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경덕 서울대 교수팀에 자동차 LCA 표준 마련 위한 연구용역 발주
정부가 자동차의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 체계 마련에 나선다. 평가체계가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의 친환경차 지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일 “민경덕 서울대학교 교수팀에 자동차 부문의 LCA 평가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조만간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LCA는 상품이 생산돼 폐기되기까지 전생애주기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제당국은 LCA 기준 등을 검토하기 시작한 상태다.현재 자동차의 친환경성은 자동차 주행과정에서의 배출량(TtW·Tank to Wheel)에 의해 평가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연비가 높을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배터리전기차(BEV)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0’이다.LCA가 도입되면 이같은 개념이 완전히 뒤바뀐다. TtW 뿐 아니라 연료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WtT·Well to Tank) 온실가스까지 포함해 평가하기 때문이다.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포함되기 때문에 전기차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아니게 된다. 이밖에 공급받는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의 생산,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평가 대상이 된다.LCA 도입은 국내 자동차 생태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당면한 가장 큰 이슈는 ‘HEV의 친환경성’이다. BEV 시대가 다가오며 환경부는 HEV를 대기환경법 상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부는 HEV를 오히려 육성한다는 입장으로 시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근본적인 문제는 LCA 방법론에 있다. 산업부는 최근 낸 보도 해명자료에서 HEV 육성 계획을 밝히며 아이오닉 HEV와 아이오닉 BEV 모델의 LCA 분석 결과 HEV가 BEV보다 더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을 근거로 댔다. 하지만 연구 주체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민 교수가 지난해 5월 한국자동차공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LCA 평가에서도 아이오닉 BEV의 온실가스 배출은 HEV보다 소폭 낮았다.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LCA는 누가 어떤 방법론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 값이 천차만별인 측면이 있다”며 “EU와 일본을 벤치마크해 국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표준적인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올해 안에 연구용역을 마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LCA 평가방법론이 완성되면 이를 기반으로 자동차의 환경 규제 방식이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LCA를 기반으로 한 규제 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표준화한 방법론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