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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더마화장품’ 도전, 김영선 케이벨르 대표] ‘약을 품는 화장품’으로 K뷰티 품는다 

 

1조원대 코스메슈티컬 시대 열어... “의약품 쓰는 코업 방식으로 화장품 기능 극대화”

▎ 사진:박종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더마화장품’이 주목받고 있다. 일명 ‘약국 화장품’으로 불리는 더마 화장품은 화장품(cosmetic)에 의약품(pharmaceutical)의 기능성을 더했다는 뜻의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 개념이다. 한국코스메슈티컬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더마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1조원대로 성장했다. 올해는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1조2000억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더마화장품의 원조 격인 ‘이지함화장품’을 설립해 2000년대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이끌었던 김영선 케이벨르 대표가 새 브랜드 ‘케이벨르’와 함께 돌아왔다. 이화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약사면허 취득 후 존슨앤존슨에서 프로페셔널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다. 2000년 1월 이지함화장품을 설립하면서 화장품에 의약품을 더한 코스메슈티컬 제품으로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더마화장품이라는 용어조차 낯설던 시절, ‘이지함화장품’은 더마화장품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김 대표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도 ‘포장’이 아닌 ‘기능’을 제대로 갖춘 더마화장품을 찾게 됐다”며 “케이벨르는 의약품과 함께 사용해 화장품의 기능을 극대화한, 일명 ‘약을 품는 화장품’”이라고 설명했다. 더마화장품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는 김 대표를 12월 2일 만났다.

케이벨르는 이지함화장품과 어떻게 다른가.

“2000년 이전에는 피부과에서 직접 피부약을 만들어 팔았다. 여드름약이 대표적이다. 이후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병원에서 약을 팔 수 없게 되자 약과 유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더마화장품의 기원이다. 사실 20년 전에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더마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세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과거엔 더마화장품이 병원과 약국 이름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신뢰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렵다. 그래서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그 결과물이 케이벨르다.”

코스메슈티컬 제품이 많다. 차별점은.

“화장품회사는 물론이고, 제약회사가 만드는 더마화장품도 일반화됐다. 최근 출시되는 모든 화장품이 기능성화장품이고, 색조를 제외한 대부분이 더마화장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자외선차단제도 기능성화장품의 일종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무늬만 의약품인 화장품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봤다. 연구 결과 실제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약품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케이벨르 제품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의약품과 화장품을 짝지어 쓰는 ‘코업(Co-up) 요법’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무늬만 의약품인 화장품’ 더이상 경쟁력 없어


▎ 사진:박종근 기자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뷰티업계 키워드가 ‘더마’일 정도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급성장한 한 해였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부 건강과 면역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안전성을 강조한 화장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제약사는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자사 의약품을 앞세워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성분을 활용해 화장품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종근당건강은 자사의 베스트셀러 유산균 제품 ‘랏토핏’에서 착안해 ‘닥터 락토’라는 더마화장품을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동국제약은 연고 치료제 ‘마데카솔’의 성분을 이용해 만든 더마화장품 브랜드가 매출을 이끌고 있다.

기존 화장품 회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LG생활건강은 케어존·더마리프트·CNP·CNPRx·닥터벨머 등 다양한 더마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했다. 또 2014년 CNP차앤박화장품(CNP)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 인수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 또한 그룹의 스킨케어연구소를 통해 일리윤·에스트라 등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듯 수많은 회사가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어디까지나 기능성화장품에 국한됐다. 김 대표는 “기능성화장품은 어디까지나 ‘기능’을 할 뿐 이를 뛰어넘는 ‘효능’은 약으로만 얻을 수 있다”라며 “의약품 성분을 화장품에 넣을 순 없기에 의약품과 화장품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말대로 케이벨르 제품의 경쟁력은 의약품과 화장품을 병행해 사용하는 코업 방식에 있다. 미백 화장품인 ‘셀리엑티브 화이트닝 세럼’과 의약품인 ‘더마블랑 크림’을 함께 바르는 식이다. 두 제품을 1대 1 비율로 섞어 얼굴에 바르면 된다. 효능 위주로 개발된 의약품의 부족한 발림성을 화장품이 개선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두 제품을 함께 바르면 의약품 내 유효성분의 흡수력이 높아져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개발·생산은 케이벨르의 자회사인 에릭슨제약이 맡는다.

코업 요법이 필요한 이유는.

“의약품은 화장품에 비해 효능이 높은 대신 자극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화장품보다 가격은 저렴할 수 있으나 냄새나 바르는 질감이 좋지 못하다. 반면 화장품은 발림성이 좋고, 향기롭지만 의약품처럼 효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둘의 장점만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 바로 코업 요법이다. 스킨케어를 할 때 연고를 같이 바르는 개념이라 일명 ‘약을 품는 화장품’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화장품 안에 약을 넣을 순 없지만 따로 바르는 건 어렵지 않다. 약만 발랐을 때 흡수가 잘 되지 않거나 자극을 줄 수 있으니 그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너지 효과가 있는 화장품과 짝을 맞췄다.”

라인업이 미백(세럼)·주름개선(크림)으로 단순하다.

“매일 쓰는 제품이 복잡하면 잘 안하게 된다. 그래서 군더더기를 빼고, 꼭 필요한 기능을 넣은 제품을 바르도록 했다. 의약품처럼 단순하게 아침과 밤에 한번씩만 바르면 충분하다. 요즘 소비 트렌드가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장품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두 가지 라인을 주축으로 하지만 탈모·여드름·피부염 제품도 있다. 여드름과 피부염은 의약품에 쓰는 성분 중에 화장품에 가능한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탈모 라인은 여성 탈모에 초점을 맞춰 현재까지는 화장품만 출시됐는데 내년에 이 제품의 짝인 의약품이 추가될 예정이다. 그러면 약을 품는 화장품 3종이 완성된다. 이외 라인업 확대 계획은 아직 없다.”

주요 타깃층은.

“30~40대다. 화장품 시장에서는 기미·주근깨나 색소 침착으로 인한 미백, 노화로 인한 주름개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70~80대가 되어도 야외 활동을 활발히 한다. 이 나이 대의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는 30~40대부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즉각적인 효과를 위해 보톡스나 필러 같은 피부과 시술도 많이 하지만 지속적이면서도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피부 관리는 제대로 된 화장품을 꾸준히 바르는 것이다.”

코스메슈티컬 시장 양적·질적 성장할 것

케이벨르는 ‘K뷰티’라는 의미를 지녔다. 론칭 당시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하고 브랜드명은 물론 로고도 K뷰티를 연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현재 중국에서 발주를 마쳤고, 인도네시아와 태국·싱가포르 등지에 진출할 계획이다. 김영선 대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인의 피부 비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면서 “코로나19로 수출 계약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와 피부 타입이나 고민이 유사한 아시아권 시장 진출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벨르 제품은 온·오프라인 병원·약국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주름개선 전문의약품인 ‘트리더마블랑 크림’의 경우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매해야 한다.

전문의약품은 처방 등 번거로움이 있는데.

“여자들은 기초단계에서 스킨·로션 외에도 에센스나 앰플·크림 등 여러 가지를 함께 바르지 않나. 사실 약사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럴 필요가 없다. 피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깨끗이 씻고, 보습하고,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 정도다. 클렌징과 자외선차단제를 제외하면 결국 보습제가 기초단계에서 필요한 전부인 셈이다. 전문의약품을 처방받는 게 번거로울 순 있지만 여러 개를 바를 필요 없이 효능 있는 약과 함께 써 매일 쓰기엔 더욱 간편하다.”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대한 전망은.

“지난 20년보다 더 급격히 성장하고,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의약품과 화장품을 함께 쓰는 방식을 고안한 것도 그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이제는 약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배달을 시키는 것도 일반화됐다. 원격진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만큼 의약품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 의약품의 오·남용은 분명 지양해야하지만 화장품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 케이벨르가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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