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산업계 곳곳서 “반도체 좀 주오”] 반도체 쇼티지 나비효과… 내년까지 이어진다 

 

완성차 업계 줄줄이 감산… 스마트폰·가전도 부메랑

▎제 22회 반도체 대전(SEDEX)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공급 부족(쇼티지)’이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로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다른 산업계로 이어지는 추세다. 완성차 업계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감산에 들어갔고, 반도체 생산업체의 칩 납기가 밀리면서 스마트폰과 가전 등 IT 업계까지 쇼티지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전반에 걸친 반도체 수급불균형이 올해 안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21세기 석유’라 불리는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가져올 나비효과는 크다. 완성품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고, 기업들은 생산원가 인상과 생산 차질로 인한 수익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5G, AI, IoT 등 신기술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 공급 사슬을 구축하려는 국가별 패권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수요예측실패·재해가 가장 큰 원인


반도체 쇼티지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린 수요 예측 실패, 재해로 인한 생산 차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의 생산능력 한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PC와 노트북, 모바일 기기 수요가 증가했다. 온라인 도영상 서비스(OTT)와 클라우드 사업이 성장하면서 서버 수요도 급증했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대신 수익성이 높은 스마트폰, 가전 관련 반도체 수주를 확대했다. 반면 IT보다 시장이 작고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줄였다. 주요 완성차 업계 역시 코로나19로 자동차 수요 급감을 예상하며 반도체 발주를 줄여나갔다.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됐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미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고 스마트폰과 가전용 반도체 계약을 끝마친 상태였다.

중고 반도체 장비업체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차량용 반도체는 AI(인공지능)나 스마트폰용 반도체보다 제조·품질관리가 훨씬 까다롭지만 수익률은 적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운영 중인 생산라인의 품목을 당장 바꾸기 어렵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9% 정도로 규모가 작아, 파운드리 업체가 비용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급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재해로 인해 반도체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공급 차질이 심화됐다. 지난 2월 미국 남부지역에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세계 1·2위 업체인 인피니언과 NXP가 텍사스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NXP는 1개월가량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인피니언은 오는 6월에야 공급을 정상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세계 3위 업체인 일본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이하 르네사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했다. 르네사스는 공장 화재로 3개월 이상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공장이 멈춰서자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직격타를 맞았다. 자동차 한 대에만 반도체 200~300개가 필요하다. 차량용 반도체 빅3가 멈추자 완성차 업계는 밀려드는 주문에도 감산에 들어갔고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예견하고 있다. 단기간 내 생산 확대가 어려운 만큼 반도체 몸값 역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NXP는 지난달 말 제품 가격을 10~20% 인상하겠다고 고객사에 통보한 상태다. TSMC도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단계적으로 30% 인상할 계획이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완성차 가격의 상승도 불가피하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반도체 구매 가격이 일괄적으로 10% 상승하면 생산원가는 약 0.18% 상승하고 완성차·부품업체들 모두 영업이익이 1%대 감소하는 영향을 받는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한 전 세계 자동차 감산 규모는 16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포드자동차가 북미지역 6개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줄인다. 감산 시설에서 생산되는 F-150 픽업, 밴, 포드 익스플로러 SUV, 포드 이스케이프 등 다양한 차종의 생산이 줄면서 수익성 악화 역시 예견된 수순이다. 앞서 포드는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로 올해 매출이 10억~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GM은 차량 생산을 일부 중단한 데 이어 차량의 설계까지 한시적으로 변경했다. 한국GM도 부평 2공장을 다음 달에도 50%만 가동한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엠덴 공장을 비롯해 볼프스부르크 공장 등에서 감산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일주일간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현대차는 4월 7일~14일까지 울산1공장 생산을 중단한다.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차도 4월에 화성공장 근로자들이 특근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줄인다. 기아의 SUV 차종인 쏘렌토와니로, 신형 세단 K8의 생산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 완성체 업체 역시 비상이 걸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도요타와 닛산은 일부 차종의 감산을 검토 중이다.

혼다 측은 “르네사스 공장의 가동 중단이 1개월 이상 이어지면 반도체 재고가 바닥나 4월 이후부터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생산라인 증설도 어려워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쇼티지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도체 납기까지 3개월~6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미 1년 이상 주문이 꽉 찬 생산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납품기간도 지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반도체 부품의 약 75%는 전년 대비 리드 타임(주문 후 조달까지 걸리는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칩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의 공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기존에는 3개월~6개월이던 반도체 장비 납기가 지금은 평균 9개월~12개월까지 늘었다. 설비에 따라 매년 수급은 정해져 있는데, 수요는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고 장비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김정웅 대표는 “수급 정상화는 파운드리 가동상황, 반도체 납기를 보면 알 수 있는데, 현재 칩 납기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났다”며 “수요가 크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대형 바이어들은 반도체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재고까지 늘리고 있어서 올해 안에는 반도체 수급 정상화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생산업체가 당장 시설투자를 단행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차량용 반도체는 공정이 까다로워 최소 5년 이상 기술을 축적해야 해 생산라인을 쉽게 증설할 수 없다”며 “파운드리 업체가 6개월 정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면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은 어느 정도 해결되겠지만, 그동안 밀린 가전과 모바일 반도체 쇼티지는 2~3년까지도 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images/sph164x220.jpg
1579호 (2021.04.0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