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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그대 아름답지만, 위험하군요 

 


경남 합천군 신소양체육공원. 소라 모양으로 조성된 ‘핑크뮬리’ 산책길을 찾은 관광객들이 느릿느릿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다. 핑크뮬리는 미국 중·서부의 따뜻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가을에 분홍 또는 자주색 꽃을 피워 전 세계적으로 조경용으로 많이 심고 있습니다. 201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핑크뮬리 군락지는 ‘인생샷’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군락지를 조성해 현재 전국 30여 곳, 식재 면적은 축구 경기장 14개 규모인 10만여㎡에 이릅니다. 하지만 최근 환경부는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로 지정했습니다.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해 국내 생태계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자체들은 고민에 빠졌고, 실제로 제주도는 지난 10월 19일 핑크뮬리 군락지를 갈아엎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립생태원 외래생물연구팀 박정수 전임연구원은 “아직 자연번식을 한 경우는 없지만, 기후변화에 적응해서 번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식재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 사진·글=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1557호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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