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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의 IT 사회학] 게임 플랫폼과 수수료, 그 인식의 차이 

 

수수료는 ‘기준’ 아닌 ‘감정’의 문제... 지배적 플랫폼에 균열 생길까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게임 이미지. / 사진: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라는 대박 게임이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1조원 넘는 매출이 발생한 흥행대작이었는데, 이제 내려받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총 매출에서 30%를 애플이 떼어가는 것을 보다 못한 제작사 에픽은 자사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옵션을 넣었는데, 앱스토어가 약관 위반으로 쫓아내 버린 것. 30%의 수수료. 원래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면 속이 뒤틀리는 비율이다.

수수료란 보통 완벽하지 않은 나를 보완하는 데 대한 수고비다.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 가능해지게 될 때, 또는 홀로 할 수 없는 일을 함께해 준 고마움의 표시다. 대다수 앱 개발자들은 애플과 구글이 떼어가는 30% 수수료가 별로 아깝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 덕에 스마트폰 시장이 생겼고, 그들이 아니었다면 내 앱을 돈 받고 팔 방법이 별로 없었을 터임을 알고 있어서다.

앱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장사가 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배달앱을 둘러싼 갈등이 친근한 예다. 영세한 모든 이들은 세상이 완벽하지도 않고 내 편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상상속에나 있을법한 완벽한 장사꾼이라면 광고도 판촉도 필요 없을 테고 현금만 받겠다고 뱃심을 부리면 결제 수수료도 낼 필요 없을 것이다.

30% 플랫폼 수수료는 시장을 만든 공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니 뒷광고든 홈쇼핑이든 해야 하고 결국 무리하고 만다. 행여 대금 계산하다가 귀찮다고 떠나갈까 봐 손님이 원하는 결제 수단은 뭐든 마다할 수 없다. 이제 손님들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세상. 이런저런 앱의 어쩌고저쩌고 플랫폼에 무슨무슨 페이가 많이도 생긴다. 신용카드보다도 수수료는 훨씬 비싸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안 쓸 수도 없다. 완벽한 세상에서는 필요 없을 비용이지만, 비빌언덕이 없으면 돈으로라도 사야 한다. 수수료는 이처럼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불안감의 저울질로 결정되는 값이다.

따라서 수수료 문제는 결국 감정의 문제다. 낼만하면 아무리 비싸도 내고, 내서는 안 될 것 같으면 소액이라도 용납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모바일 시장이 열렸어도 이미 많은 팬을 지니고 있는 큰 온라인게임 회사들은 앱 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 입점하지 않았었다. 30%라는 통행료를 내심 용납할 수 없어서였다. 모바일 게임 진출을 안 하면 안 했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결국 다들 스토어에 들어갔다. 스마트폰 시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30%를 주고도 남았다.

그렇게 30% 플랫폼 수수료는 표준이 되어 70%만 가져가도 별말 없이 유지된 이유는 그 이전에는 내 몫이 0%였기 때문이다. 시장을 만든 공로다. 유튜브 광고단가 중 구글의 몫은 45%이지만 크리에이터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내 몫은 0%라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재화는 원가 중 직접 재료비가 거의 제로라서다. 가격이나 아이템 확률을 조정하여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방법도 많다. 얼마에라도 일단 파는 일이 남는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나 킨들처럼 저작권자가 엄연히 따로 있어 콘텐트당 원가 구성이 확실한 유통 사업은 그럴 수 없다. 원 창작자도 아니면서 별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넷플릭스 매출에서 30%를 덜어 가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기에 앱 내부 결제 대신 웹이나 다른 곳에서 구독이나 결제를 한 뒤 시청만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가 수시로 지갑을 열게 해야 하는 게임을 넷플릭스나 킨들처럼 할 수는 없고 이마저도 약관상 못하게 하니 부아가 치민다. 아예 윈도 PC에서처럼 자신들의 게임 스토어를 통째로 설치하고도 싶어진다.

애플은 특히 게임에 대해 단호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클라우드처럼 실행은 클라우드에서 되고 화면만 스트리밍 되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애플의 문은 닫힌 채 그대로다.

결국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은 애플에 그리고 덤으로 구글에도 소송을 걸었다. 명분은 돈 때문이 아니라 자유를 쟁취하기 원하는 것이라는 성명까지 냈다. 애플의 그 유명한 1984 매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한 자사 광고까지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독재자 얼굴은 애플이었다. 에픽의 내부 문건이 유출되었는데 그 제목은 무려 ‘프로젝트 리버티’였다. 꽤 오랜 기간 준비한 선전포고였다.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게임 콘솔에서도 30% 내외의 수수료는 발생하지만, 여기에는 별 불만이 없다. 그 이유는 게임기는 밑지면서도 팔아 저변을 넓히는 투자가 선행하고, 또 플랫폼이 대작에 직접 투자하기도 하는 등 우리는 남이 아닌 같은 생태계라는 유대감이 있어서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처럼 갑자기 등장한 거인들의 몫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신규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매번 찾아오곤 한다.

특히 수수료가 수고비가 아닌 세금처럼 여겨지기 시작한다면 이는 플랫폼에게는 위험 신호다. 하나의 영역을 점령했다고 해서, 이를 발판 삼아 다른 영역을 점령하는 일이 쉬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된다면 이는 바로 독점금지법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일반 앱 개발자는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시장을 열어줬다고 생각하지만 게임 업계는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을 앞세워 쳐들어왔다고 느낀다.

애플·구글 타깃한 전선의 확장 어디까지?

수수료 전쟁은 어느새 게임 플랫폼이 되어버린 애플과 구글이라는 신 게임 업계와 구 게임 업계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에픽은 PC에서 에픽 스토어를 만들었듯이 모바일에서도 에픽 스스로 플랫폼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에픽의 주식 40%는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지니고 있고, 소니도 1.4%를 지니고 있다.

전선은 확장되고 있다. 게임 업계의 맏형이면서 스마트폰 플랫폼에서는 전부 실패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을 저격하는 논평을 냈다. 이참에 애플이 평소에 얄미웠던 페이스북도 가세했다.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중소기업을 위해 자신들이 모처럼 마련했던 페이스북 페이 수수료 무료 캠페인이 ‘애플 세금’ 때문에 불가능해졌다고 말이다.

지배적 플랫폼에 균열이 생긴다면 그 틈은 모두의 기회가 된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생각은 확고하다. 자신들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 치명적 취약점을 수선하고 어린아이가 즐기는 앱에 부적절한 광고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일은 고되다. 그렇기에 게임 앱 안에서 거래가 허락된다면 그 후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에 손댈 방도가 없어도 좋겠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들의 게임 차별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우리는 예외를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애플은 자신에 차서 반격했다. 8월 말까지 에픽의 계정을 모두 닫아버릴 것이라며.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1549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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