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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상담 | ADHD 자녀 갈등 극복] “에디슨, 아인슈타인, 부시도 ADHD였다” 

 

과다행동→열정, 주의산만→창의력, 충동성→모험심 발전 가능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회사원이다. 아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몸엔 놀다 생긴 상처투성이고, 밥을 먹을 때나 피아노를 칠 때나 몸을 가만두지 못한다. 학용품을 잃어버리는 것도 다반사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지만 곧장 싫증을 낸다. 게임이나 놀 때를 제외하곤 집중하는 것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걱정이 됐지만 “크면 나아질 것”이라는 남편의 말에 기다려보기로 했다.

초등학교 2학년 참관수업으로 학교에 갔던 날, 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40분 수업 중 아들은 반 아이들과 다르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고,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선생님을 힘들게 했다. 학부모들의 황당한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최근 사태가 더 나빠졌다.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수업 도중 밖으로 나가 들어오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학교를 달려갔을 때, 아들의 학습태도는 물론 사회성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음을 절감하게 됐다. “주위 아이들에게 피해가 되니 약물치료라도 받아야 되지 않느냐”는 말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후 남편과 함께 아들을 타이르기도 하고, 혼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만 더 멀어질 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간 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맘을 찌른다. 남편은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으면 된다며 위로하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뾰족한 방법은 없을까 알아보고 매일매일 고민을 거듭하지만,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가 훈련받아서, 아이를 직접 도와야

ADHD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다. 3대 증상은 주의산만·과다행동·충동성이다. 좋아하는 것만 하려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한참을 나대다가도 어느 순간 멍 때리기에 빠진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다. ADHD는 전두엽 미숙에서 온다. 전두엽은 뇌의 사령탑이다. 성인이 돼야 완성된다. 주 기능인 기획·통제·조절·동기 능력이 떨어진다.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는 게 어렵다. 하던 것을 멈추지 못하고, 충동과 감정 조절이 힘들다. 과제에 대한 흥미와 동기도 낮다. 크면서 과다 행동은 줄어들지만 주의산만·충동성은 오래 간다. 그냥 놔두면 절반 이상이 성인 ADHD로 진행된다. 성인 ADHD는 잦은 교통사고와 이직, 각종 중독이 특징적이다.

ADHD가 급증하고 있다. 아동기 유병률이 8~15%다. 30년 전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ADHD, 자폐증, 틱, 아스퍼거증후군(사회성결핍) 등 신경발달장애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칭된다. 경중에 따라 유사증상을 보이고, 동반 질환으로 나타난다. 좌우뇌 불균형이 주된 특징으로, 남아에게 더 많다. ADHD는 5배, 아스퍼거증후군은 7배, 자폐증은 10배다. 원인은 무엇인가? 임신 중 흡연, 모유중단, 제왕절개, 항생제, 농약, 환경호르몬, 중금속을 의심한다. 유전자조작식품, 설탕, 조미료, 글루텐(밀가루)도 거론된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살아남는다.” 원시시대에는 주의산만·과다행동·충동성이 남자에게 중요한 행동이었다. 사냥하려면 이리저리 살피고 빨리 움직이고 즉각 반응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에는 방해 되는 행동이 되었다. 과거에 덜렁거리고 활동적인 골목대장이 요즘은 부주의하고 충동적인 ADHD로 취급받는다. 사회 변화가 환자를 만든 것이다. 현대사회는 자원이 풍부하고 안전하고 여유가 있다. ‘즉각반응’하는 인간보다는 ‘문제해결’하는 인간이 생존하는데 더 유리하다.

“늦된 아이가 저절로 낫지 않는다.” 아이는 안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것이다. 머리가 나쁜 게 아니고, 실행을 못하는 것이다. 내버려두면 학교생활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 학습이 뒤처지고, 불안·우울·비행이 나타나고, 사회성이 망가진다. 자라나면서 상처는 더 커지고, 격차도 더 벌어진다. ADHD는 진단이 어렵다. 자주 오진되고, 행동·학습·정서 문제가 겹쳐 나타난다. 약물치료가 80% 정도 호전을 보인다. 2년 이상 꾸준히 치료한 경우 커서 좋은 결과를 보인다. 행동치료·학습치료·놀이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뇌파치료도 효과가 있다. 환경 독소를 피하고, 탄수화물을 배제하는 식이요법이 추천된다.

“아이 문제는 부모 탓이 아니다.”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래도 양육과정에서 부모 노력이 중요하다. ADHD는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약물치료에 모든 기대를 걸 수 없다. 약을 끊으면 증상이 나빠지고, 2~3년 쓰다보면 효과도 떨어진다. 뇌기능 발달의 증거도 미약하다. 교사에게 모두 맡길 수 없다. 부모가 나서야 한다. ADHD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도록 교사와 주변에 알려야 한다. 전문가에게 모든 기대를 걸 수 없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부모가 훈련받아서, 아이를 직접 도와야 한다.

아이의 잠재능력에 주목하자

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ADHD는 평생 갈 수도 있다. 장기전을 대비하자. 순자의 ‘천리마 이야기’가 있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가지만, 조랑말도 열흘이면 간다. 가는 데를 알지 못하면 천리마라도 도달하지 못한다.”

첫째, 사랑과 신뢰가 기본이다. 조건 없이 사랑하자. 사랑이라는 것은 어렵다. 사랑은 책임감에서 나온다. 아이를 위해 나를 버리는 것이다. 비판 없이 신뢰하자. 신뢰는 의무감에서 나온다.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영원한 후원자가 되자. “나는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잠시 떠맡았다. 네가 최고의 너를 만날 때까지 100% 책임질 것이다. 세상살이는 어렵지만 어떤 난관도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다. 나는 네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둘째, 기다림과 인내가 중요하다. 비교하지 말자.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 상처받는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것이다. 격려하고 칭찬하자. 못 한다고 야단치면 상처받는다. 자부심이 없어진다. 아이는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 칭찬보다는 중간 과정에서 격려해야 한다. 하나하나 함께 하자. 못 한다고 지적하면 상처받는다. 자발성이 사라진다. 하고 싶어 하는 것부터 늘리자. 싫어하는 것은 혼자하기 어렵다. 아이 속도에 맞춰야 한다. “인내는 단련을 낳고, 단련은 소망을 이룬다.”

셋째, 역발상이 필요하다. 아이의 천재성에 주목하자. 에디슨, 아인슈타인, 부시도 ADHD였다. 과다행동은 열정, 주의산만은 창의력, 충동성은 모험심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이는 흙 속에 묻힌 보석과 같다. 아이의 잠재능력에 주목하자.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클 수 있다. 창의력과 호기심이 뛰어난 사람으로 클 수 있다. 용기 있고 모험심이 강한 사람으로 클 수 있다. “나는 네가 잘 할 줄 믿는다. 너는 해낼 것이다. 너는 대단한 아이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534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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