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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드노믹스의 미국, 기후협정 복귀] 재생에너지·K배터리·전기차 ‘큰 장’ 선다 

 

친환경에 2조 달러 투자 공약… 고탄소 산업은 고전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사진:AP=연합뉴스
‘바이드노믹스’에 국내 친환경·재생에너지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하루 만에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복귀를 밝혔고, 경제 정책 핵심에 2조 달러 규모 친환경 인프라 투자 계획을 올리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쏟고 나서서다. 그동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에 손해’라는 논리에 따라 파리협정을 탈퇴, 기후위기 대응을 등한시해 왔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파리협정을 주도했던 미국의 복귀로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가 붙게 됐다”며 “친환경·재생에너지 산업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에 훈풍이 불었다. 바이든 당선인이 “77일 안에 파리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는 트위터를 쓴 11월 4일 후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 관련 국내 기업의 주가는 상승했다. 특히 풍력타워 시장 수주 기준 글로벌 1위 업체인 씨에스윈드는 4일 9만8700원이었던 주가가 11일 12만2500원(종가 기준)으로 24% 올랐다. 같은 기간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생산업체인 삼강엠앤티 주가 역시 1만4550원에서 1만7400원으로 19% 상승했다. 태양광 발전 관련 국내 업체인 한화솔루션 주가 역시 4만2700원에서 4만9150원으로 올랐다.

미국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전망


미국의 파리협정 복귀 예고에 따른 국제 사회의 기후위기대응 강화 전망이 국내 친환경·재생에너지 기업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던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파리협정 복귀와 동시에 국제 사회에 온실가스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요구를 할 전망이다. 홍종호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의 변화가 중요한데, 현재 한국은 화석연료 중심의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태양광·풍력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한국은 파리협정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25.7% 감축을 계획했다가 파리협정을 주도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37%로 올렸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한국이 최대한 야심찬 목표를 제시해달라”고 했고, 청와대는 서별관회의를 열어 감축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만큼 친환경 산업 성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영리 연구단체인 기후 행동 트래커(Climate Action Tracker. CAT)는 11월 8일 “바이든 정부가 탄소 중립을 추진할 경우 최근 국제 사회가 추구하는 지구 온도 1.5도 제한 목표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1.5도 제한은 파리협약(2도 제한)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2018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에서 정했다. CAT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21세기 말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2.7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중국이 예정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이 동참하면 추가로 지구 온도를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 강화로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K배터리’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데까지 줄이고, 나머지 배출되는 것은 나무를 심거나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저장해 순(純)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현실화를 위해 전기자동차 보급 정책을 강화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연방 예산을 활용 100% 청정에너지와 무공해 차량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데 더해 2030년 전기차 충전소 50만 곳 이상 설치 목표도 제시했다.

특히 배터리가 필수인 미국 전기차 시장은 성장 가능성도 크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미국서 팔린 전기차는 2만8317대로 전체 판매량의 2.1%에 머물렀다. 중국 5.4%(9만3297대), 유럽 11%(9만7482대)와 대조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경제 회복을 위한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국내 배터리 3사는 현지 투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업체는 한국의 3사 정도로 한정된다”면서 “일본 파나소닉은 여력이 없고, 중국 CATL은 미·중 분쟁에 발목 잡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2021년을 ‘전기차 원년’으로 삼고,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를 잇따라 선보일 계획을 내놔서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중산층 복원을 목표로 미국 노동자들이 만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활용한다는 기조 아래 배터리에서 전기차 생산까지 미국 내 산업 복원을 외쳐 온 만큼 기존 전기차 강자인 테슬라, 미국 완성차업체 GM과 경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1~9월) 글로벌 시장에서 12만7661대의 전기차를 팔았지만, 미국에선 4242대를 파는 데 그쳤다.

한국 정부, 탈탄소 대비 화력발전 축소 집중 예고


이런 가운데 친환경과 거리가 먼 산업은 위기에 빠질 전망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유럽연합(EU)과 협상을 통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수도 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의 제품에 관세를 매겨 가격경쟁력을 낮추는 정책이다. 이 경우 국내 대부분 산업은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예컨대 생산 활동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하겠다는 선언인 ‘RE100’에 참여한 국내 기업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그룹 8개사밖에 없다. 이 외에 LG전자 정도가 2030년까지 제품 생산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힌 정도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터 실장은 “미국이 탄소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EU보다 한국 기업들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미국에 수출하는 업종은 모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7억2760만t을 기록하는 등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부랴부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단 2030년 목표는 그대로 두되, 최대한 빨리 수정할 계획”이라며 “화력발전 부문 축소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60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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