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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손들이 ‘펫택시’ 주목하는 이유] 현대차·우티·카카오 시장 진입 노려… ‘차량 호출’ 모델 테스트베드 

 

성장세지만 시장성에 한계… ‘여객사업법’ 적용 안받아 다양한 실험 가능

▎ 사진:© gettyimagesbank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펫 택시’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며 반려동물의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른 것이란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펫 택시 비즈니스의 시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다. 대규모 업체들이 펫 택시에 주목하는 숨은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서 빡빡한 규제를 피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급부상한 ‘펫 택시’에 뛰어드는 업체들


‘카카오 택시’를 기반으로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국내 1위 펫택시 서비스인 펫미업을 인수했다. 펫미업은 2016년 나투스핀이라는 스타트업이 시작한 반려동물 전용 택시 서비스다. 서비스 출시 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사업이 확장됐다.

펫택시에 관심을 갖는 건 카카오모빌리티뿐만이 아니다.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펫택시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내 최대 완성차 제조사이자, 최근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17일 엠(M) 및 엠바이브(M VIBE)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출원했는데, 해당 상표권의 지정상품은 ‘반려동물이 탑승 가능한 운송업’ 등 펫 택시 서비스를 겨냥하고 있다. 상표권을 출원시 지정하는 지정상품은 해당 사업 영역에서 배타적인 상표권을 인정받겠다는 것을 뜻한다.

업계에선 이번 펫 택시 관련 상표권 등록이 현대차의 인공지능(AI) 전문 사내 독립기업인 ‘에어스 컴퍼니(AIRS COMPANY)’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스 컴퍼니는 네이버 랩스 출신인 김정희 상무가 이끄는 조직으로, 최근 서울 은평 뉴타운과 세종에서 도심형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인 ‘셔클’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현대차 차원의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 측은 해당 상표권과 관련한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4월 1일 출범한 T맵모빌리티와 우버의 합작법인 ‘우티’ 역시 펫택시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중 가장 주목받는 세 플레이어가 ‘펫 택시’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이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국내 반려동물 가구 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1만 가구에 이른다. 전체 가구수 대비 26.4%에 이른다. 2015년 동일조사에서 전체 가구수의 21.8%인 457만 가구가 반려동물 양육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에 따라 연관 산업의 성장세 역시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는 2017년 2조3322억원 규모였던 국내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매출액이 2027년엔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모빌리티 업계 전문가들은 펫 택시 시장의 시장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펫 택시의 시장성이 크다고 볼 수 없어 향후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중요한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등이 펫 택시 비즈니스 진출을 도모하는 것은 모빌리티 사업 전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차원 정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주목받는 모든 플레이어가 펫택시 사업에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우티와 함께 모빌리티 서비스 주요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쏘카 측은 “현재로선 펫 택시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타다 라이트 등의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는 지난해 펫택시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현재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KST모빌리티 관계자는 “직영 택시를 이용해 펫 택시 사업모델을 도입하고 실증에 나섰지만 사업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펫 택시 비즈니스는 당장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과 정비례 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머지않아 수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물보호법으로 운영되는 펫 택시

시장성에 대한 회의감이 큰 상황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대표 기업들이 연이어 ‘펫 택시’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펫 택시 비즈니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행법상 택시 등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을 하려는 경우 여객사업법’에 따른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데, 펫 택시의 경우 여객사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운송업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여객사업법 안에서 서비스를 운영했던 건 KST모빌리티가 유일하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된 펫미업도 ‘동물운송업’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 관계자는 “동물보호복지 온라인 교육을 수료하고 동물운송업을 등록한 드라이버가 운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운송업으로 운영했을 때의 장점은 드라이버가 여객사업법에 비해 간단하게 자격 조건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운송업의 경우 여객사업법상 유상운송 사업자 지위를 갖추지 못하더라도 농림식품축산식품부(농식품부) 산하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자가용을 이용해 프리랜서로 운송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반려동물만을 태우거나, 반려동물을 동반한 운송에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한정돼 있다. 그럼에도 플랫폼 업체로선 현행 여객운수법상 사실상 막혀 있는 ‘라이드 헤일링’ 모델을 제한적으로나마 실증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펫 택시 비즈니스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업이 활성화 될 경우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에 수차례 제동을 걸었던 택시업계가 또다시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려동물 뿐 아니라 보호자(여객)를 함께 운송한다는 점에서 여객운송법의 적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펫 택시와 관련해선 연합회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79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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