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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바이든 인맥 ‘가뭄’] 실용주의 색채 강한 정치인이라 ‘끈’이 없다 

 

단순 인맥 ‘테마주’ 경계 주의보… 정책에서 접점 찾아야

▎지난 11월 10일 델라웨어 윌밍턴에 위치한 퀸 극장에서 건강보험법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조 바이든 당선인. / 사진: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하면서 주요국 경제계에서는 관련 인맥 찾기에 바쁘다. 대통령 관련 인맥은 미국 대선이 아니더라도 매번 부각되는 이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극심한 무역 갈등을 경험한지라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높다. 그러나 실용주의가 강한 ‘무색무취’의 정치인으로 불리는 조 바이든과 인맥을 찾기보다는 정책을 중심으로 연관성을 찾아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대선이 바이든의 승리로 기울면서 국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경제계 인사는 류진 풍산 회장이다. 류 회장은 군수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풍산그룹을 이끌면서 미국 정계와 활발히 교류한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류 회장은 미국 대통령이 바뀐 뒤 사절단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미국통’도 몇 다리를 걸쳐야 바이든과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는 상황이다.

류 회장이 미국 정계에서 친분이 깊었던 인물로는 조지 허버터 워커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꼽힌다. 류 회장은 지난 2018년 조지 허버터 워커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파견된 조문사절단에도 포함됐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도 친분이 있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에 나설 때 지지 선언을 한 인물이다. 따라서 ‘파월→오바마→바이든’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통해 조 바이든 당선인과도 접점이 있다고 여겨진다.

‘무색무취’의 정치인 조 바이든


류 회장을 제외하고 국내 대기업 가운데 바이든 후보와 연결고리를 갖추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곳은 한화그룹이다. 김승현 회장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바 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에도 함께 골프 라운딩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조 바이든 당선인과도 연결고리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정도다.

바이든 당선인의 출신학교와 연관 지어 연결고리를 추측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델라웨어대 경제학과와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 가운데 대표적으로 델라웨어대 경제학과 출신 경제인으로 조인회 두올 대표가 주목받았다. 시러큐스대 출신으로는 임준호 한성기업 대표가 손에 꼽힌다. 그러나 40대인 이들 대표들은 조 바이든 당선인과 30살가량 연배 차이가 있어 동문이라는 점 말고는 연관점을 찾기 어렵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1942년생으로 이들과 직접적인 인맥을 쌓기에는 세대 차이가 있다.

세대 차이와 함께 바이든이 인간관계를 맺는 스타일은 미국 정계에서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부통령직을 수행하던 당시 백악관 서쪽 별관을 뜻하는 웨스트윙 복도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때면 팔이나 어깨를 잡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적인 경험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인맥으로 부르기 이유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정치 경력 내내 실용주의적 성향을 유지하며 ‘무색무취’의 정치인으로 꼽히다 보니 민주당 인사와 연계한 인맥 역시 크게 의미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36년간 상원의원으로 일하면서 정치적 편의주의와 당파주의에 휩쓸리지 않는 정치인으로 명성을 쌓았다. 실제로 조 바이든 당선인은 1970년대 흑백 인종 분리 철폐와 통합 스쿨버스 통학 문제에 반대 입장을 펼치며 당론과는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법원의 낙태 불법화 판결에 따른 새로운 낙태 법안에서도 중도적인 의견을 냈다.

조 바이든 자신도 당파에 따르기보다 실용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졌던 상원의원 시절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 진행한 상원의원 퇴임 연설에서 “아버지라는 명칭을 제외하면 부통령을 포함해 미국 상원의원보다 자랑스러운 직함은 없다”며 “나는 언제까지나 미국 상원의 일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당선인 관련 인맥 찾기가 의미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정계 로비스트가 합법화된 나라기 때문에 몇 다리 걸친 인맥보다 로비스트를 활용하는 쪽이 나을 수도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8년간 파트너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할 정도로 실용주의가 강한 곳이 미국”이라며 “단순히 인맥을 찾기보다는 국내 기업들이 사업상 어떤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쪽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증시에서도 과거 대통령 당선인 테마주가 횡행하던 시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상 선거 직후 정치인과의 인맥으로 급등세를 연출하곤 했던 증권가에서는 인맥 테마주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당선인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급등하기도 했던 두올과 한성기업 등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청정에너지와 인프라 투자에 주목

증권가에서는 조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과 정책을 중심으로 수혜주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에 무게가 실린다. 이 때문에 ‘바이든 테마주’에는 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AI)·통신·전기차 등 대선 공약을 통해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2024년까지 4조 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예고한 바 있다. 또 바이든 후보는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을 시사했으며 향후 4년간 청정에너지와 관련 인프라에 2조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5G·통신플랫폼·전기차에는 3000억 달러를 투입한다.

공약대로 청정에너지와 관련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면 신재생에너지 업종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후보의 승리 선언을 전후로 한국에서는 한화솔루션과 OCI 등 태양광 관련 종목이 각각 8%대, 6%대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60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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