이 시기 화장품, 주얼리 기업도 인수했지만 주력은 식품기업이었다.

LF의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도 식품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부동산투자회사로부터 자산의 투자, 운영 업무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 2018년 11월 LF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주식 111만8618주를 1898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LF는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50.74%를 차지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LF의 부동산신탁회사 인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식품사업을 키우기 위한 초석으로 보는 분석이 강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맥도날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맥도날드는 단순히 햄버거 파는 기업이 아닌 부동산 회사였다”며 “식품사업을 하려면 식자재 유통기지에서 식품 판매장, 식음료 매장 등 많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동산 회사가 식품사업을 시작하기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임대사업 등 부동산 수익을 통해 LF는 유동 가능한 자금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부동산 금융으로 LF의 자본 기둥이 세워진다면 돈이 되지 않는 패션 사업은 언제든 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걸 회장이 지분 100%을 보유한 ‘태인수산’이 4월에만 장내매수로 LF 주식 7만6048주, 8억8400만원 어치를 사들인 것도 식품사업 강화 경영 전략과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2018년에 설립한 태인수산은 ‘조미김 가공업’ ‘농수산물 유통업’ ‘음식점업’을 전문으로 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태인수산은 4월 6일 LF 주식의 2만3107주, 7일 8959주, 9일 2만857주, 10일 2만2413주, 13일 712주를 매수하며 지분율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태인수산의 LF 지분율은 0.26%이다.

‘키맨’으로 김상균 부사장 꼽혀


LF그룹의 이런 사업 재조정은 실적에 따른 전략적 구성으로 풀이된다. 패션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지만 식품사업 매출 추이는 지속해서 성장세인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평가다. 패션사업이 핵심인 LF 매출액은 2017년 1조6020억원, 2018년 1조7066억원, 2019년 1조8517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7년 1101억원, 2018년 1195억원, 2 019년 875억원으로 하락했다.

이에 비해 식품사업을 담당하는 LF푸드는 매출액 2018년 360억원에서 2019년 622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고, 다른 식품 계열사인 모노링크의 매출액은 2018년 85억원에서 2019년 92억원으로, 구르메F&B코리아 매출액은 2018년 340억원에서 2019년 399억원으로 늘었다.

결국 LF그룹이 돈을 크게 벌지 못하는 사업은 점차 떨어내고, 매출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돈 되는 사업’ 중심으로 가겠다는 포석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앞으로 식품, 유통 등 신규 사업을 시작해 LF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며 “LF 뿌리인 패션 사업을 완전히 접을 순 없겠지만 패션사업 규모를 줄이고 식품사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몇해 동안 식품사업을 강화한 CJ와 비슷한 전략을 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LF의 경영 전략 중심에는 김상균 부사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F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과거 신사부문, 숙녀부문, 액세서리 사업부문으로 나뉘던 구분을 해체하고 현재의 패션사업부문으로 통합됐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는 김상균 부사장이 패션사업부문장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김상균 부사장이 패션사업부문을 쪼개고 LF로부터 분리하는 데 있어서 이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키맨(Key man)’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한다.

LF의 이 같은 사업 개편에 대해 또 다른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견해도 있다. ‘조미김 가공업’ ‘농수산물 유통업’ 등 식품사업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태인수산이 LF푸드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으면 몸집을 몇 배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LF의 식품업체 인수 추세를 보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2세 경영 승계’ 첫 단추 꼈다 관측도

태인수산 지분은 100% 구본걸 회장 소유로, 이는 구 회장의 딸 구수연(31) 또는 아들 구경모(24)씨에게 넘겨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인수산의 최근 LF 주식 사들이기가 차후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구 회장이 태인수산을 2세에게 승계하면 태인수산의 LF 지분이 2세의 몫이 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구본걸 회장이 63세로 아직 젊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겠지만, 10여년이 지난 후 자녀들에게 태인수산의 경영을 승계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비상장 회사는 상장사보다 비교적 세금 측면에서 금액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비상장사인 태인수산은 충분히 승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태인수산의 LF 지분 인수를 두고 ‘구 회장의 지배력 강화’ ‘지주사 전환 준비’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예측에 대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태인수산의 LF 지분율 0.26%은 아직 구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활용하기에 작은 수치다. 현재 LF 지분율을 보면 구본걸 회장 19.93%,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 8.55% 등이다. 한 회계사는 “지주사로서 전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2017년부터 무리한 인수합병을 진행한 LF는 지주사 전환에 투자할 유동자금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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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2호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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