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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미·중 바이오ETF에 투자하는 이유 

 

종목 분석 능력 없다면, '유망 산업'을 보라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사진:© gettyimagesbank
개인적으로 최근 필자는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적립식으로 매입하고 있다. 일부는 퇴직연금계좌를 통해, 일부는 일반 증권계좌를 통해 사고 있다. 1~2년 단기적으로 투자할 생각은 없다. 짧더라도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보고 있다. 더 여유가 생긴다면, 그 이상 오랜 동안 투자할 생각도 있다.

물론 항간의 지적처럼 금리가 오르면, 바이오와 같은 성장주들은 과거에 보여줬던 강력한 시세 상승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필자가 투자한 ETF에 포함된 기업들 일부가 추후 사라질 수도 있음을 안다. 그런데도 소액으로 꾸준히 사들이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바이오 관련 비즈니스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류는 이 땅에 출현한 이후 그 어느 세대보다 오래 사는 삶을 살고 있다. 만성질환이 있더라도 의료 기기를 통한 관리 방법의 혁신과 세포 치료 그리고 약품의 발전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 것은 의료와 디지털의 만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미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이 의료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바이오는 굴곡이 있겠지만 어느 산업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다. 사실 이 정도 내용은 바이오 산업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종목을 살 것인가, 산업을 살 것인가


바이오 관련 개별 종목이 아니라 ETF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종목 분석 능력을 필자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ETF를 종목의 관점이 아니라 총량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산업이 성장할 것이 분명하지만 종목 분석 능력이 부족할 때, 접근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각 분야의 1등 기업을 매입하는 방법이다. 어떤 분야든지 성장을 할 때는 선형의 직선 모양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직선형 발전은 모델링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현실은 다르다. 우상향 하더라도 그 사이 사이에 굴곡이 있는 비선형적 발전을 보인다. 주가에서는 폭락으로, 비즈니스에서는 불황으로 나타나는데, 이 시기를 투자자들이 인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승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간다. 예를 들어 불황을 거치면서 산업의 과점화가 일어나는 것을 들 수 있다. 약자가 사라져간 시장에서 승자는 더 많은 시장을 가져간다. 불황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더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반면 패자는 이름만 남겨 놓고 사라진다.

이 때 살아남을 가능성은 해당 산업의 1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바뀌기도 하지만 현재 1등이 미래의 1등이 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더 많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또 다른 접근법은 총량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진다면, 그 산업군에 속해 있는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성장산업에 속해 있더라도 개별 종목을 잘못 고르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망한 기업의 몫을 살아남은 다른 기업(그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는 몰라도)이 분명 가져갈 것이다. 종목에 대해 뛰어난 선구안이 있는 투자자라면 이런 기업을 매입하면 매우 빼어난 성과를 거둘 것이다. 문제는 그런 선구안이 있으면 좋으련만 필자처럼 없는 경우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총량의 관점, 다시 말해 전체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어느 기업이 망하더라도 다른 기업이 그 기업의 몫을 가져갈 것이므로 전체 파이가 커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는 손해 볼 일이 없다. 그래도 전체 이익은 커지기 때문이다. 총량의 관점은 전체 이익이 커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월등한 기업을 사서 대박은 못 내더라도 전체 산업이 커지면서 이익도 같이 늘어난다면, 투자자의 몫도 장기적으로는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종목 분석 능력이 결여된 필자가 총량의 관점에서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관련 ETF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자. 이 부분도 거창한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다. 일단 두 나라는 인구가 많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시장도 크다는 얘기다. 한국의 1등 기업이 세계 1등 기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1등 기업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미국에서 1등을 하는 기업이라면 세계 1등을 할 가능성이 우리나라 기업보다는 높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또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산아 제한 운동을 했기 때문에 인구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고령화는 곧 정부와 사회 그리고 가계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므로 정부는 당연히 이 비용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의료보험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중대 질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각종 규제가 있을 수 있지만 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지원할 동기를 정부는 충분히 가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혁신은 확실한 초과 수익을 만들어 내는 가장 강력한 추동력이다.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투자 방법에 있어서 적립식을 선택한 것은 필자가 바이오 산업의 변동성을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신약을 예로 들자면, 하나의 신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 개발은 기본이고 여러 차례의 임상과 관계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설사 이 과정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상업성이 없으면 안 된다. 이 과정에서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변동성을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투자 성패를 가르는 핵심 주제 중 하나이다. 변동성은 이익의 원천이자 손실의 원인이기도 하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변동성을 관리하는 가장 손쉬우면서 강력한 방법은 적립식 투자다. 적립식 투자는 너무 식상하고 간단한 방법이라 때때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소홀히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아직까지 개인투자자들이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립식 투자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투자 고수들은 적립식 투자보다는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활용한다. 그러나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필자에게 그들의 노하우는 능력 밖이다. 그들보다는 덜 벌더라도 본업에 충실하면서 간단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 필자에게는 더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을 시작할 때,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80년대 세계를 주름 잡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몰락했지만 우리는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인텔과 삼성전자가 충분히 일본 기업의 몰락을 상쇄해 주지 않았을까.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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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1호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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