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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영건들 (1) 정성휘 홍두당 대표 

지역 상생 먹거리 개발한 투어푸드 크리에이터 

경쟁이 치열한 국내 외식 시장에서 남다른 도전 정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청년 기업가들이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마케팅, 차별화된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리더들을 조명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획형 로컬 베이커리로 외식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정성휘 홍두당 대표다.

▎지난 8월 대구 남성로 홍두당 본사에서 만난 정성휘 대표.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를 개발해 외식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청년 사업가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홍두당은 대구를 기반으로 한 투어 푸드(tour food) 전문기업이다. 첫 번째 브랜드인 ‘근대골목단팥빵’을 대구의 대표적인 명물빵으로 성장시키며 단숨에 외식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지역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B2B 베이커리 시장 진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마켓컬리와 쿠캣마켓 등 유명 온라인 식품 쇼핑몰과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브랜드 외연을 더욱 확장해가고 있다.

정통 단팥빵 전문 베이커리를 표방하는 근대골목단팥빵은 전국적인 골목투어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구 근대골목에서 이름을 따왔다. 근대골목은 1900년대 초반 일본이 대구역 주변에 신작로를 내면서 형성된 거리를 의미한다. 일제강점기 최대의 번화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근대골목이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듯이 대구를 대표하는 베이커리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지난 7월 리뉴얼을 마친 근대골목단팥빵 플래그십 스토어는 근대골목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맛집이자 ‘빵지순례자(전국의 이름난 빵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정보 사이트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60년 역사의 삼송빵집, 크로켓 전문점 반월당고로케와 함께 대구 3대 유명 빵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595㎡(약 180평) 규모의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은 토털 베이커리를 추구한다. 단팥빵이나 소보로빵 같은 옛날빵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제품을 비롯해 케이크와 파이, 빙수 등 다채로운 디저트 메뉴를 함께 선보인다. 아울러 근대골목단팥빵의 강점인 수제 팥소를 활용한 베이커리 신메뉴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시즌 메뉴로 선보이고 있는 ‘근대골목 애프터눈 티 세트’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애프터눈 티 세트를 한식 디저트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자개로 제작된 고급스러운 전통 다과상에 올려진 에클레르와 앙버터, 타르트 같은 서양 디저트를 다양한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다.

개화기 다방을 연상케 하는 고풍스러우면서도 모던한 인테리어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야외 정원을 비롯한 매장 곳곳에 근대골목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개화기의 아련한 감성을 가득 담아낼 수 있는 포토존을 설치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지난 7월 리뉴얼 오픈한 근대골목단팥빵 플래그십 스토어. 대구 근대골목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맛집이자 빵지순례자들의 성지로 유명하다.
근대골목단팥빵을 기획한 정성휘(36) 홍두당 대표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외식산업경영학을 전공한 청년 사업가다. 지난 8월 대구 남성로 홍두당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스스로를 ‘지역의 색과 맛이 담긴 음식 개발에 전념하는 투어푸드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대학 시절 틈틈이 미국과 캐나다·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외식산업 현장을 돌아보며 국내 음식관광 분야가 해외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고향인 대구를 대표하는 먹거리를 개발해 핵심 관광자원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관광이나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투어푸드는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넘어 관광자원으로서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저는 음식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업가라고 할 수 있어요. 단팥빵이라는 아이템을 대구 근대골목과 결합해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단팥빵을 대구의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기획 의도가 적중한 거죠.”

대구 지역색 녹여낸 명물빵으로 인기몰이


▎근대골목단팥빵 본점 시즌 메뉴인 근대골목 애프터눈 티 세트. 영국의 애프터눈 티 세트를 한식 디저트 스타일로 재해석해 다양한 음료와 함께 서양식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2012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정 대표는 곧바로 외식 창업에 뛰어들었다. 부산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씨앗호떡과 부산어묵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대구 대표 먹거리로 창업하기에 앞서 이미 검증된 지역 명물 먹거리로 먼저 승부를 걸어볼 요량이었다. 부산 남포역 노점상에서 일하며 씨앗호떡 노하우를 익혔고, 마침내 첫 번째 먹거리 브랜드 ‘호오탕탕’을 론칭할 수 있었다.

창업 초기 매장을 10여 개까지 늘리며 순항하는 듯싶었지만, 얼마 안 돼 큰 암초를 만나고 말았다. 당시 메르스 사태로 인해 크게 위축된 소비심리를 초보 사업가가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 대표는 결국 2년여 만에 사업을 접고 고향 대구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투어푸드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정 대표는 “대구에서 부모님 카페 일을 돕던 중에 겨울 메뉴로 개발한 단팥빵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창업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빵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으면서도 빵지순례족들이 생길 정도로 마니아층이 강한 메뉴인지라 이를 활용한 지역 먹거리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단팥방의 가능성을 확인한 정 대표는 오랜 시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 2015년 근대골목단팥빵을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대구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근대골목에서 따왔다. 당시 대구시가 문화관광 사업으로 근대골목을 관광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근대골목단팥빵을 대구의 새로운 명물 음식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시대를 빚고 문화를 굽는다’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전통 방식으로 만든 옛날식 단팥빵과 이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다양한 빵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았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만한 빵집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구 3대 빵집’에 이름을 올리며 단숨에 지역 명물 먹거리이자 빵지순례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정 대표는 “지역의 고유한 역사가 담긴 스토리텔링형 브랜드이자 계절이나 유행을 타지 않는 대중적인 음식이라는 점이 경쟁이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프랜차이즈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적절하게 대비한 것이 브랜드를 지속가능하게 만든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기여하는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


▎근대골목단팥빵과 화가 이인성의 아트 컬래버 패키지. 대구를 대표하는 이인성 화백의 주요 작품을 9월 말부터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빵맛이 훌륭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는 정 대표는 근대골목단팥빵이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역시 ‘건강한 빵맛’을 꼽았다. 실제로 모든 근대골목단팥빵 제품에는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단팥빵에 들어가는 팥소는 매일매일 직접 팥을 끓여 만든다.

“저희 매장의 모든 제품은 제빵사들이 수제로 만들어요. 전부 손으로 만들다 보니 빵 크기가 일정하지 않죠. 제빵사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해요. 세대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죠. 덕분에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근대골목단팥빵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 대표의 다음 목표는 근대골목단팥빵을 지역과 상생하는 먹거리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근대골목 중심가에 신사옥 홍두당빌딩을 준공하고, 7월에는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을 신사옥 1층으로 확장 이전했다. 홍두당빌딩과 함께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을 대전의 성심당 같은 외식관광 1번지로 성장시켜 지역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홍두당은 최근 대구약령시협동조합과 동반성장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하며 지역 상생 발전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홍두당은 대구약령시협동조합의 우수 한약재를 활용한 신메뉴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문화관광상품 발굴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아울러 9월 말에는 ‘화가 이인성 기념사업회’와 함께 ‘대구 대표 화가 이인성 특별전’을 진행한다. 근대골목단팥빵을 문화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첫 번째 문화 프로젝트이자 지역의 스토리가 담긴 수준 높은 문화 콘텐트를 대중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한국의 고갱’이란 평가를 받는 이인성 화백의 주요 작품을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에 전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계절별 순환식으로 진행될 예정인데요.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생을 마감한 지역 대표 화가의 작품 세계를 지역 대표 브랜드와 함께 전국에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죠. 대전의 성심당이나 군산의 이성당 같은 멋진 외식 관광지를 대구의 중심에 만들어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홍두당을 지역 상생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젊고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시켜나갈 계획이에요.”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202110호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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