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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조 ‘다이아몬드’, 뒷북 질주 성공할까 

 

푸른병 마케팅으로 승부수… ‘제 2의 이형병’ 양산 논란도

또 하나의 뉴트로 콘셉트 소주가 등장했다. 부산을 지역 기반으로 한 주류업체 대선주조가 3월 26일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을 달고 푸른병뉴트로 대열에 합류했다. 신제품이지만 푸른병에 담긴 소주로는 후발주자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열풍 이후 경쟁 소주 업체들은 앞다퉈 푸른병뉴트로 제품을 출시했다. 벌써 2년 전이다.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은 대선주조와 관련 있다기보다 보석 다이아몬드에서 따왔다. 제품 중앙 상단에 ‘대선’을 양각으로 새겨 넣어 브랜드 정통성을 작게 알렸다. 알코올 도수 16.9도. 병뚜껑을 돌려 따는 스크류캡 방식 등 스펙은 기존 제품들과 대부분 흡사하다.

70년대 라벨 재현해 출시한 후 두 번째 뉴트로 도전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푸른병 소주지만 그만큼 지방 소주 업체엔 외형적 변화가 절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주조 입장에서도 두 번째 뉴트로 도전이다.

대선주조는 2017년 1월 1970년대 판매되던 ‘대선소주’를 부활시키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거 대선소주 라벨까지 리뉴얼해 더해지면서 반짝인기를끌었지만, 기존 소주와 같이 초록병에 담겨 있던 탓에 눈에 띄는 새로움까지 더하진 못했다.

업계에선 소주 자체의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대선주조가 뒤늦게라도 막강한 ‘병 마케팅’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로이즈백 판매가 여전히 잘 이뤄지는 것도 다이아몬드의 신제품 출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판매가 예상치에 못 미쳤을 경우다. 푸른병의 경우 병에 담겨 있는 채로 유통이 안 되면 원가부담률이 초록병보다 높다. 게다가 다이아몬드는 출고가도 1019원으로 경쟁사 대비 낮춘 상황이다. 타사 소주 제품의 푸른병 출고가는 1071~1081원 정도다.

그만큼 마진을 포기하고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지만, 역으로 판매가 안 됐을 경우 회사가 입는 손해가 더 크다. 실제 다이아몬드는 새로운 금형에 디자인을 입혀 기존 병보다 원가가 20% 이상 높다. 대선주조는 이 금형비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고 병값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높은 원가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의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방 소주 업체들도 워낙 절박한 상황이라 강수를 두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장에서 첫 번째가 아닌 터라 더는 새로울 것도 없다”며 “이미 진로이즈백이 레트로 시장은 장악한 상태”라고 말했다. 병이 아닌 맛으로 승부수를 걸기에도 익숙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위험이 높다는 것이 주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별도 수거 과정 필요한데다 재사용도 어려워


▎대선주조 본사 전경. / 사진:대선주조 제공
‘제 2의 이형병’ 양산이라는 지적도 있다. 진로이즈백의 푸른병이 등장하면서 이형병 논란이 촉발됐다. 기존 초록 소주병과 달라 별도의 수거 과정이 필요한데다 재사용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 우려와 달리 진로이즈백의 푸른병 회수율이 90%를 넘고, 재사용률 역시 80%를 훌쩍 넘어선다는 결과가 공개되면서 이형병 논란은 현재 잠잠해진 상태다.

일각에선 다이아몬드를 계기로 제2, 제 3의 이형병이 양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진로이즈백 병보다 높이가 더 높고, 살짝 슬림한 형태다. 초록병과 진로이즈백병, 다이아몬드 빈병이 한꺼번에 공장에 입고됐을 경우 초록병과 푸른병, 다시 진로이즈백병과 다이아몬드병으로 일일이 수작업 분류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예 진로이즈백의 푸른병을 ‘제 2의 공용병’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투명병이 계속해서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오는데 어차피 이렇게 여러 회사에서 정식제품으로 출시되는 것이라면 아예 ‘제 2의 이형병’으로 이즈백병을 지정하는 편이 추가 비용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1578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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