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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호텔·여행업계 생존 전략 안간힘] ‘대실’ 문패 건 특급호텔, ‘버티기’ 안간힘 여행사 

 

아고다, 직원 1500명 해고 계획 밝혀… 무급휴직·자회사 정리 등 자구책 마련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호텔 예약 플랫폼 아고다가 최근 호텔 객실을 몇 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 ‘대실’ 판매를 중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호텔 7000여 곳을 대상으로 하는 대실 판매는 밤 11시 이전 체크인을 기준으로 2~10시간 단위로 이용 요금이 책정된다. 이 같은 대실 서비스는 국내 온라인 숙박 예약사이트에서는 주로 모텔 등에서 효율적인 객실 판매를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에선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다.

아고다의 대실 서비스 시행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정리해고에 들어간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 여행사)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4위 규모의 아고다는 지난 6월 직원 1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총 직원 4000여 명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대형 감축이다.

한편 이번 대실 서비스에는 특급호텔도 일부 포함됐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7월부터 주중에 숙박 없이 객실과 수영장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하프 데이 스페셜’을 선보였다. 특급호텔로서 이례적인 행보다. 오전 8시부터 최대 12시간 동안 객실에 머무르며 피트니스클럽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호텔 관계자는 “당초 한시적으로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가족·친구와 함께 ‘호캉스’를 즐기려는 수요를 반영해 8월말까지 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힐튼도 ‘데이유즈’ 프로모션을 내놨다. 숙박 대신 8시간 동안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피트니스·수영장·사우나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과거 그랜드하얏트 서울 등 일부 특급호텔에서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유즈 상품을 선보인 적 있으나 지금처럼 일반 고객까지 확대한 것은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낮 시간에만 숙박시설의 객실을 빌리는 데이유즈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국내에서는 ‘대실’ 하면 모텔을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 때문에 특급호텔에서는 도입을 극도로 꺼려왔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데이유즈 상품은 객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수익을 높이는데 일조할 수 있지만 자칫 이미지를 하락시킬 수 있어 국내에선 그동안 선보이는 호텔이 없었다”며 “코로나19 이후 황금연휴나 휴가철 성수기에도 서울시내 5성급 호텔의 평균객실가동률(OCC)이 30%에 못 미치고 있어 빈 객실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즈존’ 불문율 깬 호텔 라운지


늘어나는 재택근무 수요를 잡기 위해 ‘오피스’를 자처하는 호텔도 적지 않다. 집 대신 객실을 사무실처럼 이용하면서 호텔 내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머큐어 서울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 호텔은 6월부터 두 달 간 ‘호텔에서 오피스’ 패키지를 운영했다. 객실 1박을 포함해 출퇴근 시간에 맞춰 오전 8시 얼리 체크인해 다음날 오후 7시 레이트 체크아웃할 수 있도록 했다. 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 전용 라운지를 4시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 각종 음료와 다과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투숙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호텔 라운지도 문턱을 낮췄다.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 타워는 최근 전용라운지 ‘르 살롱’의 연령 제한을 한시적으로 없앴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은 통상 투숙객 전용라운지에 12세 미만 어린이 입장을 제한해왔다. 주요고객인 해외 비즈니스 고객의 편안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외국인 발길이 끊기면서 가족 단위로 호텔을 찾는 어린이 입장객도 허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불문율과도 같았던 금기를 깨면서까지 연령 제한을 없앤 것은 그만큼 국내 호텔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그나마 국내여행객으로 채우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여행업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여행업계 양대산맥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7월 해외여행 모객 수는 지난해 동월보다 각각 99.3%, 99.5%나 줄었다. 두 회사 모두 현재 직원 대부분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하나투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6월부터 3개월간 무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100만명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한다고 해서 화제를 모은 ‘대한민국 숙박대전’ 등 정부 지원이 이어지며 가을철 내수 중심의 경기회복에 기대를 걸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9월부터 직원들이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최소 인력만 남기고 뼈를 깎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며 “여행사업과 무관한 자회사를 정리해 비용을 절감하고 국내여행 상품개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출판·인쇄물사업을 수행하는 하나티앤미디어의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전자상거래사업을 전담한 하나샵을 정리하는 등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심사로 이어질 수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하나투어는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이 9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5.0%나 급감했다. 지난해 2분기 2000억원에 가깝던 매출이 올해 2분기에는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5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분기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모두투어 역시 코로나19로 2020년 2분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어 8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하면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모두투어는 2020년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30억원, 영업손실 93억원을 냈다. 2019년 2분기보다 매출은 95.8% 줄었고,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모두투어 역시 국내여행상품 개발을 통한 대체 수익원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선이 늘어나며 국내 여행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이미 알려진 인기 여행지 외에 숨은 국내 여행지를 개발해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연장에 ‘급한 불’ 껐지만…

롯데관광개발과 참좋은여행은 지난해 2분기 매출이 각각 230억원과 165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둘 다 6억원에 그쳤다. 상장 여행사 7곳 가운데서는 렌터카 사업이 선방한 레드캡투어가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다. 롯데관광은 최근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육아휴직·희망퇴직을 알리는 안내 문자를 전송했다. NHN여행박사도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대부분 직원을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아예 문을 닫는 업체도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업협회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2분기(4∼6월) 등록여행사는 2만1620개로 1분기에 비해 495개나 줄었다. 이미 1분기에 168개 업체가 폐업하는 등 상반기에만 663개의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 휴업에 들어간 여행사도 8월 중순까지 126개에 달한다.

그동안 주요 여행사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직 등을 시행하며 버텨왔다. 고용노동부는 9월 말 종료 예정이던 여행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6개월 더 연장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도 240일로 60일 늘린다고 밝혔다. 업계는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덕에 겨우 숨통은 틔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대량실업 등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세계여행업계가 입은 피해는 약 3200억 달러(약 3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부터 7월까지 관광분야 피해액이 5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중 여행업의 피해액만 4조463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51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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