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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종의 고령사회 부동산 담론] 초고령사회 ‘임자 없는 땅’이 늘고 있다 

 

일본선 규슈 본섬 면적이 소유자 불분명… 토지활용 막고 생활환경에도 악영향

‘부재지주토지’는 부동산등기부 등의 정보로 조사해도 소유자가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되어도 소유자 본인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 토지다. 일본에서는 ‘소유자 불명 토지’라 부른다. 일본정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복구사업으로 집단이전을 계획하고 예정지를 선정했다. 그러나 해당 토지의 상속등기가 돼있지 않아 소유자의 소재 파악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진척을 내지 못하는 사태가 다수 발생했다.

예를 들어 도로공사 예정지는 당초 메이지시대 47명 공유지로 등기돼 있었는데, 시간이 경과하면서 상속권자가 약 500명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중 3분의 1은 사망 또는 해외이주로 연락이 두절됐고, 나머지 3분의 2는 토지매수교섭을 하는데 막대한 행정력이 소모됐다.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토지 이용도가 저하되고, 토지에 관한 국민의 소유의식이 약화되는 등 사회적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토지의 상속등기가 수대에 걸쳐 진행되지 않으면서 부재지주토지와 관련한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재지주토지는 공공사업과 민간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상황에서 원활한 토지의 이용을 저해하고 관리부재를 초래한다. 게다가 인근 주민의 방재·위생·경관 등 생활환경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또 소유자의 탐색과 확정에 막대한 절차와 비용(시간·노력 포함)이 소요돼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행정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정기관의 접근도 어렵게 한다.

일본도 오래전부터 농지개혁, 구획정리사업, 토지재개발사업 등에서 ‘부재지주토지’가 발생시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재조명되었다. 토지재개발이나 이주를 촉진하는 사업을 할 때 소유자 불명 부동산이 수용이나 복구사업에 걸림돌이 된 것이다.

日, 인구 감소·고령화로 토지이용 저하 골머리


‘소유자불명토지문제연구회(좌장 마스다히로야)’는 2016년도 지적조사(563개 지방자치단체 총 62만2608필지)를 토대로 총인구와 65세 이상 사망자 수의 상관관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상속발생시의 미등기 비율(약 27~29%)에 근거해 부재지주토지를 추산했다. 그 결과 소유자 불명률은 약 20%로 확대돼 2016년 시점에서 존재하는 부재지주토지는 약 410만㏊로 추정했다. 이는 일본 규슈 본섬의 면적(약 367만㏊)을 훌쩍 넘는 방대한 면적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면적은 급속도로 증가해 2040년까지는 약 310만㏊(약 3300만 필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상속 등에 대한 의식이 현재 수준이라고 가정을 한 후, 2016년도 지적조사를 통해 얻은 ‘필수당 토지면적(평균)’에 상속미등기율과 사망자 수를 곱해서 소유자가 불명확한 토지면적을 추산한 결과다. 현재 부재지주토지(약 410만㏊)와 합하면 약 720만㏊까지 증가해 홋카이도 본섬의 면적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다. 홋카이도 본섬의 면적은 약 780만㏊이다.

연구회는 부재지주토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2016년 약 1800억 엔으로 보았고, 부재지주 토지면적의 증가 등을 고려하면 2040년엔 약 31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17~2040년의 누적손실은 약 6조 엔에 이를 전망이다.

부재지주토지가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첫째, 인구 감소·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토지이용도의 저하다. 전쟁 후 고도 경제성장기는 왕성한 토지수요에 힘입어 땅은 가격이 급등하고, 현금보다 유리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버블 붕괴로 토지신화가 무너지고 토지를 매각은커녕 임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재산세나 관리비용도 부담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방과 농촌지역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둘째, 상속받은 토지의 미등기는 소유주 불명 토지의 가장 큰 증가 요인이다. 지방에서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대 도시권으로 이주한 사람들 중에는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가 사망해 상속이 발생해도 토지 소유의식이 희박해 상속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소유권 이전에 수반되는 법무사비용, 부동산취득세, 재산세 등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상속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셋째, 가족관계의 희석도 주된 이유다.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친족 간에도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아 상호 법률관계가 불분명하게 되고, 그 결과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애매해진다. 게다가 이혼·재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상속은 복잡해진다. 그러다보니 몇 차례 상속이 발생하게 되면 상속인의 수도 늘어나고, 때에 따라서는 그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는 경우도 발생한다.

넷째, 경제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지방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대도시로의 인구유출이 심화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장기방치토지 관리시스템 미리 구축해야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심각한 부재지주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소유자 불명 토지의 이용 원활화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2020년 ‘소유자 불명 토지의 등기 및 관리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각각 시행했다. 부재지주토지의 유효활용을 주안점으로 부재지주토지를 원활히 이용하는 구조, 소유자를 찾기 위해 지자체에 호적이나 주민표의 제출을 요구해 소유자의 탐색을 합리화하는 구조, 소유자가 불명의 토지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구조로 구성됐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와 대도시 집중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구구조의 큰 틀이 베이비붐세대에서 에코세대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사망자 증가로 인한 상속 다발 시대를 시야에 넣고 보면, 부재지주토지 등의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수년 안에 지방도시와 농어촌을 중심으로 토지이용도나 자산가치가 낮은 토지부터 소유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세무당국이 과세하는 과정에서 전체 과세자 중 사망자에게 과세하는 오류가 6.5%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방세 과세에서도 지방도시와 농어촌을 중심으로 유사한 경우가 이미 나타나고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토지의 소유의식이 약화되는 등 사회적 상황이 바뀌는 경우에 대비해 소유권의 포기나 포기된 토지소유권의 귀속처 등 토지를 처분하기 위한 시스템구축을 검토해야 한다. 장기간 방치된 토지소유권의 간주 포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 필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글로벌 프롭테크 전공 주임교수로 고령화와 관련한 사회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정책위원회, 행정안전부 지방세 과세포럼,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인주택 파노라마], [지방소멸 어디까지 왔나], [생활 속의 부동산 13강]등이 있다.

1535호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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