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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엔 ‘탁 트인 전망’이 치료제“이거 영업 3팀에서 해보는 게 어때?” 며칠 전 사장이 던진 말 한 마디가 바윗돌처럼 가슴을 짓누른다.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버거운데 그 어려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다. “일단 해보라”고 하니 들고 나오긴 했는데 암담하다. 과장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한숨만 쉰다. 왜 하필 나에게 맡겼을까? 나가라는 건가? 여기서 나가면 뭘 하지? 며칠 전 본 매출 수치가 하루 종일 뇌리를 맴돈다. 아무리 경기가 안 좋다 해도 너무 떨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대책이 안 선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몰라 미칠 것 같다.이럴 땐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좋다. 일어나서 좀 더 넓은 곳으로, 가능하면 탁 트인 전망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런 곳에 시선을 두는 게 좋다. 눈이 탁 트이면 숨이 트이고 마음도 트인다. 눈이 넓어지면서 마음도 넓어진다. 우리는 정신이 몸을 움직인다고만 생각하지만 최근 뇌과학 연구에서 나타나듯 몸도 정신을 움직인다.많은 연구에 의하면 자연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가 해소된다.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 숲이나 공원 같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말할 필요도 없다. 긴장을 완화시켜 주고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 우울함을 가시게 한다. 도파민을 통해 가벼운 흥분이 일어나기도 한다. 식물이 자기보호를 위해 만든 피톤치드는 원래 세균을 죽이는 용도이지만 우리 마음의 세균 같은 불안에도 효과가 있다. 숲 속을 산책하면서 눈길을 끄는 나뭇잎이나 새의 깃털, 나뭇조각 같은 걸 줍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전환이 된다. 일명 ‘채집 황홀’이라는 행동이다.(에마 미첼, [야생의 위로])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싶거나 마음이 어지럽다 싶을 때 혼자 조용한 곳에 앉아 자신의 숨소리를 들어보라. 예상 외로 숨이 거칠고 불규칙적일 것이다. 이럴 때에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가능하면 코로 숨 쉬는 게 좋다. 호흡에는 흉식 호흡과 복식 호흡이 있다. 흉식 호흡은 가슴으로 숨 쉬는 것이고 복식 호흡은 배로 숨 쉬는 것인데, 복식으로 호흡하면 숨(산소)을 더 깊게 들이마실 수 있어 정신을 맑게 할 수 있고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자꾸 불안 수치를 높이는 상황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불안을 부채질하는 상황 안에 있으면 그 안에서 헤매게 되고 결국 매몰될 수 있다. 미로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오게 되면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은 상황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가 된다. 왜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산책이나 샤워, 드라이브를 하는 도중 떠오를까? 상황을 벗어날수록 그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작은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상황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라면 마음만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휴가 때 찍은 사진이나 가족사진,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옆에 두고 거기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다. 눈을 감고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리거나 명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읽으면 마음이 진정되는 책들을 가까운 곳에 비치해 놓는 것도 좋다. 헝클어지고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된다.(화를 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말만 간단히 하고 빨리 그곳을 벗어나는 게 좋다.)
40·50대에 쓰러진 이들의 공통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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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을 줄도 알아야 한다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일을 잘했으니 승진했고 그래서 리더가 된 이들은 왜 이렇게 일이 지지부진한지(복장 터진다!), 서투르고 실수하는지(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하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을 겪게 된다. 참지 못한다. 리더가 됐으니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까지 더해지면 화내는 일이 일상이 되거나 ‘내가 하고 말지’라는 수렁에 빠진다. 그렇지 않으면 일 잘 하는 사람에게 몰아줘 그를 허덕거리게 한다. 이 역시 분리불안의 일종이다.걸으려 하는 아이가 엎어지고 깨지는 걸 지켜보고 있어야 좋은 엄마이듯 리더는 구성원이 그러는 걸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 하고, ‘모두’ 이렇게 해야 한다는 굴레를 스스로 짊어지지 말아야 한다. 하려는 일이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갈수록 알게 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정상적이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다. 언제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게 정상이다.완벽을 지향하되 완벽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충격이 덜하고 대처할 수 있다. 가끔 게으른 이들이 리더가 되면 의외로 역할을 잘 수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자신의 손으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 그러니까 리더가 하지 말아야 할 일에 게으르다.우리는 보통 뭔가를 함으로써 불안을 줄이려 한다. 자꾸 일을 만든다. 성과가 아니라 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니 날마다 바쁜데도 되는 일이 없고 성과도 없다. 당연히 갈수록 불안해진다.능력 있는 리더가 되려면 반대로 해야 한다. 이전까지 해왔던, 자신의 손으로 성과를 내는 일에서 상당 부분 손을 떼야 한다. 손이 근질거리고 속이 터져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목젖을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불기둥을 참아야 한다. 대신 어떤 일을 누구에게 어떻게 시켜야 할지, 누구의 어떤 능력을 어디에 사용할지 아는 능력을 기르는데 집중해야 한다.리더는 효과적으로 일을 시키는 사람이니 항상 궁리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잘 시킬 줄 알아야 더 많은 사람에게 일을 시킬 수 있고,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수많은 리더들을 봐왔지만 이런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었다. 궁리하고 애쓰고 경험한 만큼 능력이 생겨난다.무엇보다 필요한 건 욕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 잘해서 승진하고 리더가 된 이들은 칭찬에 익숙하기에 항상 칭찬(인정) 받으려 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서 하는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다. 주력해야 할 일과 덜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한 다음, 주력해야 할 일에서는 인정을 받고, 덜 해도 되는 일에서는 욕먹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이스가 했다는 말 그대로다. “현명하다는 건 무엇을 무시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욕먹기로 작정한 일에서 욕을 먹으면 뒷맛은 개운치 않아도 불안하지는 않다.서투른 부하의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그렇다. 그를 대신해 욕먹을 줄 알고, 그렇게 성장을 시켜주어야 리더다. 이렇게 먹는 욕을 귓등으로 넘길 줄 알아야 내 편, 내 사람이 만들어진다. 좋은 평판 들으려고 혼자 일 다 하고, 혼자 깨끗한 사람은 결국 혼자 남게 된다.
쉬는 것도 리더의 능력이다또 하나, 생각 이상으로 필요한 게 쉬는 능력이다. 이걸 능력이라고 한 건 위로 올라갈수록 잘 쉬는 게 분명한 능력이 되는 까닭이다. 사원 직급에서 휴식이란 단순히 일하지 않는 것일 때가 많지만 리더에게는 휴식도 일이다. 일부러 시간 내서 쉬지 않으면 쉴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인간의 인지능력은 한계가 있기에 쉬어야 일할 수 있다. 인지능력을 많이 써야 하는 리더는 더 그렇다. 쉴 줄 모르는 사람은 시간이 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잠자고 놀이공원 가는 것 같은 남들이 하는 것만 한다. 그리 재미있지 않으니 그러는 동안 머리가 계속 돌아간다. 도랑에 빠진 바퀴처럼 헛돈다. 헛돌수록 더 깊이 빠지고 타이어까지 마모되듯 마음도 닳고 닳는다. 불안에 취약한 마음이 된다.너무 심하게 일하지 않아야 하고, 억지로라도 쉴 줄 알아야 한다. 정원 가꾸기처럼 뭔가를 열심히 하는 것도 휴식이 될 수 있다. 이런 걸 초보 리더 때부터 부지런히 발굴해 놔야 갈수록 지치는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다. 자연이 아니더라도 그곳에만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힐링이 되는, 일명 나만의 장소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월요일이 다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시간이 짧다. 회복탄력성이 좋다. 여기서 얻게 되는 느긋함으로 정도 이상으로 예민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다.※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