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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코리아’의 화력발전 투자, 과연 득일까?] 한전·삼성물산, 베트남 화력발전사업 추진 

 

글로벌 투자은행도 손 떼는 석탄 투자… 정부도 원칙 변경 나서

▎환경단체가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 서초지사 외벽에 호주 산불 영상을 투사하며 해외석탄 투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삼성을 끌어왔다. 지난해 9월 참여를 결정한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이 ‘기후위기’ 비판에 막혀 1년 넘게 지지부진하자 한전이 삼성물산과 ‘팀코리아’ 꾸렸다. 이에 총 2조4000억원 규모 사업을 국내 기업과 추진, 국가 경제에 이득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위기의 두산중공업도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자에 들었다. 그런데 진짜 득일까. 삼성물산으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 철회 경고가 시작됐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베트남 석탄화력 개발사업 가치를 마이너스(-)로 평했다. 득일까 독일까, 문답으로 풀어봤다.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은 어떤 사업인가?

베트남 하띤성에 1200㎿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것으로, 2007년 일본 미쓰비시가 추진했다. 총 사업비 약 2조3921억원 규모로 미쓰비시(40%) 외 홍콩 중화전력공사(CLP)와 일본 츄고쿠전력(Chugoku)이 각각 40%, 20% 지분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13년째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사업 참여자가 각 지분에 맞춰 5501억원을 조성한 후 1조8420억원을 빌려오기로 했는데 돈을 만들지도 빌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CLP가 지난해 사업 참여 철회를 밝혔고, 금융지원을 고려했던 은행들도 발을 뺐다.

한전은 CLP의 빈자리에 들어가는 것인가?

미쓰비시가 제안한 CLP 지분 인수를 받아들였다. 실제 홍콩이 버린 석탄화력발전을 한국이 떠안는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은 “국내 전력사업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진출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 및 수익추구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2765억원을 기록, 2008년 2조7891억원 손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냈지만, 같은 해 9월 CLP가 내놓은 40% 지분을 2200억원에 가져왔다. CLP에 따로 3500만 달러(약 420억원)을 주기도 했다. 2007년부터 사업에 참여해 12년 동안 개발을 추진해온 데 대한 대가였다.

CLP가 빠진 자리, 한전은 수익을 예상하고 있나?

한전은 KDI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나온 현재가치 마이너스(-)는 사업 추진 중단과는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성,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최종 결과에서 사업성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발전소가 가동되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25년간 발전소 운영으로 9억4900만 달러(1조1200억원) 배당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선 베트남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 단가 하락에 따라 전력 생산 중심이 재생가능에너지로 넘어가고 있는데 한전이 이를 애써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이 수익성 없는 사업에 뛰어들 리 없지 않나?


붕앙2 화력발전소 건설을 담당할 삼성물산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개발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다. KDI는 한전이 제시한 총사업비와 총투자비를 항목별로 검토한 결과 한전 계획보다 각각 8300만 달러(약 985억원), 2억1700만 달러(약 2575억원)를 더 지출할 것이라고 봤다. 2007년 이후 13년째 지연되는 사업이 또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 전체로는 1억6841만 달러(약 2000억원) 손실이 날 예정으로 이 같은 손실은 시공사에 전가될 위험이 크다. 실제 삼성물산 이전 붕앙2 석탄화력발전 EPC였던 제너널일렉트릭(GE)이 화력발전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삼성물산이 예측하지 못한 손실 위험도 있나?

삼성물산은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 KLP는 지난 8월 “주주로서 삼성물산이 베트남에 새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참여가 삼성그룹 전체를 흔들 여지도 있다. 실제 지난 8월 삼성증권이 호주 애봇포인트 석탄 터미널 투자 철회를 결정했는데, 그 뒤에는 호주에서 불거진 삼성전자 불매운동이 있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등 산업 경쟁력에는 이익 아닌가?

석탄화력발전소 EPC의 핵심은 석탄보일러 및 증기터빈이다.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는 국내 유일 발전설비 업체인 두산중공업이 GE의 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결국 베트남으로는 발전설비 제조업 구조상 제관(制管), 용접, 곡관(曲管), 검사 및 시험 등 부품 제조 및 개별 공정 작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참여한다. 그러나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시장은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에 따라 매년 축소되고 있다. 한국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에 투자를 계속했던 일본마저 “석탄의 경제성 하락으로 일본 내 산업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투자를 원하는 것 아닌가?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가 13년 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동안 베트남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미 발전량의 37.7%를 수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고, 지난 2월 ‘결의안 55’를 통해 2030년까지 수력을 제외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베트남 정부가 참여하는 베트남 경제포럼 내 전력에너지 워킹그룹도 지난해 12월 낸 정책권고안에서 ‘신규 석탄 도입 중단’을 명시했다. 특히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각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공기업인 한전을 향한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

정부 입장도 변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그린뉴딜을 발표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쇠락해가는 석탄화력발전 산업을 고집스레 붙들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9월 2일 국회 운영위원회 질의에서 “석탄화력의 해외수출과 관련해서는 일본에 뒤지지 않는 정도, 또는 그 이상의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 환경상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수출 기준을 강화한 상태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은 “(베트남 이후) 신규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52호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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