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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장] ‘유통명가’ 명성 흔들, ‘고강도 다이어트’ 가시밭길 남았다 

 

3분기 턴어라운드로 재신임 성공… 부진한 롯데온 재정비 나서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장(부회장) / 사진:롯데그룹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장(부회장)에게 지난해는 혹독한 한 해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상하는 ‘새판 짜기’를 진두지휘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던 중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로 인해 롯데쇼핑은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2021년 정기임원인사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강 부회장은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과는 별개로 올해도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 작업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강 부회장이 연속성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한 대외적인 요인이 컸던 만큼 내부 인사 변화의 폭을 최소화해 안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사태와 점포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6조762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고 2월 8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3461억원으로 19.1% 감소했다. 순손실은 6709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과 영화관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반면 가정 내 생활이 늘며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실적이 곤두박질 친 이후 3분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3분기 매출액이 4조10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6.8% 증가한 1111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4분기에도 매출은 3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815억원으로 316.8% 증가했다. 이는 오프라인 점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거듭한 결과로, 지난 한 해 동안 롯데쇼핑이 폐쇄한 점포는 115곳에 달한다.

롯데몰·롭스 등 부진한 사업 품안에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H&B사업부 롭스를 롯데마트에 흡수 통합했다. / 사진:롯데쇼핑
지난해 경영 효율화로 영업이익이 늘면서 강희태 부회장은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중심으로 그룹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복합 쇼핑몰과 리조트 개발, 오피스 임대업 등을 하는 롯데그룹 계열사다. 이어 9월에는 유니클로 매장을 운영하는 FRL코리아 기타비상무이사로 임명되며 롯데그룹은 강 부회장 체제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최근 롯데쇼핑은 롯데자산개발이 운영 중인 잠실 롯데월드몰 등 6개 점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잠실 롯데월드몰과 롯데몰 김포점·수원점·은평점·수지점·산본점 등 6개 점포의 운영을 맡게 된다. 롯데자산개발은 수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부회장이 인수 결정을 내린 것은 롯데쇼핑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롯데몰 내에는 롯데쇼핑 계열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롯데몰 은평점과 수지점의 경우 내부에 롯데시네마·롯데마트·롯데하이마트·유니클로 등 롯데쇼핑 내 사업부문이나 계열 및 관계사 브랜드가 입점했다. 롯데몰 사업이 활성화돼야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문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롯데쇼핑이 복합쇼핑몰 사업과 유통사업을 함께 가져가 효율화를 꾀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마트나 슈퍼 등 부실매장 정리를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 사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복합몰 사업은 코로나 확산세가 감소되면 롯데쇼핑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그룹의 미래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자산개발의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롯데쇼핑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헬스앤뷰티(H&B)사업부 ‘롭스’를 롯데마트에 흡수 통합하며 또 한 번 체질개선에 나섰다. 기존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의 5개 사업부문으로 유지돼 왔으나, 이번 통합으로 4개 사업 부문이 됐다. 롭스는 롯데마트 내 상품기획(MD)본부의 H&B부문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2013년 롯데슈퍼에서 출발한 롭스는 국내 H&B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매장 수를 급격히 늘려나갔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CJ올리브영이 선두자리를 굳히면서 수년째 적자에 허덕였다. 실제 롭스가 포함된 롯데쇼핑의 기타 사업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총 21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 연간 영업손실(1924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부진한 실적에 H&B 시장마저 쪼그라들면서 롭스는 지난해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주요 타깃이 됐다. 2019년 129개이던 점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08개까지 줄어들었다. 새해 롯데마트 신임 대표로 임명된 강성현 전 롯데네슬레 코리아 대표가 2012~2018년 롭스 대표를 맡은 것도 마트와의 통합을 앞당긴 요인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는 롭스 론칭 초기 단기간 내 매장을 100개가량으로 늘린 인물이기도 하다.

부회장 직속 ‘데이터 TF’ 출범해 ‘롯데온 살리기’

한편 롯데그룹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롯데온(ON)’은 지난해 4월 론칭 이후 출범 1년이 다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은 백화점부터 마트·홈쇼핑 등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다.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경쟁사인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등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e커머스 사업본부를 감사하고 있다. 내달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감사를 통해 롯데온의 출범 과정과 실적 등을 분석해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강희태 부회장 직속 TF인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를 출범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대세로 자리한 온·오프라인 시너지 확대의 일환이다. 궁극적으로는 롯데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보이며, 각 계열사에서 수집한 유통데이터를 한데 모아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 내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줄어들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며 “점포 효율화 작업을 계속해나가는 동시에 오프라인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보유 자산을 활용한 물류 거점화 점포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73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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