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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새 정부와 한·미 정상회담의 과제 

대북정책 ‘부조화’ 경계해야 

박진 (사)한미협회 회장·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진보적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 노선이 한·미동맹 약화시킬 수도... 한·미 간 공통된 전략을 도출하고 역할 분담 모색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라는 숙제에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정치 변화는 물론 한·미 관계와 남북관계의 향후 전개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비핵화와 평화로운 한반도 구현, 당당한 협력 외교, 남북관계 재정립과 북한 변화 등을 제시했다. 관심의 초점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과연 얼마나 계승할 것인가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접근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대의 압박과 개입’ 정책 사이에 마찰과 균열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와 함께 소위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정치 공백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불거지고 있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등 정상 차원에서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소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한·미 간 대북정책의 균열을 막고 ‘코리아 패싱’ 현상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체계 비용 청구 등 껄끄러운 경제·안보 현안 등을 감안할 때 양국 대통령은 직접 만나서 이러한 문제들을 놓고 직접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동맹 강화를 위해 새 대통령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다 큰 차원에서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외교가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워싱턴 우드로 윌슨 센터의 핵전문가 로버트 리트왁은 4월 17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슬로 모션 같은 쿠바 미사일 위기” 같다고 표현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달성을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및 6차 핵실험을 예고하고 있다.

미·중 간의 ‘큰 거래’


▎2007년 한·미 FTA 협상장 밖에 걸린 태극기와 성조기.
지난 4월 6~8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주요현안인 통상 문제, 환율 문제, 사이버해킹, 남중국해 문제보다도 국제적 이목이 집중된 북핵 문제가 중요 어젠다로 다루어졌다. 4월 16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의 안내로 비무장지대(DMZ)를 시찰하고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한·미동맹 차원의 확고한 대응의지를 천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 “북한이 가장 큰 문제”이며 “본인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라고 공언해왔다. 플로리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해주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용인하겠다는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북핵 문제를 놓고, 미중 간에 ‘큰 거래(great deal)’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월 중순 북한산 석탄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국제항공의 베이징-평양노선을 중단시켰다. 이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압박조치로 생각된다.

애당초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선거 캠페인 시절부터 주창했던 미국우선주의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신보호주의에 입각해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대한 최대 무역흑자국인중국과 본격적인 통상마찰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중 정상은 서로 정면충돌을 피하고 불균형무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역 100일 계획’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미국에 대하여 과도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압박전략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단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을 고강도 압박할 경우 중국의 미국에 대한 엄청난 무역흑자와 불공정무역 관행에 대한 징벌적 조치는 자제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는 대신, 한국과 같은 ‘관찰대상국’으로 놔두면서 앞으로 중국의 무역과 통화 관행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정책 변화에 대하여, 미국 언론들은 이는 백악관 내의 ‘권력 게임(power game)’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에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등 친러반중(親露反中) 성향의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득세한 것에 비해,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끼는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허버트 맥매스터 신임국가안보 보좌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등 국제주의, 개입주의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온건파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여 시각을 바꾸어놓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나 시리아 사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군사 개입이 바로 그러한 인식 전환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는 한반도의 북핵문제에도 가시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플로리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 4월 18일자 보도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10분간에 걸쳐 중국과 한국간의 수천 년 동안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했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라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북한을 다루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It‘s not so easy)”라고 언급한 것으로 속기록에 나와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왜곡된 중화주의 역사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잘못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확한 역사인식을 위하여 분명한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쨌든 현재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잠재적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날로 악화되는 북핵 문제의 해법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년간의 비핵화 노력은 성과가 없었고,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은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핵화 없는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는 최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신형 고출력로켓엔진 연소시험, 길주군 풍계리의 제6차 핵실험 준비 징후, 그리고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이 백주에 암살된 사건의 충격 등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이를 방어하기 위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국민과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 차질 없는 신속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월 7일에는 사드 발사대가 오산공군기지에 첫 도착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남한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 북부지방 절반이 사드 탐지 반응에 커버된다는 반대논리로 한국상품 불매운동, 한국 단체관광 금지, 무역 제한 조치, 한류 공연 금지 등 포괄적인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드 보복’의 여파로 한·중 간 항공노선은 급감했고,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지난해 3월 대비 52.5%가 감소했다.

트럼프, ‘최고의 압박과 개입’ 정책


▎지난 3월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군 수송기에서 사드 장비가 내려지고 있다. / 사진제공·주한미군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반대와 경제·문화적 보복조치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우호협력관계에 상처를 줄뿐이다. 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미동맹의 결속과 긴밀한 대북공조 그리고 중국에 대한 끈질긴 설득이다. 한국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한반도 상황 파악과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했고, 이어 행정부 제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서울을 찾았다.

펜스 부통령은 4월 7일 서울에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동한 후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한국에 경제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이러한 방어조치를 필요하게 만드는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중국은 엉뚱하게 남한을 보복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북한을 압박하라는 노골적인 주문이다.

4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의 개인 리조트 마라라고(Mar-a-Lago)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찬을 끝내기 직전, 미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한 수십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통해 시리아 폭격을 전격 단행했다. 이것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만행에 대한 응징인 동시에,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간접 경고인 셈이다. 즉,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발벗고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기꺼이 독자적인 행동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지난 4월 13일에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동굴지대에 있는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를 초강력 정밀유도 ‘모압(GBU-43)’폭탄 투하로 초토화시키는 타격을 가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북한 공습에 대한 사전 연습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4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도) 시리아 공습에서 보여줬듯이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단호한 행동(decisive action)을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 직전의 긴장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후 지난 2개월여의 검토를 거쳐 북한에 대해 ‘최고의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정책을 결정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4월 15일 ‘태양절’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라는 듯이 공개했다.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도발을 걸어 온다면, 즉시 섬멸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4월 17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 언제라도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상황을 자초했고, 세계 평화와 국제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부르고 있다”라고 반박하며 핵전쟁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미국의 어떠한 종류의 미사일이나 핵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협박적인 발언도 했다. 또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5월 14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전격 감행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간 전략공조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반발과 최악의 경우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 등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에 대한 송유관 차단 등 대북압박을 위한 비장의 카드를 쓸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애매한 태도에 실망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도움 없이 북한에 대한 초강경 제재와 가능한 군사옵션 등 일방적 조치를 취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을 선출한 대한민국은 과연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핵 해결을 위한 미·중 공조는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며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커다란 압박요인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중국은 2월 19일부터 북한산 석탄 수입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중국과 북한 사이의 국적기 운항을 멈췄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북한이 만일 핵실험에 나설 경우 중국은 북한에 석유 공급을 중단하고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소외되고 국익이 훼손되는 경우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왼쪽 둘째)이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 둘째)과 미국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대단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북한에 대한 임시적인 송유관 차단을 할 수 있어도 북한 정권의 궁극적인 붕괴는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전략적 완충지대이고, 만약 북한이 붕괴할 경우 수십·수백만의 대량 탈북 난민들이 국경선을 넘어 중국 동북3성으로 밀려온다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역할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은 불가피하게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과 개인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독자적인 대북제재 강화와 함께 가능한 군사옵션을 정밀 검토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즉각적인 공격보다는 군사적 압박,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 중국 활용이라는 세 가지 방침에 입각한 대북 문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 9일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민생경제, 국민통합, 안보위기 등 국내외의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가야 할 입장에 있다.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 양국 정부 간 긴밀한 의사 소통과 대북공조 추진, 그리고 중국과의 전략적 대화가 중요할 것이다. 북핵 문제의 직접 피해당사자인 한국이 자칫 미·중 간 편의적인 ‘전략적 거래’에 의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한국이 소외되고 국익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에 신속하게 특사를 파견하는 동시에 북한을 설득해서 추가 도발을 막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문 대통령 당선에 대하여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축하성명을 통하여 환영하면서 “미국은 문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양국간에 지속되어온 우호와 파트너십을 심화시켜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5월 1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미동맹 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관계’(not just good ally but great ally)”라고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의 조기 미국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따라서 한·미 두 정상은 7월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이전이라도 이르면 6월 중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 간 첫인사를 나눈 다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현안 문제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첫째는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을 현 상태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대로 재검토 또는 폐기할 것인지에 대하여 해법을 찾는 것이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0일 문 대통령과의 취임 첫 통화에서 북핵 문제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먼저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가 양국 경제에 서로 도움이 되는 윈-윈 협정이라는 점과 미국의 무역증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협정이며,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대미투자를 통하여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확대해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복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드 비용 양국 절충점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오전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국군통수권자 자격으로 합참의장과 통화하고 있다. / 사진제공·청와대
아울러 한국 내 법률서비스 시장과 의약품 시장의 개방, 공정거래 관련 규제 완화와 지적 재산권의 엄격한 준수 등을 통하여, 한·미 FTA의 성급한 재협상보다는 협정의 충실한 이행이 양국의 국익에 실질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사드배치와 내용에 관한 문제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사드배치 문제는 새 정부에서 다뤄야 하며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내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오히려 10억 달러에 달하는 사드 비용을 한국측이 부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비쳤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한 현실적인 차원에서 사드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미 배치 완료된 사드체계를 원점으로 되돌려 한·미 간 균열을 초래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사드배치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한·미 연합방위력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조율해야 할 것이다. 사드 비용은 원칙적으로 미국 측 부담의 입장을 유지하되 향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통해 양국이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 북한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초강경 자세를 취하면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추진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물론 최악의 경우 선제타격 등 군사적인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포용적 시각에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할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미 간 입장 차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양국 간에 ‘잠재적 균열’(<워싱턴 포스트>), ‘마찰’(<월스트리트 저널>), ‘긴장’(<파이낸셜타임즈>) 등의 표현을 쓰면서 우려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5월 11일 <뉴욕타임스> 사설에서 지적한 대로 한·미 양국은 마찰을 빚을 시간이 없다. 한·미 간 대북정책을 놓고 강온 대립에 의한 부조화(mismatch)를 노출시키는 것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북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뿐이다. 문 대통령은 다가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압박과 개입을 포함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의 공통된 전략을 도출하고, 이를 위한 역할분담을 통해 보완적 파트너십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역사적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확고히 지켜온 뿌리 깊은 나라임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한일관계에 있어서 위안부 문제로 인해 상처받은 한국 국민들의 마음이 치유되기 전에는 한일관계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북한이 5월 14일 비행거리 5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것은 미국 알래스카를 사정권에 둔 노골적인 위협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이 ‘화성-12’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라고 밝혔으나, 성능으로 볼 때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근접한다는 전문가 분석이다. 이로써 한·미 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대북압박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표면상 흐름과는 별도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사이에 물밑에서 삼각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징후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5월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젯밤 11시에 중국과 놀라운 합의(incredible deal)를 이뤄냈다”라고 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서둘러 합의문을 발표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11시(the eleventh hour)”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판 기회 또는 최후 순간을 의미한다. 이것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중대사안이라면 미국이 중국을 통해 북한과의 합의 하에 모종의 돌파구를 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과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 부담으로 돌리려 한다.
5월 9일 일본의 교도통신은 미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포기 조건으로 미국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제안을 중국에 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홍콩의 월간지 <쟁명(爭鳴)> 5월호 기사에서도 중국과 북한이 지난해 8월부터 비밀협상을 진행해 왔고, 미국·일본·러시아·한국이 북한에 대한 대규모 무상원조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철회 및 북·미평화협정 대가로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하고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북핵 문제 해결은 한·미 정상회담 이전이라도 중대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신속한 대미 특사 파견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진의를 파악하고 모든 가능성에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자칫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한·미 공조체제를 물 샐 틈 없이 다져야 할 것이다.

- 박진 (사)한미협회 회장·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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