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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타다’는 없다] 가맹택시 ‘춘추전국시대’ 서막에도 플랫폼운송사업자는 ‘침울’ 

 

‘유사 타다’는 시행령과 관계없이 사업성 갖추기 어렵다는 분석

국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6개월, 시행(2021년 4월)까지 아직 7개월이 남았지만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움직임은 숨 가쁘다. 택시 호출서비스를 중심으로 패권을 쥐고 가맹택시 사업 확장에 나선 카카오에 여러 도전자들이 ‘가맹택시’를 중심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가맹택시가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는 반면 택시가 아닌 유상운송수단을 이용하는 플랫폼운송사업자, 즉 ‘제2의 타다’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기존 ‘유사 타다’들은 사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사업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법안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기가 부담인 한편, 근본적인 ‘사업성’에 대한 의문도 지속되고 있다.

모빌리티 혁신이 ‘가맹택시’에서만 나오는 이유

여객사업법 이전부터 존재하던 ‘가맹택시(플랫폼가맹사업)’는 수많은 사업자들이 도전장을 내밀며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의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가맹택시는 일종의 ‘프랜차이즈 택시’다. 가맹사업자가 개인·법인택시를 가맹점으로 모집해, 규격화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가맹사업자는 택시로부터 가맹비와 수수료 등을 받을 수 있어 기존 카카오택시나 T맵 택시 등 ‘플랫폼 중개사업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가맹택시 시장은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 제정 이전부터 이미 치열한 영역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공룡인 카카오가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최근 1만대 이상으로 늘렸다. 이에 맞서는 KST 모빌리티의 ‘마카롱 택시’도 가맹택시 1만대를 돌파했다.

주목할 것은 ‘규모의 경쟁’을 펼치는 두 공룡 사이에서 새로 진출한 스타트업들이다. 2019년 7월 ICT 규제 샌드박스 모빌리티 사업자 1호로 선정돼 국내 최초로 합법적 동승호출 서비스 ‘반반택시’를 선보인 코나투스가 대표적이다. 코나투스는 최근 가맹택시인 ‘반반택시 그린’ 서비스를 전북 전주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코나투스가 밝힌 사업모델은 카카오나 마카롱과 비교해 확실히 차별화했다. 투자사인 SK가스와 협력해 차량관리 비용을 줄이고, 동승호출료 외에 광고 등을 택시에 적용해 추가수익을 꾀하는 등 가맹택시 기사들의 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세웠다. 또 인공지능(AI) 분석으로 수요가 예상되는 곳을 앱을 통해 택시기사에게 안내한다. ‘콜’만 잡는 게 아니라 배회영업 매출도 증가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다.

사업 진출 계획을 직접 밝힌 것은 아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운송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회사들도 면면은 화려하다. 먼저 타다 베이직을 서비스했던 VCNC는 지난 7월 가맹 참여 희망자(개인·법인택시)에게 제공할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했다. ‘타다 베이직’으로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기대주가 가맹택시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에 앞서 3월에는 현대·기아차의 투자로 주목받는 포티투닷(옛 코드42)도 공정위에 운송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다. 포티투닷은 네이버 최고기술자(CTO) 출신의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자율주행 Taas(서비스로서의 교통) 스타트업이다.

현재 국토교통부 모빌리티혁신위원을 맡고 있는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가맹택시 사업은 운전기사 인건비나 차량구매비가 없기 때문에 사업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가맹사업자 등록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실제 사업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는 짐작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여객운수법 개정안의 핵심인 플랫폼운송사업에는 좀처럼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이 사업모델을 진행하는 파파, 차차 등은 종전 계획만큼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차차는 대표이사를 바꾸고 가맹택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8월 6일 취임한 이창민 차차크리에이션 대표는 “가맹택시 사업을 위한 준비를 60%쯤 마쳤다”고 말했다.

물론 개정안 시행령에 따라 사업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숨을 고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결국 현행법상에선 이들이 사업성을 갖기 힘들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운송플랫폼사업 활성화 방안 리포트’에서 플랫폼운송사업자의 차량(택시 기준) 한 대 당 기대수익과 운영비용을 분석했는데 월 운송수익 890만8380원, 월 운송비용 847만5669원이 도출됐다. 한 달에 남는 금액이 43만원 수준이라는 얘기다. 이를 근무일수(26일)과 일 차량 운행건수(35일)로 나누면 운행 한 건당 475원 정도가 남는다고 계산했다. 이 리포트는 플랫폼운송사업자가 내는 택시발전기금 혁신위 권고안 초안에서 제시한 건당 800원보다 낮아야 한다는 근거로 이런 분석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다. 이정도의 수익밖에 거두지 못한다면 개정안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사업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빌리티혁신위원회 위원은 “법안이 통과된 후 VCNC가 세부적인 개정안도 지켜보지 않고 즉시 사업을 종료한 것은 ‘무제한 확장’과 ‘비용절감’에 기반한 타다 베이직의 사업모델이 이를 제한하는 법 아래선 어떤 방식으로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며 “제2의 타다는 타다 베이직과는 다른 사업모델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확정돼도 택시업계 ‘변수’에 진입 어려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만들어지고 법안이 시행될 때쯤엔 플랫폼운송사업자 중에서도 새로운 혁신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런 희망에 대해서도 체념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A씨는 대리운전과 장거리 모빌리티가 결합한 형태의 매칭 서비스를 구상했다. 서울에서 수도권 베드타운으로만 운행하는 플랫폼운송수단을 만들어 택시 장거리 요금보다 저렴하게 운행하고, 베드타운에선 대리운전 기사를 더욱 저렴하게 실어 중심지로 돌아오는 방식의 사업모델이다. 여객사업법 개정안 시행령 제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건당 기여금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는 사업화에 대한 꿈을 접었다. 택시기사들이 좋아하는 ‘장거리 운행’ 수요만을 노리는 비즈니스는 결국 택시업계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는 주변의 만류 때문이었다. A씨는 “합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도, 택시의 밥상을 침해하면 편법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라며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이런 불안 때문에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는 쳐다보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51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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