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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드러낸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찐’ 공공의 적은 ‘ㄴH’ 안에 있었다 

 

토지보상금·공직자재산신고 논쟁 다시 수면 위로

▎3월 10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토지 앞에서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이 LH를 규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6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한 발표다. 정권 말기인 남은 1년 동안 날뛰는 부동산시장을 잡는데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투기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성과는 고사하고 모두 수포가 될 상황에 처했다. 올해 정책기조를 규제에서 공급으로 바꿔 마지막 승부수로 던진 3기 신도시 건설안도 원점으로 돌아갈 처지가 됐다.

부동산시장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LH 직원들이 “휴일에 땅 보러 다니는 것이 취미”라고 주변에 말할 정도로 내부 정보를 서로 공유해 땅 투기를 하러 다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시장에선 정부의 헛발이 빚은 참사, 정책 한계의 극치라며 힐난한다. 당·정과 시민단체는 재발방지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기존 법규를 강화하는 정도의 뒷북치기 재탕이 대부분이다. 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자본시장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에도 비슷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LH 투기 사건이 터지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내놨다. 벌금을 늘리거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기조사와 거래내역 공개를 추가한 정도다. 그런데 조사 주체를 공사(LH) 사장으로 명시해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LH 직원들이 업무상 취득한 비공개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법의 실효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국토교통위 관계자는 “당·정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기존 규정을 강화하는 것 말곤 직무 연관성을 입증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H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토지보상 대상에서 빼겠다. 중징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론 ‘법적 재판에서 유죄를 확정 받으면’이라는 조건을 붙인 속내도 그런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인 김남근 변호사(민변개혁입법추진위원장)는 “공직자의 미공개 정보 악용과 부동산투기를 차단·엄벌하는 실효적 법을 마련하고, 그동안 미뤘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입법할 때”라고 말했다.

입법 무산 ‘공직자윤리법 전면 개정’ 재점화

LH 투기 사건을 두고 시장에선 “정부가 자초한 꼴”이라고 비난한다. 그 중 한 근거는 공직자 윤리 위배다. 문 정부가 투기수요라고 본 진짜 공공의 적은 정부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시장에선 그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신호를 예전부터 보냈지만 당·정은 이해관계가 엇갈려 대책 마련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번에 드러난 LH 직원 투기 사건 10건 중 9건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 시절(2019~2020년)에 집중 발생했으며, 문 정부가 출범 직후 주택시장 규제에 나서던 2017~2018년에도 이뤄졌다.

이에 따라 최근 5년여 동안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자는 논쟁이 일었고 법안들도 발의됐다.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자명단·업무활동내역 공개, 직무관련 사적 접촉제한,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금지·처벌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존 법규와 부딪히거나 개인정보 논란 등으로 입법이 무산됐다. 공직자윤리법의 경우 처벌 규정이 없는 소극적 제도여서 공직자 이해충돌 사건을 판가름하기 어렵다는 맹점도 안고 있다.

17년 전에도 공직자 부동산투기가 물의를 일으키자 2004년에 공직자윤리법을 전면 개정하려는 입법청원이 줄을 이었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재산 형성 자금 출처 신고, 소유 부동산 시가 신고, 부동산 거래내역 공개, 직계존비속의 고지 거부 폐지, 재산공개 대상 확대, 1가구 1주택 외 부동산 매매 금지, 부동산·주식의 백지신탁제 도입 등을 담은 법안이었다.

시장에선 토지보상법도 LH 투기 사건을 촉발시킨 한 원인으로 꼽는다. 토지보상법은 공공이 택지개발이나 도시정비 중 민간의 토지소유권을 취득하는 수용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사유재산 침해, 시중 부동자금 급증 등 지금도 수많은 논쟁을 낳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대체토지 교환, 분양권·입주권 제공 등의 대안들이 제시됐지만 현금보상을 대체할 만큼 호응을 얻진 못했다.

투기를 한 집단이 정책의 사각지대를 잘 아는 공무원이라는 점도 대책 마련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신도시를 조성하는 경우 토지 물색에만 최소 1년 정도 소요된다. 현황 조사나 감정평가에 따라 기간이 지연될 수 있으나 지구 지정과 사업 승인 후 통상 5개월 뒤부터 토지 보상이 진행된다. 해당 토지 거래에 제약이 적은 틈새를 파고들려면 미공개 정보를 다루는 공무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신도시 개발에 참여했던 건설사 한 관계자는 “LH 직원들이 보상금을 늘리기 위해 맹지 매입, 희귀수 식재, 쪼개기 구매, 폐기물 적치, 농막·비닐하우스 설치 등 일반인은 잘 모르는 법의 허점을 노려 갖은 꼼수들을 부릴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이 30여년 근무한 간부급 직급이며 토지보상업무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정책 허점 잘 아는 공무집단에 감시망 강화해야

토지보상금은 지금도 과거에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악순환 요인이다. 노무현 정부 때 지급된 보상비는 2003년 약 10조원, 2005년 17조원, 2007년 30조원으로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규모 개발사업, 공시지가 상향 조정 등으로 보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시중의 유동성공급 증대와, 양도세 증액을 통한 세수 확대를 기대한 정부의 의도도 한 몫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국회가 당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신도시 토지보상비를 살펴보니 약 9조원 중 40%가 외지인에게 지급된 걸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조 정도가 집값 폭등 버블세븐 지역(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에 사는 외지인에게 지급됐다. 2006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보상 때도 보상대상자 중 영종도에 사는 주민은 30%도 안됐다. 40%가 서울·경기와 타 시·도 거주자였다. 투기자본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LH 투기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 박효주 간사는 “현행법은 미공개 정보 이용·제공 금지만 규정해 투기 방지와 사건 해결에 제약이 많다”며 “미공개 정보의 취득경로와 거래, 이를 이용한 제3자 처벌도 담은 입법청원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번번이 입법이 좌절된 공직자 재산신고등록 의무화도 다시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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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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