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받았다면, 그것은 우리 돈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우리 회사에 맡긴 사람들의 ‘신뢰’입니다. 투자자들은 우리가 투자금을 누구보다 더 바람직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모든 신뢰는 쌓는 데 시간이 걸리며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행동으로 증명해야 합니다.”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 당시 마윈 회장이 전한 말이다. 대다수 언론이 ‘상장 첫날 38% 상승’에 주목한 데 반해 주인공인 마윈 회장은 ‘이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신뢰를 얻었다’는 점에 의미를 둔 듯하다.최근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스타트업 사례를 보면 채권자 명단에 100여 개 기업이 있다고 한다. 협력사 대부분이 채무를 변제받지 못한 것으로 보도됐다. 경영 참여 목적으로 투자한 대기업도 최근 투자금을 전액 손상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 대표도 투자금을 회삿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회사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바람직하게 사용했을 것이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 하지만 ‘오죽했으면’이라는 동정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고,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에만 집중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이 동종 업계 사람으로서 너무나 크게 다가온다.2015년, 필자는 ‘셰프가 만든 요리’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B2C 배달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론칭하고, 투자금 25억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시장성 및 수익성 한계로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바로 뒤이어 새로운 콘셉트의 B2B 구독형 사내식당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당시 주위 많은 이가 기존 투자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새롭게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신규 사업이 기존 사업과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기존 투자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듯하다.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투자자들은 사업 아이디어에 투자했다기보다 대표와 구성원의 역량, 비전을 믿고 투자한 것이다. 그 신뢰에 보답하는 길은 재기에 재기를 거듭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업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