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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신세계百 매출 오른 까닭]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앞세워 선방 강남점은 연매출 2조 돌파 

 

‘생활밀착형’ 내세운 롯데百, 31곳 중 30곳 매출 하락

▎연 매출 2조원을 넘기며 전국 백화점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세계강남점.
코로나19가 휘몰아치면서 견고하던 백화점 성벽이 무너졌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백화점 방문이 연달아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백화점 방문자 수는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매출액도 감소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백화점 업계에서 입수한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 AK 백화점 67개점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국 67개 백화점 중 전년 대비 매출이 상승한 백화점은 단 9개 지점. 58개 지점은 모두 전년보다 매출액이 하락했다.

매출이 증가한 9개 지점 중 신세계백화점이 5곳, 현대백화점이 2곳, 갤러리아와 롯데백화점이 각각 1곳이었다. 국내 빅3 백화점의 성적표가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신세계는 ‘선방’했고, 롯데는 ‘부진’했다.

신세계센텀시티점, 전년대비 매출 7.5% 상승


코로나19에도 전년보다 2020년 매출이 늘어난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강남점’ ‘신세계센텀시티점’ ‘신세계본점’ ‘신세계광주점’ 신세계타임스퀘어점’이다. 신세계강남점은 전년보다 5.5% 매출액이 신장했고, 신세계센텀시티점은 7.5%, 신세계본점은 0.5%, 신세계광주점은 3.3%, 신세계타임스퀘어점은 3.2% 증가했다. 다섯 지점의 공통된 색깔은 ‘명품 중심의 백화점’이라는 것이다.

이중 강남점·센텀시티점·본점은 명품 쇼핑족으로부터 ‘쇼핑의 메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세 곳 모두 ‘세계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가 모두 입점해 있다. 신세계강남점은 기존에 있던 명품 브랜드숍 외에도 1층에 ‘더 스테이지’라는 공간을 만들어, 글로벌 명품 브랜드 제품을 한데 모아 팝업스토어 형태로 운영한다. 이 같은 명품 집중 전략으로 신세계강남점은 2020년 연 매출 2조원을 넘으며 전국 67개 백화점 중 매출액 1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점은 명품 브랜드 매출 비중이 다른 신세계백화점 지점보다 4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센텀시티점은 2009년 백화점 오픈 당시, 서울이 아닌 지역 점포로서는 처음으로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매장을 유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본점은 본관 1층에 럭셔리 부티크 공간을 꾸며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를 전면에 세운다.

이외에도 매출이 증가한 신세계광주점와 신세계타임스퀘어점을 보면 3대 브랜드 모두가 입점하진 않았지만 이중 루이비통을 비롯해 구찌·보테가베네타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확보했다. 특히 광주점은 지난 2019년에 전관이 리뉴얼하면서 구찌·생로랑·몽클레르·발렌시아가·보테가베네타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들을 대거 들였다. 또 신세계타임스퀘어점은 패션관·리빙관·명품관 세 부분으로 공간을 명확히 구분했다. 이중 명품관은 하얀 대리석에 천장이 뚫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명품관만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부각했다.

반면 ‘생활밀착형’ 백화점을 내세운 롯데백화점의 2020년 실적은 부진했다. 롯데백화점은 20년 전부터 백화점을 ‘고객을 위한 멀티 생활문화 공간’으로 다진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선택한 전략은 ‘다점포화’였다. ‘언제나 어디서나 고객이 만날 수 있는 백화점을 만들겠다’며 전국에 점포 수를 확대했다.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AK백화점의 전체 수가 67개점인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31개 지점이 롯데백화점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전국적으로 매장은 많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신세계나 현대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도 롯데보다는 신세계나 현대에 더 입점하려고 한다”며 “물론 롯데에도 에비뉴엘이라는 프리미엄 공간이 있지만, 이 명품 공간은 잠실이나 롯데 본점 등 주요 거점지역에만 있기 때문에 롯데백화점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百, 매장은 많지만 매출은 모두 빨간 불

롯데백화점의 생활밀착형 전략은 몸집은 키웠으나, 위기상황 속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동일 지역 내에서 ‘고급화’와 ‘생활밀착형’으로 전략을 짠 신세계백화점와 롯데백화점의 매출을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영등포역 부근 신세계타임스퀘어점과 롯데영등포점을 보자. 신세계타임스퀘어점은 2019년 매출액 4569억원에서 2020년 4714억원으로 3.2% 신장한데 반해 롯데영등포점은 2019년 4671억원에서 2020년 3526억원으로 24.5%가 감소했다. 2019년에는 롯데영등포점 매출이 신세계타임스퀘어점보다 더 많았지만, 2020년에는 역전된 것이다. 물론 이 수치에는 롯데영등포점이 리모델링을 한 영향도 컸지만 두 지점의 가장 큰 차이는 ‘명품관’의 유무다. 신세계타임스퀘어점은 명품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롯데영등포점은 명품관 자체를 운영하지 않고 작은 명품 판매대마저도 없다.

그나마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매장 등 에비뉴엘을 운영하는 롯데본점과 롯데잠실점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국 백화점 매출 2·3순위 자리는 지켜냈다. 롯데본점은 2019년 매출액 1조7338억원에서 2020년 1조4768억원으로 14.8% 감소했고, 롯데잠실점은 2019년 1조5226억원에서 2020년 1조4725억원으로 3.3% 줄어들었다.

결국 고급화·명품화로 ‘백화점다운 백화점’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에 롯데백화점도 생활밀착형에서 점차 고급형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상징인 ‘롯데본점’이 43년 만에 올해 처음으로 전면 리뉴얼을 구상하고 있다. 리뉴얼의 키워드는 ‘명동 롯데타운을 명품관으로 재단장하기’다. 전면 리뉴얼로 롯데본점 1층은 수입 명품, 고급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바뀔 전망이다.

한편 신세계는 백화점에 이어 온라인숍까지 명품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그룹 온라인쇼핑몰인 SSG닷컴에서는 신세계백화점 상품을 판매하는데, 마치 백화점에 마련된 명품관처럼 ‘해외명품’ 카테고리를 생성했다. 몇몇 제품은 백화점 매장에서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매장픽업’ 서비스를 연계해 백화점 방문 수를 자연스럽게 늘리기도 한다. 반면 롯데백화점의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백화점몰에서는 명품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72호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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