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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뉴욕증권거래소 오프닝벨 울릴 수 있을까 

 

이진수 대표 블룸버그 인터뷰 통해 미국 상장 계획 밝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뉴욕 증시 상장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카카오M
“쿠팡의 성공은 우리와 같이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검토 중이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 대표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디지털 콘텐트 전반을 망라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가 178억 달러(약 20조원)를 넘어설 거라고 기대했다.

이진수 대표의 인터뷰는 국내 IT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카카오엔터 측이 “현재 상장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그랬다.

정황상 카카오엔터의 뉴욕 증시 입성의 개연성은 충분하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의 종합 콘텐트 자회사다. 지난 3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합병을 통해 출범했다. 웹툰·웹소설 유통, 음반·음원 유통, 연예 매니지먼트, 콘텐트 제작 및 유통 그리고 소셜커머스까지 아우르고 있다. 카카오엔터와 연결된 자회사와 관계사만 50여 개에 달하는 공룡 콘텐트 기업이다. 증권가에선 카카오엔터의 올해 연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카카오엔터는 현재 북미 지역 최초 웹툰 플랫폼으로 알려진 ‘타파스’의 운영사 타파스미디어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4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도 꾀하는 중이다.

일본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뚜렷하다. 그룹 자회사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는 일본 전체 만화 모바일 앱 매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력한 플랫폼이다.

뉴욕 증시 상장 의향 내비쳐

주력 비즈니스가 내수에만 한정됐던 쿠팡에 100조원이라는 높은 몸값이 매겨졌던 걸 감안하면, 카카오엔터의 국제무대 활약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더구나 최근엔 웹소설·웹툰 기반의 영상 콘텐트가 국내외에서 인기몰이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카카오엔터는 8500여개의 웹툰·웹소설 오리지널 IP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만 보면 ‘기업가치 20조원 이상’을 언급한 이진수 대표의 말도 허황된 얘기는 아닌 셈이다. 만약 카카오엔터가 뉴욕 증시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벨’을 울린다면 신사업이나 해외 진출 등에 필요한 실탄을 넉넉히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카카오엔터의 미국 상장 가능성을 두고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회사를 대표하는 킬러 콘텐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카카오엔터가 운영 중인 카카오TV의 경우 카카오톡 메신저의 압도적인 접근성을 등에 업고 이용자 수를 늘려가곤 있지만, 넷플릭스 ‘킹덤’과 같은 인기 오리지널 콘텐트를 확보하진 못했다. 상장 직후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요소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수익을 담보할 캐시카우가 웹툰·웹소설 뿐이란 점도 문제다. 가령 카카오엔터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수많은 매니지먼트와 제작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했다. 카카오M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59억원으로 2019년 211억원보다 24.6%나 감소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엔터는 수많은 관계회사가 각개전투를 벌이는 상황이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꾀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뉴욕 증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 확실하게 성과를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 상장이 기업가치와 주가의 상승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장중 최고 69달러까지 오르면서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쿠팡 역시 지금은 주당 40달러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1581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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