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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취재] ‘문재인 정부’ 조직개편은 어디까지? 

“뛰어가면서 신발끈 고칠 수밖에 없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내년 개헌 염두에 두고 국정원 등 ‘상징적인’ 것들만 손질…정책실장 부활, 국가안보실 강화 등 靑은 참여정부 체제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70년 동안 61차례의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졌다. 평균 1년2개월꼴로 정부조직이 바뀐 셈이다. 특히 1987년 5년 단임(單任) 대통령제 개헌 이후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조직개편이 관례화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부조직개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특히 당장 큰 틀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개헌 찬반 국민투표,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 등이 맞물리는 내년 하반기에는 다소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총리와 비서실장 등 인사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가 당장 조직개편을 할 수 있을까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찬반 국민투표도 실시되는데, 개헌이 이뤄지고 나면 다시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합니다. 지금 조직을 개편해봐야 1년짜리 아니겠어요?”

문재인 대선 캠프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인사는 손사래부터 쳤다. 개헌 전 정부조직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일단 출발부터 하고, 뛰어가면서 나중에 신발끈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임 실장은 5월 11일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1년 뒤 개헌을 염두에 두고 정부조직개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행은 언론을 통해 “임 실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내년 개헌 때 같이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임 실장의 말처럼 청와대는 정부조직개편의 폭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정부를 이끌어가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의 궐위(闕位)로 인해 조기 대선이 치러졌던 만큼,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릴 수 없었다. 국정운영의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부조직을 심하게 바꿔 부처를 없애고 새 부처를 만드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2018년이 적기(適期) 될 듯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조국 서울대 교수. 학자 출신인 조 교수가 검찰개혁의 중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사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는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정부조직개편안(案)들이 쏟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안이 나왔다. 새 정부 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원들 간 물밑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문 후보로 대선후보가 확정된 뒤로는 당내의 정부 조직개편 논의는 사그라졌다.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부처를 마구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후보의 ‘메시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문재인 정부는 ‘워밍업’ 시간이 전혀 없었다. 대통령 당선과 함께 곧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두 달가량의 인수위 기간이 없는 만큼 정제되지 않은 정책이나 인선(人選)은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후보의 득표율이 41.1%였다. 바꿔 말하면 반대표가 60%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조직개편은 드는 품에 비해 얻게 되는 실익이 적다. 새 정부는 여소야대 토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야당들과 협치가 중요하다. 장관 인사청문회나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가 쉽지만은 않다.

정부조직개편론(論)과 관가(官家)는 시소의 반대편과도 같다. 개편론에 무게가 실릴수록 관가는 힘이 빠진다. 과반 의석에 30석이나 모자란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관가의 동요가 달가울 리 없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2018년이 정부조직개편의 적기(適期)가 될 수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 변경과 개헌이 이뤄지는 시점에 맞춰 정부조직을 개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권 후 1년이 지나면서 출범 초기에 비해 정치적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국회는 2년마다 상임위 구성을 바꾼다. 상임위는 정부조직을 소관(所管)기관으로 두고 각종 정책과 법안을 심의한다. 정부조직이 개편되면 국회 상임위 구성도 변한다. 특정 부처가 해체된다면 해당 상임위도 없어진다.

민주당 측은 정부조직개편 시기와 국회 상임위 구성 변경 시기를 맞추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은 의원들의 합의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시행될 수 있다. 국회 상임위 구성 변경협상과 정부조직개편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면 국회 통과가 쉬울 수 있다.

국회 상임위 구성협상에서는 어느 당이 위원장을 차지할 것인지, 여야 의원들의 비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논의된다. 정치적 거래가 오갈 수밖에 없다.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집권여당은 상임위 구성협상안을 매개로 정부조직개편안의 처리에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외교통상부 복원, 공수처 신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오른쪽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 사진제공·청와대사진기자단
그렇다고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조직을 전혀 개편하지 않고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정부조직개편의 큰 밑그림은 후보의 공약집에 담겨 있다. 4월 20일 발표된 민주당의대선 공약집을 보면 ▷국가청렴위원회 신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정원은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 설립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해체 ▷중소기업벤처부 설립 ▷시·도지사 자치국무회의제도 도입 ▷소방청·해양경찰청 독립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와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로 병합 등이 눈에 띈다.

공약집과 별개로 문 대통령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외교통상부의 ‘통상’ 업무가 분리돼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통상외교 부문이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시 현 외교부로 옮겨와 외교통상부가 복원(復原)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선 캠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 통상 이슈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도 외교통상부로 환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 중소기업청이 확대돼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된다.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관련 기능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해 정책 수립과 제도 마련을 담당하게 한다.

권력·수사기관의 경우 재편이 불가피하다.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를 차단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고위공직자의 비리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도록 한다. 공수처 신설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도 내건 공약이다. 공수처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그동안 대선 때마다 신설 필요성이 제기됐던 기구다.

경찰의 경우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해 지역주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국가경찰은 전국적 치안수요에 대응하도록 할 예정이다.

정치사찰 논란이 잦았던 국가정보원은 국내정보 수집업무를 폐지하고, 대북·해외·안보·테러·국제범죄정보를 전담하는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정원의 수사 기능은 폐지하고, 대공 수사권은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이관할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됐던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은 독립된다. 또 대통령이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강화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 등 여러 가지 기능이 결합된 거대 부처의 개편작업은 2단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의 경우 의원들마다 주장은 다르지만, 거대 부처를 기능별로 분리해 소규모 부처로 가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새 정부 출범 초 즉각 폐지나 분리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기획재정부 개편 문제는 다소 유동적이다. 기획재정부를 쪼개 기획예산처는 예산·국고·재정기획·공공정책·미래정책 등 예산 및 중장기계획을, 재정경제부는 세제·경제정책·정책조정 등 정책기획 기능과 국제·국내금융정책을 관장하는 ‘분리안’의 시행 시기가 정해져야 한다. 기재부를 나눈다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도 영향이 미친다. 국내 금융정책을 재정경제부로 이관(移管)하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 정책을 관장하게 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을 두고 찬반 양론이 나뉘면 안 된다. 새 정부가 연착륙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상징적인 것들 외에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귀띔했다.

부처개편 성공여부, 여당 원내대표 정치력도 주목


▎5월 16일 소속 의원들의 투표에 의해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우원식 원내대표.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해 정치지형 변화,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5월 16일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계의 우원식 3선 의원이 115표 중 61표를 얻어 54표에 그친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홍영표 3선 의원을 누르고 원내사령탑에 앉았다.

2016년 20대 국회 제1기 원내대표직에 도전했다 고배를 들었던 우 의원은 재수 끝에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말씀하신 민생과 적폐해소, 탕평인사로 통합과 개혁의 길을 열어가는 데 원내대표로서 온몸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원내대표선거는 친문 대 비문 일대일 구도로 치러졌는데, 유연한 리더십의 우 의원에게 좀 더 많은 표가 몰린 것 같다”며 “앞으로 정부조직개편 등과 관련해 우 원내대표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은 청와대발(發)로 나온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5월 15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새 정부에서 정무장관직 신설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정무장관이 소통과 조율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이 나오더라도 실질적인 협상과 법안 통과는 국회에서 이뤄진다. 야당 지도부의 협조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당 원내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일 처리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가부(可否)가 결정될 수도 있다.

더구나 이번 대선 과정에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논의가 패키지(package)로 묶여 있었다. 개헌이 이뤄진다면 감사원을 비롯해 헌법과 연관되는 기관은 위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년 6월 이전에 이들 기관을 포함한 정부 조직의 대폭 개편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재인 대선 캠프 관계자는 “촛불혁명으로 대선이 앞당겨졌고, 결국 정권도 교체됐다. 그런데 막상 새 정부 출범 후 1~2년 동안 별로 바뀐 게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새 정부의 조직개편 성공 여부는 여당 원내대표의 리더십과 정치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비교해 실장(장관급) 한 자리가 늘었다. 차관급인 수석은 두 자리가 줄었지만 차관급 보좌관 두 자리가 신설됐다. 비서실 정원은 443명으로 같다.

청와대가 5월 11일 발표한 비서실 개편방안의 핵심은 노무현 정부 때의 장관급 정책실장을 부활시켜 정책을 총괄하게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비서실장이 정책과 정무분야를 총괄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비서실장이 정무, 정책실장이 정책을 맡는다.

정책실장은 외교·안보를 제외한 경제·사회·교육 등 국가정책 전반과 관련해 대통령을 보필한다. 정책실장 산하에는 3수석 외에 경제보좌관·과학기술보좌관 등 차관급 보좌관 2명을 둔다.

경제보좌관은 경제운용에 관한 기획 등을 담당하고, 과학기술보좌관은 4차 산업혁명 등 과학·산업 변화에 대응하도록 했다. 청와대 정책실이 ‘3수석 2보좌관’ 체제로 꾸려진 것은 노무현 정부 때와 같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도 3수석(경제정책·사회정책·혁신관리)에 경제보좌관과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 2보좌관 체제였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정책실을 복원해 국가 정책 어젠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무는 비서실장, 정책은 정책실장으로 ‘권한’ 분산


비서실장 직속으로 정무수석 등 5수석을 두고 정무와 인사분야 등을 총괄하도록 했다. 기존의 홍보수석은 국민소통수석으로 ‘명찰’을 바꿔 달았다. 수석비서관 직제도 기존 개별 정부 부처와 일대일 대응체계가 아니라 ‘일자리’ ‘자치분권’ ‘균형발전’ ‘주택도시’ 등 정책 중심으로 재편했다. 또 국정상황실을 설치해 전반적인 국정상황 점검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설된 비서실장 직속 사회혁신수석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사회개혁과 통합 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회혁신수석은 사회 곳곳의 제도적 병폐를 개선하는 데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정수석 산하에 반(反)부패비서관이 신설된 것도 주목된다. 반 부패비서관은 각종 비리 등에 대한 사정(司正)기능을 담당할 예정이다. 또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던 문화체육관광부를 담당했던 교육문화수석을 폐지하고 사회수석 산하 교육문화비서관이 맡도록 했다.

일자리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순위인 일자리 창출을 담당한다. 비서관 가운데 서민 주거복지와 체계적 도시 재생을 지원할 주택도시비서관, 국정현안으로 등장한 통상 이슈를 전담할 통상비서관, 사회적경제·기업 육성 등을 담당하는 사회적경제비서관 등을 신설했다.

국가안보실을 강화한 것도 눈길을 끈다.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이 담당하던 외교·국방·통일 정책보좌 기능을 국가안보실로 옮겼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국가안보실로 일원화했다. 이에 따라 안보실장이 남북관계·외교 현안 및 국방전략 등 포괄적 안보 이슈를 통합관리하게 됐다. 이를 위해 외교안보수석은 폐지하고, 그 기능을 안보실 2차장 산하로 이관했다. 1차장 산하에 국방개혁비서관·평화군비통제 비서관 등을 신설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안보실은 기존 ‘1차장 5비서관’ 체제에서 ‘2차장 8비서관’으로 커졌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다양한 국정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특정 과제 수행을 전담하는 특별보좌관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당일이었던 5월 10일 ‘제1호’ 업무지시를 한 일자리위원회의 책임자가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겸하게 된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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