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운송업' 등록하면 택시 면허 없이도 운행 가능... 택시업계 "대응 검토 중"
▎현대자동차가 출원한 'MVIBE' 상표권 이미지. / 사진:특허정보넷 키프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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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반려동물이 탑승 가능한 운송업’, 이른바 ‘펫 택시’ 산업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을 선언한 현대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자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에 나서는 것으로 여겨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여러 차례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택시업계의 반발을 피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30일 모빌리티 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엠(M)과 엠바이브(M BIVE)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다. 출원된 상표권은 지정상품으로 ‘반려동물이 탑승 가능한 운송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지정상품은 상표권을 출원할 때 명시한 사업 영역에서 배타적인 상표권을 인정받겠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와 관련해 현대차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영위할지, 언제쯤 해당 사업을 개시할지 확인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측은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모빌리티 산업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펫택시’상표권 등록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라고 본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 연구소 소장은 “현대차그룹은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반(反) 대기업 정서 때문에 그간 직접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기보단 투자 위주로 활동해왔다”며 “현대차그룹이 직접 상표를 출원했다면 직접 서비스에 나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현대차그룹은 지난 2019년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을 선언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다양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공유 차량 서비스 기업인 그랩과 함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카 헤일링(Car hailing·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이동 서비스 제공 사업자를 실시간으로 연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모션랩’을 통해 ‘프리 플로팅(Free-Floating·차고지 제한 없이 차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카 셰어링 서비스)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직접 전개하고 있다.이에 반해 정작 ‘홈 그라운드’인 국내시장에선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각종 규제와 완성차 주 고객층 중 하나인 택시업계의 반발을 우려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현대차그룹이 현재 국내에서 영위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수요 응답형 교통서비스인 ‘셔클(Shucle)’과 ‘아이모드(I-MOD)’ 등이 있다. 두 서비스 모두 기존의 택시 서비스보다는 노선버스를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다.현대차가 이번에 상표권을 출원한 ‘펫택시 사업’은 이전의 모빌리티 사업과 달리 택시 사업과 접점이 많다. 대부분의 차량이 일반 승용차를 통해 운영되며 노선 기반이 아닌, 승객 수요 응답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모빌리티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가 펫택시 사업의 규제 공백을 틈타 해당 사업에 진출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현행법상 여객을 운송하는 경우 ‘여객운수사업법’ 적용을 받는데, 펫택시의 경우 2018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운송업으로 분류된다.동물운송업은 택시면허 없이도 농림식품축산식품부(농식품부) 산하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나 운송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동물뿐 아니라 사람을 같이 태우더라도 이에 대한 별도의 요금을 받지 않는다면 운행에 제약이 없다. 실제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한 국내 1위 펫택시 서비스 ‘펫미업’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만약 현대차가 기존 택시면허를 가진 대상이 아니라 동물운송업 자격자를 대상으로 펫택시 사업을 영위할 경우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펫택시업체 인수에 대해 들은 바 있고, 현대차의 진출 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연합회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