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김동원 전북대 총장 인터뷰] “지역의 기업·인재 연결로 전북 혁신성장 모델 만들 것” 

 

균형발전 위해 국립대 연합 ‘절실’… 고전 읽기 강조, 융·복합형 인재 육성

▎ 사진:장정필 기자
“자성론과 책임론.”

2018년 10월 전북대학교는 4년 만에 교직원과 학생들이 참여한 총장 직선제를 진행했다. 산업기술대학원장 출신의 김동원 교수는 투표 결과 제18대 전북대 총장에 취임했다. 지난 9월 2일 전북대 총장실에서 진행된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취임 후 지금까지의 소회를 묻자 ‘자성론과 책임론’을 이야기했다.

김동원 총장은 “거점 국립대는 지역 균형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회가 전북대에 갖는 간절함 등을 감안하면 지역에 대한 거점 국립대의 무한책임이 요구되는 시대”라며 “지역사회 발전을 통한 국가 균형 발전의 중심에서 거점 국립대 총장으로서 책임론과 자성론을 동시에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인터뷰 내내 거점 국립대 총장으로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지역사회 발전이 더딘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부재 등도 있다. 하지만 지역 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했느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주요 축인 거점 국립대 졸업생들의 지역 이탈 현상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도 했다.

“거점 국립대, 지역사회 무한책임 느껴”


▎전북대 전경 / 사진:전북대학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9개 거점 국립대(전북대·전남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충남대·충북대·강원대·제주대)를 중심으로 학사 교류를 늘려 거점 국립대 연합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김 총장의 구상이다.

최근 행정수도 이전 등 국가 균형 발전이 화두로 떠오르자 9개 거점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거점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2001년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가 ‘국립대 협력 및 개방화 방안’을 제시한 이후 약 20년간 이어진 담론이다. 9개 거점 국립대를 하나의 대학 연합체제로 묶어 지역 인재들이 원하는 지역에서 자유롭게 수학하고 이를 통해 지역 인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억제하자는 방안이다.

김동원 총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지역 간 이동 제한, 비(非)대면 등을 감안하면 거점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9개 거점 국립대 사이에 연합체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대학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거점 국립대간 학점 교류, 학기당 학생 교류 등을 통해 학사 교류를 확대하면 거점 국립대의 공동 학위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북대에 경북 지역이나 서울 지역 학생이 많다. 이들만이라도 경북대, 서울대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학사 교류가 어렵다면, 실험 실습만이라도 원하는 지역의 대학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인화된 서울대가 빠진 9개 거점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서울대 없는 거점 국립대를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대학 통합론이라는 ‘완성된 그림’에 집착하는 행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 통합만 강조하다보니 서울대와의 통합 유무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타이트한 연합 체제로 간다면 서울대를 빼고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9개 거점 국립대 연합체제로 각 대학의 수준을 올리고 이후 서울대와의 협력을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9개 거점 국립대는 2학기부터 원격수업 학점 교류를 시행하는 등 학사 교류를 늘리고 있다. 전북대의 경우 ‘아시아 대학 교육연합(AUEA)’을 통해 아시아 주요 대학들과 강의 자체를 공유하는 연합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AUEA는 김 총장이 취임 직후 제시한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다. 전북대는 지난해 베트남 호치민 인문사회대와의 교류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AUEA 교환학생 43명을 파견했다. 전북대는 현재 세계 73개국 500여 대학과 협정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김 총장은 “교수 시절부터 학생들과 함께 동남아 대학과의 교류를 꾸준히 이어왔다”며 “동남아 대학 교수, 총장들과의 네트워크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교육을 통한 교류는 진정성이 있는 순수한 교류”라며 “우리 학생들이 동남아 국가들의 이슬람 문화에 대해 다소 거부감이 있었는데, 교육을 통해 교류하는 과정에서 이 장벽이 쉽게 허물어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멕시코 대학과 집중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전북대만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동남아, 멕시코 등 적도 중심의 경제벨트가 형성되고 있고, 한국 기업도 이들 국가에 대거 진출한 상태”라며 “이들 국가의 대학과 교류를 넓혀 우리 학생들과 현지 학생들을 사업 파트너로 만드는 것이 임기 동안의 꿈”이라고 밝혔다.

“지역·대학 국가균형발전 촉매는 대기업 유치”


▎전북대 중앙도서관 / 사진:전북대학교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과밀화 등 현재 국내 대학이 처한 현실 등을 근거로 거점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거점 국립대 통합이 국가 균형 발전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간 격차가 해소돼야 대학 통합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교육만 갖고 국가 균형 발전이 활성화되기 쉽지 않다”며 “대기업이라는 촉매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김 총장은 “예컨대 9개 거점 국립대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들이 지역 인재 위주로 채용한다면,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전북에 위치한 기업 ‘비나텍’을 예로 들었다. 그는 “비나텍이 월드클래스 기업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회사에 입사한 학생들이 실력을 갖춘 뒤 서울로 떠나면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전북대는 비나텍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기업과 학생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대는 지난해 3~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비나텍 산학장학생을 선발해 1인당 산학장학금을 연간 최대 600만원까지 지원했다.

전북대가 국가와 전주시 등을 통해 27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산학융합플라자’도 지역 기업과 인재를 연결하는 장소다. 전북대는 산학융합플라자를 구축해 연구진·학생·기업·연구소 등을 융합하고, 지역 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해당 기업에 지역 인재가 취업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북에 새로운 혁신 성장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지역의 작은 기업은 연구소를 만들 힘도 인력도 없다”며 “대학이 기업과 학생들이 어울려 같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약대와 공대를 융합하는 농생명·바이오 혁신파크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한국전력공과대, 공영형 사립대 등을 추진하면서 거점 국립대 육성 동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공영형 사립대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역 사립대를 국가가 통폐합해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거점 국립대 연합체제가 구축된 후에 점진적으로 공영형 사립대와 협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총장은 “한전공대 설립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며 “거점 국립대 등 지역 대학을 활용해 에너지 분야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전공대 설립은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고전 읽기’ 강조하는 공학도 총장

김 총장은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전북대에서 공과대 학장, 산업기술대학원장 등을 지낸 공학도다. 그런 김 총장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고전 읽기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국가관과 가치관을 바르게 정립해야 한다”며 “대학의 교양교육은 1~2학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고 했다.

김 총장의 고전 읽기 강조는 우수 인재 양성의 밑바탕이다. 현 시대에 필요한 융·복합형 인재를 길러내려면 교양과 전공교육이 고르게 병행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북대는 비판적 사고 등 사고력 중심으로 교양 교육을 개편했고, 융합교육 전공, 스마트팜학과 등도 개설했다.

전북대가 시행 중인 HS(Honor Student) 시스템과 우수학생 기숙형 대학(Honor 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 등도 융·복합형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 시스템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교양과 전공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공과 함께 글쓰기, 고전 읽기 등의 교육을 병행해 융·복합형 인재를 키우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1551호 (2020.09.1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