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87.5% 중고거래 ‘긍정적’… 당근마켓 이용률 63.7% 압도적 1위
“저 다음으로 미치실 분을 찾습니다.” “새 옷이에요. 저 마라탕 너무 먹고 싶어요, 제발 사주세요.” “낮에 나가면 다들 시선 집중 신발만 봐요.”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책, 옷, 신발 소개다. 미치실 분을 찾은 이유는 [20대, 공부에 미쳐라]라는 책에 대한 유희다. 다음은 새 옷을 판 돈으로 마라탕을 먹게 해달라는 읍소이고, 햇살 아래 명품 신발의 화려함에 대한 은유다.‘중고거래’가 변했다. 과거 중고거래가 빠듯한 살림에 선택하는 궁여지책이었다면 요즘 20대는 중고거래를 재밌는 놀이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알바천국’과 20대에 던진 경제전반 설문을 통해 중고거래에 빠진 20대를 들여다봤다. 설문은 2021년 1월 11일~13일까지 알바천국 개인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대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2943명이 답했다.1990년대 중고거래는 벼룩시장, 교차로 등 생활 정보 신문 속 ‘삽니다’, ‘팝니다’라는 작은 코너로 존재했다. 허리띠를 졸라야 했던 서민이 이용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저성장 고착화로 ‘중고나라’라는 중고거래 커뮤니티가 생겼고, 쓰지않는 물건을 팔아 여유 자금을 마련하는 사람도 등장했다.30여년이 흐른 현재, 중고거래는 더 이상 남이 쓴 물건을 어쩔 수 없어 싸게 사는 고육지책을 뛰어넘었다. 특히 20대의 87.5%가 ‘중고거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란 질문에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긍정 응답자의 58.8%가 중고거래는 ‘합리적인 소비’라고 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저성장 속 중고거래가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이 됐다”고 분석했다.20대는 우선 중고거래를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사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중고거래 긍정 응답자의 10.3%가 한정판 물건이나 명품 등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중고거래를 통해 구할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20대 중 구하기 어려운 물건 구매에 중고거래를 활용하는 비율은 직장인이 16.4%로 가장 높았다.
한정판 리셀 등 재테크 수단으로도 부상합리적인 소비의 수단이 된 중고거래는 20대에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도 떠올랐다. 한정판 아이템 등을 구매해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려 되파는 이른바 리셀이 대표적이다. 설문 결과 20대의 23.9%가 현재 투자·재테크를 하고 있고, 이들 중 3.6%가 중고거래 리셀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은 생물을 키워 되파는 재테크인 브리더(0.7%)도 중고거래를 이용했다.중고거래 플랫폼 중에선 당근마켓 이용률이 63.7%로 가장 높았다. 번개장터와 중고나라가 각각 14.5, 12.7%였다. 당근마켓은 월 사용자 수(MAU)가 2018년 100만 명에서 2020년 1300만 명으로 기록해 13배 늘었다. 한편 중고거래에 응답자의 12.4%는 중고거래가 부정적이라 답했고, 사기 등 불이익 가능성(79%)을 우려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