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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봤다, ‘신세계식 야구장’] 日 유통기업 라쿠텐, 야구장의 테마파크화 성공 

 

놀이동산·숙박시설 입점… 쇼핑·먹거리 연계한 ‘스타디움 쇼핑’ 주목

▎미국 애틀랜타 프로야구팀인 브레이스의 홈구장 ‘트루이스트 파크’ 인근에 자리한 복합 문화공간 ‘배터리 애틀랜타’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은 1월 26일 SK와이번스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야구장을 다양한 서비스가 모여 있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인천 청라지역에 스타필드와 연계한 돔구장 건설 방안도 유력해 보인다. 업계에선 단순히 구장 내에 신세계 계열사 매장을 포진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껏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구장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이마트와 손잡고 다양한 공간을 선보인 바 있다. 2019년 구장 내 ‘스카이박스’ 2곳을 이마트 브랜드룸으로 만든데 이어 바비큐를 구워 먹으며 야구를 볼 수 있는 ‘이마트 바비큐존’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신세계그룹은 야구장 내 다양한 체험형 공간 마련을 통해 이미지 제고와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야구팬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동안 해외 유명 구장을 돌며 ‘신세계식 야구장’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일본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구장 ‘생명파크 미야기’와 미국 애틀랜타 프로야구팀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트루이스트 파크’가 신세계가 말한 라이프스타일과 접목한 구장과 가까운 형태다. 두 구장 모두 레스토랑·쇼핑·숙박·놀이·체육시설 등 각종 문화시설을 더한 새 형태의 야구장으로, 정 부회장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쿠텐, 일본 최초로 야구장 내 숙박시설 오픈


▎일본 야구단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홈구장 외야 전광판 뒤편으로 대규모 놀이동산 ‘스마일 글리코 파크’의 대관람차가 보인다. / 사진:rakuten.today
일본의 최대 온라인상거래(e커머스) 업체 라쿠텐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가 극심했던 일본 도호쿠 지방을 근거지로 하는 프로야구팀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2004년 창단했다. 창단 초기 일본 프로야구계가 50년 만에 새 구단의 프로야구 진입을 허용한 팀으로 이슈가 된 이후 신개념 야구장으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라쿠텐은 IT 기업 특유의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야구단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쿠텐 홈구장 ‘생명 파크 미야기’는 외야 전광판 뒤편 공간에 ‘스마일 글리코파크’라는 대규모 놀이동산을 지었다. 야구장 넘어 보이는 대관람차는 이 팀의 명물이 됐다. 라쿠텐은 미야기 구장을 야구 경기뿐 아니라 상설공연과 행사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활용한다. 거기에 대형 유통센터와 놀이동산을 갖춰 테마파크화 했다. 이 때문에 미야기 구장은 경기가 있든 없든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티켓 하나로 공연과 야구를 연달아 볼 수 있게 하는 등 야구뿐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생활 수준 향상과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일본 최초로 홈경기시 전 매장을 ‘캐시레스(Cashless, 비현금화)’로 운영한 것도 라쿠텐 구장이다. 야구사업의 가능성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많은 투자와 다양한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전략 덕분에 라쿠텐은 창단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하며 프로 스포츠구단 운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라쿠텐은 지난해 4월에 놀이동산 내에 숙박시설을 개장했다. 일본 내에서 야구장 안에 숙박시설을 보유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라쿠텐 그룹 산하 민박 회사가 건설한 숙박 시설의 객실 가격은 1박에 평균 2만5000엔이다. 객실에는 바비큐 그릴이 있는 전용 정원 또는 옥상을 갖춰 고기를 구워 먹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놀이동산과 마찬가지로 경기가 없는 날도 언제든 이용이 가능하다. 라쿠텐 구단 측은 “미야기 구장을 중심으로 더 많은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오락시설 개발을 위해 숙박시설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과 같은 유통기업은 아니지만 미국 대형 미디어그룹인 리버티미디어그룹이 구단주로 있는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홈구장의 사례도 눈 여겨 볼만 하다. 미국에서는 3~4년 전부터 오래된 야구장과 인근 상권을 복합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재개장한 브레이브스의 홈구장 ‘트루이스트 파크’다.

경기장이 위치한 조지아 콥 카운티와 구단 소유주 리버티미디어그룹은 6억2200만 달러(약 7000억원)를 투자해 경기장을 최첨단 시설로 재개장하는 한편 인근에 ‘배터리 애틀랜타’라는 복합 문화공간을 지었다. 이 공간에는 주거시설을 비롯해 대형 쇼핑단지와 레스토랑·실외수영장 등 각종 문화시설이 입점했다. 야구 관람객이 경기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쇼핑을 즐기고 레스토랑을 방문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연결한 것이다.

엔씨소프트도 ‘한국판 라쿠텐’ 꿈꿨지만…

콥 카운티는 당초 복합 개발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을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충당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운영 수익이 늘며 세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 기금에서 야구장 운영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도 2017년 800만 달러에서 2018년 580만 달러로 줄었다. 이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다저 스타디움’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부시 스타디움’, 신시내티레즈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등 유명 야구장이 잇따라 재개발을 통해 상업시설을 대거 입점 시켰다. 유럽에서는 유통과 스포츠를 결합한 ‘스타디움 쇼핑’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관건은 자금력과 지자체와의 연계성이다. 앞서 2013년 엔씨 다이노스를 창단한 엔씨소프트 역시 구단 운영의 롤모델로 라쿠텐 골든 이글스를 꼽은 바 있다. 라쿠텐의 지역밀착 마케팅을 벤치마킹하고, 창원 홈구장을 재탄생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 부담과 지자체와의 마찰 등 각종 이슈에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정지규 경일대 교수(스포츠학)는 “기존 프로야구 모기업들과 달리 신세계그룹과 이마트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가까워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세계가 가진 유통 파워와 프로야구가 결합된다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72호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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