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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금 올라 급여 줄고 영업부담은 커져그러나 택시회사들은 우회적으로 사납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저 영업 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성과급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기존 주·야간 각각 13만5000원~14만원(서울 기준) 수준이던 사납금을 주간 15만5000원, 야간 17만800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기사가 내야 할 월 사납금이 1개월(26일 출근 기준)간 351만~364만원에서 주간 403만원, 야간 462만8000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서울지역 법인택시 기사의 월 평균 매출이 약 48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증가했다.예컨대 주간 근로자가 ‘월 기준 운송 수입금’에 30만원 미달한 373만원밖에 승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성과급에서 미달한 금액만큼 제외한 급여를 받게 된다. 월 기본급에서 공제하는 것은 불법이라 성과급·승무수당 등 보조수당에서 지급액을 줄이게 된다.서울지역 한 법인택시 기사는 “택시 사업이 인건비·운영비 싸움이기 때문에 회사가 최소 수익 기준을 만드는 것은 이해한다. 애초에 고정급제가 정착될 것이라고 기대도 안 했다”며 “다만 사납금이 올라 부담이 커졌으며 업무 강도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카카오T블루’ 직영택시기사 월 급여를 월 260만원 보장에 인센티브를 지급이던 것을 기본급 180만원대에 인센티브 지급으로 조정했다. 인센티브 비중을 높여 기사의 최소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비중이 커지면 사납금 제도와 별반 다를 게 없어지며,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한 택시기사의 불친절 및 승차거부 병폐가 사라지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법인택시 기사들이 이처럼 자신들에게 불리한 안을 받아들인 것은 모빌리티 혁신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 때문이었다. 2018년 카카오가 모빌리티 분야에 본격 진출하자 택시기사들이 분신하는 등 혼란이 커졌다.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했다. 모빌리티 사업자 중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유일하게 참여했다.대타협기구는 카카오택시의 오전 7∼9시와 오후 6∼8시 운행, 주말 운행 금지, 택시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의 합의를 끌어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가 인정한 사실상 유일한 모빌리티 사업자가 된 셈이다. 택시업계는 전액관리제를 대가로 기사들의 협조를 구했다. 대타협기구에서 협상력을 강화하기 반대 목소리를 높여달라는 것이다.실제 대타협기구 합의가 이뤄지자 지난해 7월 택시발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 렌터카를 빌려 승객을 나르는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 타다를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올 3월 국회를 통과했다. 더 이상의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 싶은 정부·여당과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손잡고 모빌리티 분야의 신규 사업자 진출을 차단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택시 업계는 모빌리티 사업자가 더 늘어나는 것은 피하고 싶어 했으며, 대화에 협조적인 카카오모빌리티까지는 인정하자는 기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문제는 전쟁을 마치고 전리품을 나누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애먼 기사들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법인택시들은 유사 사납금 제도를 운용하며 기사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택시 회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가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에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월급제를 시행해 기사들의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도 현장에선 왜곡돼 나타나고 있다.이러자 택시업계의 총구는 다시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카카오T의 가맹수수료 때문에 택시업계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T는 사용자 2400만명과 가맹택시 5200여대, 직영 택시 900여대, 기사 24만 여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택시 애플리케이션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호출 중개만 했으나, 가맹사업에 뛰어들면서 법인택시로부터 운행 요금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월 20일 열린 ‘플랫폼 택시 발전 및 독점적 지배시장 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해 “손해를 감수하고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더니 이제는 수익을 올리겠다며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불공정 가맹계약을 맺고 있다”고 비판했다.
‘T맵’ ‘온다’는 경쟁 안 돼 시장독점 심화택시업계는 또 카카오T가 수수료율이 높고, 카카오T블루 등 카카오모빌리티 소속 택시에만 좋은 호출을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사들의 최소 납입금액 하한이 올라 택시업계의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플랫폼을 쥐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이 택시가 호출 승객에게 도착하는 시간과 기사 평가, 기사 배차 수락률, 기사 운행 패턴, 택시 수요와 공급 비율, 실시간 교통상황, 최근 운행 분포 등을 고려해 배차하기 때문에 특정 차량에 콜을 우선 배정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의 구성과 항목별 중요도 등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카카오와 택시업계 간 맺은 운송 약관에 카카오가 임의로 콜을 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택시업계도 여기에 서명했다. 카카오가 콜 규정이나 알고리즘 방식을 변경해도 택시업계는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이 때문에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T의 독점 구조를 깨겠다며 SK텔레콤의 ‘T맵택시’나 모빌리티 스타트업 ‘온다택시’ 등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이들 서비스를 사용하는 승객이 많지 않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법인택시 기사는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자는 취지로 T맵택시 단말기를 설치했지만, 카카오T와 비교해 콜이 들어오는 횟수는 극히 적다”며 “사실상 카카오T에 종속돼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