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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투기·범죄 막을 묘수는?] LH 정보독점 권한 축소하고, 처벌 강화해야 

 

자본시장법 벤치마킹 법안에 실효성 논란도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대책협의회 관계자와 주민들이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논란이 커지면서 국회에서 잇따라 ‘LH 투기 방지법’을 내놓고 있다.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사익을 취하면 이익 본 금액의 3~5배까지 벌금을 내도록 하거나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는 등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이다.

문제는 실효성 여부다. 자본시장법을 참고해 지금보다 강력한 처벌 규정을 예고하고 있지만, 투기를 막을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식시장에서도 불공정 거래와 관련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H가 가진 정보 독점과 토지 강제 수용 권한을 축소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법, 불공정거래 엄벌하지만 범죄는 여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3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번 사태가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며 공공주택 사업 투기 행위 근절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50억원 이상의 투기이익을 얻을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보유출 책임자에 중요정보 수신자를 포함하고 정기적으로 정보 누설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이익 금액의 3~5배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취득재산을 몰수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이런 법안이 잇따라 나오는 건 현행법으로 불공정 거래나 투기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기 어렵고, 처벌도 미약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공주택사업자, 국토교통부 등 공공기관에서 종사하는 사람이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그렇다면 처벌 강화를 통해 LH 직원 등 공직자의 투기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의 영향을 받는 주식시장을 참고하면 처벌 강화로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자본시장법은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행위 등 불공정거래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회피한 손실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 할 수 있도록 했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은 몰수하거나 그 가액을 추징한다.

특정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주식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규정도 따로 뒀다.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이나 금융감독원 임직원은 주식 거래 시 증권사 1곳의 계좌 1개로만 거래를 해야 한다. 분기별로 사고판 주식 종목을 감사 부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한 분기를 기준으로 주식 매매를 20번 넘게 할 수 없고 4급 이상 고위급 직원은 아예 개별 종목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대검찰청 임직원도 주식 거래가 제한된다. 강력한 처벌과 사전 통제로 부당하게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방지책을 세운 것이다.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선행매매란 특정 종목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 출고 전 주식을 미리 사뒀다가 리포트 출고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애널리스트 A씨는 2015~2019년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 보고서를 내기 전에 공범을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을 사도록 한 뒤, 보고서 공표 이후 주가가 오르면 되팔게 해 수 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로 인해 애널리스트와 이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작성한 조사분석 자료, 금융투자 회사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훼손됐고 그 결과 자본시장 공정성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게 됐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2017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장모, 처형 등의 계좌로 몰래 주식을 거래한 금감원 직원들이 적발된 사례도 있다. 팀장급 직원 B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장급 C씨 등 4명에게는 벌금 300만∼2500만원이 선고됐다.

LH가 개발 정보 독점하면 ‘영끌 투기’ 계속

이런 사례를 미뤄볼 때 자본시장법과 비슷한 수준으로 부동산 LH 투기 방지법을 강화하더라도 원천적으로 투기 범죄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금지하더라도 일부 직원은 친구나 먼 친척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LH가 점유하는 독점적 개발정보와 강제 토지 수용 권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본지와 통화에서 “신도시 후보지 정보를 계획 과정부터 공개하면 투기 문제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협의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이해가 맞지 않아 계획이 무산될 우려도 있지만 반대로 이 점 때문에 ‘영끌’ 투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심 교수는 지금처럼 LH가 신도시 개발지역을 결정하고 강제로 땅을 수용하면 내부 정보를 알고 있는 LH 직원들은 실패할 수 없는 ‘안전한 투기’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투기나 범죄를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독점 정보 이용이나 무소불위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76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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