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없으면 ‘깡통앱’, 지분셰어·라이선스계약 가능성… 美 대선 후로 논의 늦춰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틱톡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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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TikTok)’이 미·중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등장했다. 미국은 틱톡을 자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스파이앱’으로 규정하고 서비스 금지 명령을 내렸다. 틱톡의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서비스 매각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 상황을 지켜보던 중국 상무부가 돌연 틱톡을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양측의 신경전이 첨예해지고 있다.바이트댄스는 지난달 틱톡의 매각 의사를 밝히고 이달 중 인수 후보를 밝힐 계획이었다. 시장은 이르면 9월 1일 인수 협상 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4일 행정명령으로 중국계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 위챗과 더불어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해서다. 틱톡·위챗이 미국 국민의 사용자 정보를 유출한다는 이유다.더불어 틱톡의 미국 내 사업체를 모두 매각하라고도 했다. 미국 정부가 정한 틱톡 매각 시한은 20일이며, 그 안에 매각하지 않으면 29일부터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한다. 미국의 공세가 거세지자 틱톡은 결국 서비스를 매각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월마트 컨소시엄과 오라클이 인수 희망 의사를 밝히며 매각 조건과 가격 등을 협의하고 있었다.
중국 당국 결정 의해 매각 무산될 수도그런데 중국 당국이 개입하기 시작하며 틱톡의 매각 작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28일 ‘핵심 기술을 해외 기업에 매각할 경우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마련하면서다. 텍스트 분석, 콘텐트 추천, 스피치 모델링, 음성 인식과 같은 전산·데이터 처리 기술이 수출 규제 목록에 포함됐다.이 조항을 마련한 중국 상무부는 “틱톡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면의 간섭을 추측한다. 중국 상무부는 9월 3일 “(기술) 기업이 해외에 기술을 이전할 때는 각 성 상무부와 협의해야 하고, 관련 법률에 따라 처리할 것을 권한다”고 재차 밝혔다. 틱톡 매각을 무산시키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중국 상무부가 기술로 규정한 것은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과 영상을 변형시키는 인공지능(AI)이다. 새 규정에 따라 바이트댄스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미국에 함부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이에 미국 정부와 바이트댄스 간에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이 미국 사업 일부만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틱톡 투자사 세쿼이아캐피탈·제너럴애틀랜틱·코트매니지먼트 등이 버지니아주에서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을 만나 데이터 보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도 전했다.최초에는 중국 당국이 알고리즘 매각을 제한했기 때문에 플랫폼만을 매각하는 안이 거론됐다. 이 경우 틱톡의 핵심 콘텐트의 사용성이 떨어져 미국 사업의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해시태그에 기반을 뒀고, 사용자가 반응한 콘텐트를 바탕으로 영상을 추천하는 구조다.이 논의 초기에는 틱톡의 알고리즘이 일반적 수준의 기술이며, 스피치모델링·텍스트분석은 이미 많은 종류의 기술이 나온 상태라 틱톡의 기술력에 높은 가치를 매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방대한 사용자만을 흡수해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틱톡 서비스의 알고리즘 최적화와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는 주장이 대두했다. 관리시스템 없이 서비스만을 인수할 경우 인수 이후 사용자 이탈과 기업가치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WSJ은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 배제는 인수 협상을 지연시켰다. 알고리즘 없는 틱톡을 사는 것은 값싼 엔진이 달린 멋진 차를 사는 것과 같을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이에 미국 투자자들이 바삐 대응에 나섰다. 차선책으로 알고리즘은 유지하고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번 갈등을 유발한 미국인 사용자 정보는 미국 기업이 보유한다. 더불어 미국 기업이 바이트댄스와 알고리즘 라이선스 계약을 포함하는 안도 나오고 있다.틱톡 매각 논란은 미·중 관계 악화에 또 다른 불씨를 놓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기술수출 제한 조치가 미국이 중국의 통신기업 화웨이·텐센트를 규제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자국 기업이 개발한 코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한편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수출에 간섭하기 시작했다.미국 상무부는 자국 기업의 대중국 기술 수출을 승인제로 운영하는 등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의 생산을 중단하고 설계 인력을 구조조정을 했다. 미국으로부터 한 방 맞은 중국이 틱톡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저커버그 ‘틱톡 막아 달라’며 의회·정부 로비 의혹도미국으로서는 틱톡을 꼭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해 자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미국에서 틱톡의 월간사용자수(MAU)는 9193만명(6월 기준)에 달하며, 글로벌 MAU는 6억8917만명(7월 기준)에 이른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화교를 비롯해 이들과 거래하는 많은 미국인이 틱톡·위챗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사용자가 급증했다.이에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며 미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로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활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미 워싱턴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미국임에도 시위와 관련한 언급이 틱톡에서 검열된다. 이게 우리가 원하는 인터넷인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이에 미국은 온전한 틱톡을 인수하기 원하며,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11월 이후로 매각 협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도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노선이라 조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도 무역·외교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중 디지털 쟁탈전은 이미 국제관계에서 상수가 된 셈이다.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8월 31일 열린 한중비전포럼 6차 모임에서 “미국 민주당은 당론에서 홍콩 문제를 인권·민주화 이슈로 보며 한 문단을 할애했다”며 “미국이 주창하는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의 명분 안에 들어야 한국도 실익을 바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