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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23) 화이자, 모더나 그리고 백신의 경제학] 코로나 19 백신 탄생에 즈음하여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국가 차별 생길 우려… ’백신 민족주의’ 극복해야 할 숙제

▎지난 12월 16일 대전의 한 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시민들을 검사하고 있다.
차가운 날씨일수록 코로나 확산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백신 개발 소식을 들으며 혹여 마음이 추운 사람들에게 백신 보급이 늦어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든다. 2020년 6월 이후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3상 결과가 각각 11월 7일, 16일, 23일 발표됐다. 주식시장은 언택트가 아닌 컨택트 주식으로 화답했고 세계 증시는 경기 기대감으로 천장을 뚫고 있다.

20세기에도 보건 불평등 해결은 세계적인 이슈다. 예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허가한 후 시행하는 게 중요 과제였다. 백신 접종이 세계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안전한 식수를 제외하고, 사망률 감소와 인구 증가에 백신만큼 큰 영향을 미친 게 있을까. 질병과 사망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접종 백신 개발은 21세기에도 이어진다.

코로나 백신중 가장 먼저 임상3상 결과를 발표하고 12월 10일 응급사용을 허가를 받은 건 화이자 백신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문위원 14명 중 11명 찬성으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권고했다. 대상 연령층은 ‘16세 이상’이다. 다른 3명의 위원은 이해충돌을 이유로 백신 사용 권고안 표결에서 기권했다. 그 결과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팬데믹 종식의 시작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해졌다. 미 식품의약청(FDA)이 화이자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직후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이자의 백신을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 했다.

화이자 백신은 mRNA(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 메신저 RNA)에 기반한 백신이다. 화이자 백신은 4만3000여 명을 대상(글로벌 인구 42%, 미국 인구 30%)으로 임상을 했고, 95% 수준의 효능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전체 백신 투여군 중에서 3등급 이상 부작용은 2% 내외에서 발생해 안전성도 충분했다. 코로나에 취약한 65세 이상 노인 인구 효능도 94% 수준이고, 이미 감염된 대상군에서도 안전성 관련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동일한 mRNA 기반 백신인 모더나 제품을 보자. 11월 1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3만명이 참여한 임상 3상에서 94.5% 수준의 효능을 입증했다. 안전성과 관련해 3등급 이상 부작용이 2~9% 수준에서 발견됐지만 증상이 경미해서 일시적 치료로 해결 가능한 수준이었다. 화이저와 모더나의 mRNA백신은 모두 중화항체를 생성시킨다. 바이러스에 특이한 T세포를 형성하고 장기 면역 기억을 형성할 수 있어서 6개월 이상 코로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코로나 변이 전체에 대해서도 두 백신 제품은 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감기 바이러스와 달리 변이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장기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에 대해 예방 효과가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보급 프로그램을 화이자 백신을 계기로 사실상 시작했다. 영국 당국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화이자의 경우 영하 70~80도에서 관리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관리가 요구된다. 코로나 항체의 경우 치료 효능이 기대했던 것보다 으로 낮게 나온 반면 백신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효능을 입증했다. 수년 이상의 개발기간을 필요로 했던 과거와 달리 코로나 백신의 경우 3개 이상의 제품이 1년 정도의 기간에 3상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됐다.

백신 접종에 따른 장기 안전성에 관한 문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 접종으로 확인해야 한다. 모더나 제품과 화이자 제품은 7개국이 선구매 계약을 확정했는데, 수량이 8.6억 도스와 10.6억 도스이다. 해당 회사의 연간 백신 생산 능력 10억 도스를 이미 넘어섰다. 백신 공급 계약이 크게 늘어나면서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화이자는 올 11월 금년 안에 공급 가능한 물량을 5천만 도스로 발표한 후 12월에는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연내 공급물량이 1/3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정정보도한 적이 있다. 원자재 공급 부족은 시판허가가 이루어지는 백신 제품이 늘수록 심해질 수 있다.

40여 종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임상시험 중


▎미국 뉴욕 병원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 사진:AP=연합뉴스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40여 종이다. 그만큼 세계 각국이 백신 개발을 위해 사활을 걸었었다. 동물 실험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임상 단계인 후보물질도 150여 종이 넘는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백신 개발은 힘겨운 여정이다.

백신 개발에서 임상시험은 크게 3단계(1·2·3상)로 이뤄진다. 1상은 10명 안팎의 소규모로 진행한다. 주로 인체 유해성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2상은 구체적으로 항체 생성에 대한 가능성을 보는 단계다. 단기적으로 항체를 생성하는지 가능성을 주로 살펴본다. 코로나19의 경우 1상, 2상 모두 3상보다 간략히 진행한다. 2상의 경우 항체 유지능력까지 보려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일정 기간을 둬야 한다. 다만 코로나19는 개발의 시급성으로 이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도 있다. 3상은 본격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상대로 효능과 부작용 여부를 살핀다.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효과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3상의 경우 보통 수백 명 단위로 진행하지만, 백신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더 큰 규모로 진행한다.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를 예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바이러스에 대한 접촉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 미국처럼 많은 환자가 발생한 국가에서는 수만 명 단위,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한 국가에서는 10만 명 이상도 필요하다. 3상은 적정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 백신이 실제로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지, 백신이 우리 몸에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를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출시 전 최종 단계이다. 임상에 성공해도 백신 조달과 배분을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백신 출시를 위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시간을 돌이켜 지난 8월로 가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등록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가 러시아 국부 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함께 공동 개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도 해당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며 인체에 해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볼라, 메르스 같은 다른 백신에 여러 차례 적용한 아데노바이러스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하다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3000만 회 분량의 백신을, 해외 생산까지 고려하면 전 세계적으로 2억 회 분량의 러시아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자국의 코로나19 백신에 ‘스푸트니크 V’라는 이름까지 붙이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푸트니크는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이 1957년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으로, 당시 미국과의 우주 경쟁에서 미국의 자존심을 꺾었던 사건으로 남아있다. 러시아가 백신에 스푸트니크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미국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백신이 많은 이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백신에 대한 불신의 이유로 임상 3상의 부재를 꼽았다. 당시 세간에서는 러시아의 상술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술책이란 것이다.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이 주는 피해를 집중 조명했다.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 백신에 관한 관심을 표하면서, 백신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로 친(親) 러시아 성향의 국가나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국가다. 서방국가가 러시아 백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정치적 원인이 더 크며, 자국 백신 개발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며 화살을 서방국가로 돌렸다. 러시아 측은 여전히 1, 2상 시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됐고, 3상 중간 분석에서도 면역 효과가 95% 이상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연말부터 러시아산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스푸트니크 V’와 결합 접종 시험을 진행한다고 12월 11일(현지시각) 러시아 측이 밝혔다. 영국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백신 기업과 국가 지원 연구 기관의 협업이 팬데믹에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2월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다양한 백신 조합을 평가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조만간 스푸트니크 V를 개발한 기관과 공동 연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결합 접종을 위한 임상시험은 18세 이상 러시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12월 말부터 진행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스푸트니크V는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항원을 무해한 다른 바이러스에 끼워 넣어 인체에 투여하는 ‘벡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보자. 이는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에 기초한 제품으로 2만4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12월 9일 논문발표를 보면, 임상 3상 결과 8895명 치료군에서 1차 투여군 환자에서는 백신 효능이 90%, 2차 투여군 환자에서는 62%의 백신 효능을 보였다. 안전성 관련해서는 전체 임상시험 대상자 중 3명(백신 투여군에서 2명)에서 발생한 횡단척수염(transverse myelitis)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부작용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인데, 1차 투여군과 2차 투여군 사이에 약 30% 이상의 효능 차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열띤 논쟁이 있었다. 백신효능이 높게 나타난 시험군은 대상 인구의 연령이 50대 이하여서 노인인구의 경우에는 백신효능에 우려가 존재한다. 1차 투여군보다 2차 투여군에서 백신효과가 낮았다. 접종횟수가 많아질수록, 인종(특히 아프리카 인종)에 따라 백신효과가 낮아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분명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백신효능이 1차 투여군에서 58.9%, 2차 투여군에서 3.8%로 떨어진다. 연구진 실수로 백신 1회분의 절반을 우선 투여하고 한 달 후 1회분 전체를 투여한 게 문제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의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FDA는 아스트라제네카에 새롭게 임상3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결과는 늦으면 2021년 하반기에나 발표될 지도 모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제품이 재차 안전성 효능을 입증해 모더나 제품이나 화이저 제품에 비해 열등한 제품이 아니란 점을 입증해야 한다.

백신 민족주의를 바라보며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아데노바이러스 기반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존슨앤존슨은 2020년 11월 9일 임상 3상 착수 승인을 획득했다. 빠르면 2021년 상반기 결과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23일 발표된 796명 대상 임상시험 결과는 95~99%의 환자에게서 면역반응이 확인됐다. 3등급 이상의 부작용은 11%로 보고되었다. 노인인구나 기감염자에 대한 백신효과는 대상 인구가 너무 작거나 세부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대규모 임상 3상 결과를 통해서나 확인 가능하다.

백신명가이자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재조합 단백질 기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반응이 전반적으로 낮다. 특히 50세 이상 노인환자에게서 백신 효능이 더욱 낮다. 면역 반응이 낮다는 평가로 새로 개발한 백신을 통해 2021년 임상 2상을 재실시할 계획이다.

일라이릴리사가 개발한 코로나 항체의 경우 10월 28일 452명의 임상 참여자에 대한 임상시험 중간결과가 공개됐다. 결과는 3가지 용량(700mg, 2800mg, 7000mg)중 중간 용량(2800mg)에서만 중화항체 면역반응이 확인되었으며, 입원환자 발생비율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일라이릴리사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가장 작은 용량(700mg)에 대해 긴급 승인을 신청했다. 미국 FDA에서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고려해서 응급사용을 승인했다.

리제네론에서 개발하고 있는 항체제품 역시 800명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 3상에서 체내 바이러스 검출량과 병원 방문 빈도를 평가한 결과 다소간의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리제네론 제품은 일라이릴리 제품보다는 다소 우월한 효과를 보였지만 코로나 백신 대비 분명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11월 21일 성명 초안을 발표해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약속했지만 정작 부자 국가들은 대형 제약사들과 이미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해 ‘백신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백신 외교와 국가주의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백신의 역할을 글로벌 공공재로 인식하고 모든 사람에게 적당한 가격과 공정한 접근이 보장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공염불이 아닐까 우려된다.

보리스 존스 영국 총리는 “우리가 힘을 합할 때만 코로나19를 격퇴하고 이 위기를 좀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운명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부자만이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정상적인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시나리오는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들의 말은 지켜질까.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80% 이상의 국민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부작용도 있지만,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확인한 안전성 정보에 대해 국민교육과 홍보를 강화해서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 백신의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백신 개발, 제공, 분배, 관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는 원칙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가비, 백신 동맹,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전염병 준비 이니셔티브 연합(CEPI) 등 여러 기관들은 백신 혜택을 모두에게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19가 고소득, 중·저소득 국가의 사회에 미치는 건강과 경제적 영향에 비추어, 백신 민족주의는 극복되어야 한다. 전 세계 모든 어린이와 취약계층, 특히 지리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지역사회의 사람들에게 백신을 전달하기 위한 도전들이 남아 있다. 이러한 도전은 국제적, 국가적 노력과 지속적인 헌신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

다시 코로나19와 마주하며

특정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인간의 준비는 서기 1500년 이후 역사적으로 설명되어 왔다. 천연두 백신은 1798년에 개발되었다. 적절한 백신 항원을 추출하기 위한 연구 개발은 거의 한 세기 동안 걸렸다. 루이스 파스퇴르는 1863년 미생물 때문에 음식이 썩고 사람들이 질병에 걸린다는 것을 발견한다. 끓이거나 광선을 쏘거나 산소를 없애는 개발이 시작되었다. 20세기 전환기에 닭 콜레라, 탄저병, 광견병 백신이 만들어진 것을 생각해 본다. 박테리아 백신은 열이나 화학물질을 통해 박테리아를 치료하고 죽이는 방법이 확립된다. 19세기 말 장티푸스, 콜레라, 퍼터시스 백신이 개발되었다. 1923년 알렉산더 글레니와 바바라 홉킨스는 포름알데히드로 세균 독소를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개발해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독소 백신 개발을 유도했다.

20세기 말 분자생물학의 혁명이 초래되었고 미생물학과 면역학에 대한 통찰력도 깊어져 병원균과 예방접종의 반응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분자 유전학과 게놈 염기서열 분석은 인플루엔자 백신과 로타바이러스 백신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상피를 가진 RNA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DNA 조작과 절개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 벡터에 대한 표면 항원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백신 개발은 2020년 중국에서 심각한 급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 코로나19가 출현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실험됐다. 이들 백신의 효능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효과가 입증된다면 코로나19로 영향을 받는 전 세계에 백신을 보급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보면, 백신은 인구 규모를 감안할 때 매우 유익했으며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다른 공중 보건 개입과 비교할 수 없는 정당성을 확보해 왔다.

건강과 경제는 정의와 상관관계에 있다. 경제 성장은 건강을 향상하는 투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백신 프로그램은 계층 간 사회 이동성을 제고하는데도 필수적이다. 관건은 이제 코로나 19 백신의 신속한 확보와 접종에 있다. 화이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영국 같은 선진국에 최소 11억회 분량의 백신을 판매하기로 했다. 모더나는 미국에서 먼저 생산된 양을 우선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개발과 대응이 궁금해진다. 가난한 나라는 수년을 기다려야 할까?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1565호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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