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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시장 관심이 성장성에 쏠리며 뚜렷해진 주가 차별화 

 

성장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목이 각개 약진할 것

▎사진:© gettyimagesbank
세계 경제가 실업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하반기에 경제가 강하게 V자 반등을 할 거란 기대도 후퇴했다. V자 반등을 하기는 하는데 그 강도가 약하고 반등 후 지지부진한 옆 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란 전망이 새롭게 대두됐다.

미국의 4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대로 전월 대비 2000만명 넘게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조치가 반영된 수치로 서비스업과 제조업, 건설업 모두에서 고용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서비스 중단으로 도소매와 레저 등 서비스업의 고용 부진이 특히 심했다. 실업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인 14.7%로 상승했다. 한국 역시 4월 고용지표가 좋지 않았다. 계절조정 실업률이 3.8%로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지만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대비 47만명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 교육서비스, 도소매를 중심으로 감소했는데 이들 역시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대면 서비스업종이다.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 시장이 코스피를 압도


악화된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주중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달랐기 때문인데 현재 시장은 경제 펀드멘털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라는 이벤트와 미래에 대한 기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닥 상승이 돋보였다. 주요국 주가 중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고점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나스닥이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고점보다 7% 정도 낮은 상태다. 다우지수를 비롯해 유럽 시장은 이미 4월초에 상승을 끝내고 한 달 넘게 오랜 횡보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코스피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이 나스닥과 유럽시장 사이에 위치해 있지만 5월 들어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러 시장과 비교해 코스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코스닥이 오른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중소형주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 나스닥이 선전하고 있지만 중소형주 강세는 아닌 것은 미국의 대형주지수인 S&P500이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보다 월등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코스닥으로 표면화됐을 뿐 성장성이 높은 섹터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와 언텍트 등 코로나19관련 부문이 성장이 높은 쪽으로 분류돼 있는데 코스닥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자연히 코스닥 상승이 두드러져 보인 것이다. 미국은 IT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정책도 코스닥 강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전국에 5G망을 구축해 금융, 의료, 교통분야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교육, 의료영역에서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해 해당 부문이 우리 경제의 중심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 및 비대면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 발표로 코스닥에서 관련주가 상승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중소형주에서 테마가 만들어지고 적용 기업이 늘어나는데 정부 정책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특정 섹터를 핵심 육성 부문으로 지정할 경우 해당 부분에 예산 배정이 늘어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운용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이 대표적인 경우다. 대기업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낙인찍히자 경제를 끌고 갈 새로운 주체가 필요했다. 이때 선택된 게 벤처였다. 1999년 정부가 벤처 살리기 일환으로 코스닥 등록 요건을 완화했는데 때마침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여 코스닥시장이 급등했다.

국내 산업구조 변화도 주가에 반영

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했던 주가가 대부분 회복됐다. 이제는 낮은 가격만으로는 주가를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건데 그 틈을 성장이 뚫고 들어왔다. 당분간 성장성 있는 섹터와 보통 기업 간에 주가 차이가 계속 벌어질 걸로 보인다. 이런 일시적 재료 외에 우리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중소형주 강세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포스코, 현대차, 한전, KT 같은 대표 기업의 주가가 최고치 대비 50~70% 넘게 하락했다. 실적은 주가만큼 나쁘지 않았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10년 전과 비슷한 5조원대이고, LG전자도 3조원 가량이다. 현대차를 제외하고 이익이 안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10년 사이 재벌 계열 대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에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들이 일정 수준의 매출과 이익을 유지할 뿐 성장을 기대하긴 힘든 존재가 됐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치가 낮아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재벌 계열 대기업의 역할이 줄어든 대신 새로운 산업의 힘은 강해졌다. 지난 10년간 네이버 주가가 4배 올라 시가총액 4위가 됐다. 10년 전에는 주식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시가총액 3위와 6위로 올라섰다. 세 곳 모두 성장성으로 주목 받고 있는 플랫폼과 바이오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주가는 계속 상승한 반면 자동차를 비롯해 전통적 산업은 힘을 쓰지 못했다. 수익을 내는 형태가 다양해져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10년 전에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에서 플랫폼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밖에 되지 않았다. 2020년이 돼도 해당 비중이 5%를 넘지 않을 거란 예상이 대다수였지만 이미 애플과 아마존 두 회사의 시가총액만이 전체의 8%를 넘었다. 그래서 지금은 2040년에 미국 상장기업의 이익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을 거란 전망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S&P500지수 내에 있는 플랫폼 기업의 이익이 330% 증가했는데 앞으로 그 절반만 늘어도 예상 수치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진행 중이다. 액면가 5천원으로 환산할 경우 네이버 주가가 1000만원을 넘었다. 다음카카오도 현대차와 시가총액 10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데 이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당분간 성장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목이 각개 약진하는 상황이 벌어질 걸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이 성장성으로 쏠린 이상 앞으로 주가 차별화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가격이, 다른 쪽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텐데 늦더라도 상승 쪽에 몸을 싣는 게 좋다. 지금은 마음 편한 투자가 좋은 투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36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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