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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의 IT 사회학] ‘넥스트 차이나’는 인도? 

 

일대일로에 끌어들이려는 중국… IT 공룡을 불러들이는 인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 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공개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는 다른 경제위기와는 달리 돈의 흐름이 아닌 사람과 물자의 흐름을 막아 버렸다. 사람과 물자가 움직여 돈을 다시 흐르게 할 수는 있어도, 거꾸로 사정은 돈을 풀어도 잘 되지 않는다. 흐름을 막는 것은 검역만은 아니다. 감정이 막기도 한다. 방역 실패는 각국의 문제지만 이 불만을 배출하고 싶은 정치권은 밖에서 공적을 찾곤 한다. 자욱하던 미·중 무역의 이상기류는 폭풍이 되기 시작했다.

세계화, 자유무역과 동의어였던 정보기술(IT)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래저래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각 기술 기업들은 잃어버릴 뻔 한 생산공장과 시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기 시작했다.

IT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인도 시장

애플은 400억 달러 규모의 아이폰 생산물량을 인도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중국이 그간 거의 독식했던 전체 생산량의 5분의 1에 달하는 양이다. 대만계 거물 하청업자 폭스콘(Foxconn)과 위스트론(Wistron)은 인도에도 공장이 있지만, 그 비중은 중국에 비해 미미했다. 주로 인도 국내와 근린 개도국 시장을 위한 구형 폰을 생산했는데, 그 존재 의미를 세제 혜택 등에서 찾곤 할 정도였다. 결국 이 정도의 생산 물량 이전은 상당한 용기와 결의를 나타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도 릴라이언스 재벌 산하의 통신사 지오(Jio)와 손잡고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인도 시장에 선보였다. 그 효과를 목격한 이들이 늘자 이 통신사는 불과 몇 달 만에 지분의 20% 가량을 세계에 팔기 시작한다. 페이스북·인텔 등이 투자를 감행했는데, 특히 페이스북은 57억 달러나 투하하면서 9.99% 지분을 확보했다. 아마도 페이스북의 메신저인 왓츠앱과 지오가 추진 중인 온라인 배달 서비스 지오마트와의 시너지를 노렸으리라 싶다.

지오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기업이었다. 안드로이드조차 쓸 수 없는 2만~3만원짜리 저사양 지오폰으로 대박을 냈다. 카이OS라는 웹기반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를 투입했는데, 구글은 이 빈자의 운영체제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구글 서비스를 밀어 넣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대신 경쟁 통신사인 에어텔에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마치 갑자기 ‘인도 붐’이라도 인 듯하다.

사실 구글 등은 ‘다음 10억(Next Billion)’이라는 마케팅 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 인터넷의 혜택을 본 적 없는 새로운 10억 인구가 인터넷·모바일로 들어올 때 미래가 열리리라는 것이다. ‘인도를 위한 구글(Google for India)’이라는 표어이자 행사도 연다. 인도만을 위한 앱과 서비스를 특별히 출시하며 편애한다.

공장이 아닌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놓친, 혹은 쫓겨난 많은 기업은 이처럼 미래가 바로 인도와 그 주변 근린 개도국들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광활한 성장 시장과 풍부한 노동력, 중국 이후의 팽창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긴장된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때 조금이라도 내 편을 들어 줄만한 거구가 옆에 있다면 친하게 지내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다.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이던 냉전 시절,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뒤에서 밀어줬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IBM에 어도비까지 상당수 IT 기업들의 수장이 인도인들이다. 인도에 진출하는 일은 일종의 금의환향. 아버지 한 달 월급으로 비행기 표를 사서 도미, 아메리칸 드림의 정점에 다다른 구글 CEO 순다 피차이의 일대기를 듣다 보면 인도 진출이란 잊었던 고국을 향한 정서적 활동 같아 보이기도 한다.

중국은 조바심이 난다. 허전함과 불안함을 채우기 위해 무리수도 두기 시작한다. 홍콩 국가보안법 등으로 체제를 단속하려 하고, 인도 주위 국가들을 노골적으로 ‘일대일로’에 끌어들인다. 인도는 당황한다. 중국판 GPS 베이더우(北斗)가 에베레스트 정밀 지도를 만들며 기술 굴기를 뽐낸다. 히말라야를 넘는 중국의 시선이 느껴진다. 인도와 가까운 신장과 티벳 자치구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불안해지기도 한다. 결국, 지난 6월 인도와 중국 국경에서 몸싸움으로 20명이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파키스탄·중국·인도가 으르렁대는 그곳은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 사연이 있는 그 땅에 엉켜 있는 이들은 모두 핵 보유국들이다.

인도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최악의 위기로 실업자만 1억2000만명, 실업률 27%로 건드리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다. 인도 정부는 총 59개의 중국산 모바일 앱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동종 인도 앱의 일간 트래픽을 11배 이상 급증시켰지만, 감정적 행동은 앞뒤를 재지 않기도 한다. 인도 세관은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수입을 유보해버려 졸지에 폭스콘 인도 공장이 멈춰서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치·경제적 예측불가능성은 여전

인도는 세계와 함께 중국을 배척하고 그 자리에 들어설 수 있을까. 0을 발견한 수학의 나라여서인지는 모르겠으나 CEO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들이 인도에는 많다. 아무래도 뚫고 올라온 경쟁의 규모가 다를 테니, 글로벌기업 이사회가 그 서바이벌 승자에게 전문경영을 맡기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조직은 어떨지 그 평가는 이제부터다. 다양성의 나라 인도는 그 바닥도 깊다. 다양하다 못해 계급을 두고 인도인끼리 괴롭히는 일이 미국 기업에서도 일어나기도 한다. 인도 지방으로 가면 수도시설이 없는 집이 80%도 넘는다. 심지어 도심부에도 많다. 원고 집필 시점 현재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폭증해, 미국·브라질 다음으로 많아졌다.

중국처럼 당에 의해 인프라가 정책적으로 동원되고 양질의 노동력이 훈련돼 대량 공급되는 사회주의적 기민함도 없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최근에는 친미 행보를 보이는 듯하지만, 북한 지원의 배후로 지목되는 중국과 러시아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회원에 태연히 가입돼 있기도 하다. 예측 불가능한 나라다.

글로벌 기업에게는 중국도 인도도 모두 예측 불가능한 지역의 대명사였다. 중국은 정치적 이유, 인도는 문화적 이유를 들곤 했다. 일부 IT기업에는 투자가 몰렸지만, 전반적으로 인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탓에 삼라만상 모든 것이 더 예측 불가능해진 시대.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이들은 그렇게 세계 경제의 지형을 인도양 쪽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1543호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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