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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영화 400편 서비스 중지된다] 영화수입배급협회 VS 국내 OTT ‘정산 문제’로 갈등 

 

수배협 “불리한 정산 방식” 주장에 OTT “추가수익 기회 제공”이라 반박

▎사진:© gettyimagesbank
국내 영화산업계가 ‘정산 문제’로 시끄럽다.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는 집단은 영화수입배급협회와 국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Over The Top) 플랫폼사다. 지난 8월 5일 영화수입배급협회는 정산 문제로 “왓챠,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사에 영화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왓챠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영화수입배급협회의 정산 문제를 반박하며 “당사는 투명하게 정산해왔다”고 밝혔다. 영화수입배급협회는 8월 17일 왓챠 공식 입장문에 대해 “권리사가 왓챠로부터 받은 정산서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재반박하며 날을 세웠다.

영화수입배급협회의 국내 OTT사 서비스가 중단되면 OTT 플랫폼 이용자들은 영화수입배급협회에 소속된 진진, 엣나인필름, 액티버스엔터테인먼트 등 14개 영화사가 배급하는 약 400편의 외국 영화를 시청할 수 없게 된다. 영화수입배급협회 입장 발표 이후, 이미 서비스를 중단한 영화가 몇몇 생겼고 9월 안으로 나머지 400여 편의 영화가 국내 OTT 플랫폼 영화 목록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협회가 배급하는 외국 영화는 전 세계 영화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지만, 국내 영화 팬들로부터 크게 사랑받은 영화가 다수 포함돼 있어 국내 OTT 플랫폼 이용자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영화수입배급협회의 인기 영화로는 ‘원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캐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이 있다.

극장→IPTV·TVOD→OTT 소비단계에 대한 다른 해석

배급하던 영화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게 한 정산 문제는 무엇일까. 현재 영화수입배급협회 회원사와 국내 OTT사는 크게 수익 배분 방식인 RS(Revenue Share)식으로 계약한 상태다. OTT사 전체 이용시간과 해당 영화 시청 시간을 따져, 그에 맞는 비율로 OTT사 전체 매출에서 해당 영화 비용을 정산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모 OTT사 전체 가입자가 영상을 총 100시간 시청했고, 그에 따른 월 매출액이 100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중 A라는 영화가 한 달간 OTT 가입자들로부터 총 20시간 시청됐다면 전체 영상 시청시간 중 20%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체 매출 100억원의 20%인 20억이 해당 영화 배급소에 수익이 나뉘는 구조다. 무조건 영화 건별로 적게는 3000원, 비싸게는 1만원 등의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수익을 나누는 IPTV와 TVOD와는 다른 방식이다.

문제는 영화수입배급협회가 이 같은 정산이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영화수입배급협회는 단순 시간으로만 영상물의 비용적 가치를 매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시리즈로 적게는 수십 시간, 많게는 수백 시간의 영상물을 제공하는 드라마, 예능 콘텐트와 달리 영화는 비교적 대규모 제작비용을 투자하지만 길어야 3~4시간에 해당하는 영상콘텐트로 제한받기 때문이다. 영화수입배급협회는 “영화 콘텐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거나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 및 투명한 정산 시스템을 공개할 때까지 콘텐트 공급을 중단한다”며 “IPTV에서는 건당 3000원에 결제되는 영화가 국내 OTT에선 편당 100원 이하 수입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국내 OTT 플랫폼사의 입장은 다르다. 왓챠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화수입배급협회가 언급한 건당 3000원은 극장 개봉 이후 3~6개월 사이 IPTV와 TVOD에서 유통되는 초기 시점의 가격이다. 이후 구작으로 분류돼 500~1200원 정도로 건별 결제 가격이 낮아지고 판매량도 현저히 떨어진 시점에서 왓챠와 같은 OTT 플랫폼에서 서비스가 시작된다. 각 영화가 신작으로서의 수명이 거의 다해 매출이 나지 않는 시점에서 월정액 서비스를 통해 오히려 추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영화 유통 구조를 고려했을 때 OTT가 아니면 극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 위주로만 반복 소비되는 현상이 극대화돼 영화 콘텐트 자체의 다양성은 물론 사용자 취향의 다양성마저 더 위축될 수 있다.”

이어 왓챠는 “영화수입배급협회의 영화만을 위한 개별과금 시스템 마련 관련 주장은 현재 구독형 OTT 모델을 버리고 IPTV가 되라고 하는 말과 같다”고 비난하며 “OTT 플랫폼은 이용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모든 OTT사가 제공하는 영상 콘텐트를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에 영화수입배급협회는 “왓챠의 OTT 서비스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산 방식과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권리사가 왓챠로부터 받는 정산서는 왓챠 이용자들의 총 시청 시간과 영화 한 편의 시청분수가 표시된 문서뿐”이라고 반박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관에 가지 않고 집안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데, 영화배급사에게 주어진 배당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으로 정산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며 “배급사 입장에서는 OTT사가 얄미울 수 있다. 추가수익을 창출한다는 이유로 영화를 공급했는데 막상 수익은 나지 않고, 반면 OTT사는 배급받은 많은 영화 수를 미끼로 이용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넷플릭스는 한 번에 목돈으로 판권 구매

현재의 갈등구조의 축은 영화수입배급협회와 국내 OTT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OTT인 넷플릭스는 왜 이해 당사자가 아닐까. 넷플릭스의 정산 방식은 시청 분수 비율로 매출액을 나누는 RS방식이 아니라 처음 계약할 때 일정 금액의 목돈을 주고 판권을 구매하는 플랫(Flat)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입자 2억명에 달하기 때문에 거대한 자본력으로 원하는 영화 판권을 사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넷플릭스는 글로벌사로, 원하는 영화가 있을 때 외국 영화사로 직접 연락해 계약하기 때문에 국내 영화수입배급협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넷플릭스보다 규모가 작은 국내 OTT사만 영화수입배급협회의 영화 서비스가 중지되는 꼴이다. 영화수입배급협회는 국내 OTT사의 정산 문제에 대해 8월 중 공청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논의할 것을 언급했지만, 아직 정해진 공청회 일정은 없는 상태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51호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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