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적극 추앙하던 민주당은 자가당착의 함정에서 허우적가족이 공수처 수사대상이 되는 순간 대선에 나설 수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8월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대검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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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대선으로 이끈 것은 분노(憤怒)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정치에 아예 뛰어들지 않았을지 모른다. 누구보다 ‘친구 노무현’이 말렸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검찰 내 적폐세력을 처단할 칼잡이로 윤석열을 선택했다.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2019년 6월 17일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윤석열 후보자는 검찰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 특히 지검장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윤 후보자가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 과제를 훌륭히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그 칼잡이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의 눈에는 구(舊)적폐도 적폐였고 신(新)적폐도 적폐였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 측근의 비리도 용서하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결국 기소했고,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전·현직 청와대 참모진 여럿을 기소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다. 모두 최근 윤석열 몰아내기의 전면에 나선 이들이기도 하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6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나중에 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윤 총장 사퇴론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9년 10월 초다. 2019년 10월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기 직전이다. 통합당이 조 장관 사퇴 압박을 가하는 속에 민주당 내에서는 오히려 윤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어떤 논리였을까?2019년 10월 30일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윤 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 사퇴하겠다’고 했다는데 들으신 바가 있느냐고 물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인사권에 검찰총장이 명백히 도전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입장문까지 내 “윤 총장이 조 장관을 임명할 경우 사표를 내겠다고 한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리해보면, 윤 총장이 독대 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겁박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내에서 들끓었지만, 더 확산하지는 않았다.
윤석열은 대통령의 당부를 잘 이행하는 중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8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해찬 당대표. / 사진: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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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사퇴론이 다시 불거진 시기는 올 6월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진정을 놓고 갈등을 빚을 때다. 2020년 6월 19일 한 방송에 출연한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 사태를 그냥 두고 보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윤석열이라고 하면 벌써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겠는가”라고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설훈 의원은 최고위원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사퇴를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19년 10월과 2020년 6월 사이에는 총선이 있었다. 그 결과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까지 꿰찼다. 당연히 사퇴 압박의 강도는 더 세졌다고 봐야 한다.설훈 최고위원이 윤 총장 사퇴 주장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올 8월 3일이다. 이번에는 아예 최고위원회 공식회의 석상에서 “윤 총장이 지난 3일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독재’와 ‘진짜 민주주의’ 발언을 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 전체주의’란 주장으로 해석된다”면서 “이제 윤 총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번 윤석열 몰아내기 ‘시즌3’에는 참가자가 더 늘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장이 대선후보 선언문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대선 출마 선언문을 쓰려면 옷을 벗고 해야지, 그 자리에서 하면 안 되는 것이다”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윤석열의 반정부 투쟁 선언인가’라는 글에서 “윤 총장이 검찰개혁 반대를 넘어 사실상 반정부 투쟁 선언을 했다”고 규정짓기도 했다.윤석열 몰아내기가 이미 시즌3를 맞고 있지만, 아직 결정타를 날리진 못한 민주당이다. 윤 총장은 추미애 장관이 최근 검찰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중이다. 그사이, 말도 극도로 아껴왔다. 최근 논란이 된 신임검사 신고식 때 ‘당부의 말씀’이 전부다. 신동근 의원이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고 규정했고,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이 분개한 문제의 발언 내용은 이렇다.“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합니다.”일견 원론적인 표현이지만, 이 발언을 문제 삼는 이들은 여기에서 말하는 ‘독재’와 ‘전체주의’가 곧 문재인 정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언급한 것도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는 듯하다.하지만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윤석열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할 당시 고민정 대변인이 설명한 지명 배경 그대로의 논리를 말했을 뿐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높이 사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이것을 항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임명 당시 ‘민주검찰이 되어주세요’라고 말했고, 검찰총장이 초임 검사들에게 똑같이 ‘민주검찰이 되어주세요’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당부를 잘 이행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같은 표현을 정반대로 해석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는 뜻인가? 도대체 누가 말 바꾸기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민주당 일부 최고위원과 의원이 윤 총장 몰아내기에 열중인 가운데, 차기 대권주자로서 윤 총장의 존재감은 훌쩍 커졌다. 조짐은 이미 올해 초부터 있었다. [세계일보]가 ‘리서 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10.8%의 지지율로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1위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로 32.2%, 3위는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로 10.1%였다. (해당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1대1 전화면접조사(CATI)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0.1%이며 표본오차는 ±3.1%p, 신뢰수준은 9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20%로 단연 1위
▎2016년 12월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비위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이 특검사무실 앞에서 현판식을 가졌다. 왼쪽 둘째가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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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몰아내기 시즌3가 한창 진행 중인 속에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7월 27∼31일 전국 성인 25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석열 총장은 전월보다 3.7%p 상승한 13.8%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이 8월 11일부터 사흘간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에서도 윤 총장은 이재명, 이낙연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보수의 메카인 대구·경북에서는 윤 총장이 20%의 지지를 얻어 이재명(15%), 이낙연(7%)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이번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의 윤석열 몰아내기가 시즌을 더할수록 차기 대권주자로서 지지율만 상승세를 타는 중인 것이다.이처럼 지지율이 오른다고 해서 윤 총장의 마음이 편할 리는 만무하다. 거듭되는 거대 집권 여당의 사퇴 압박은 두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들이 가진 권력의 크기는 역대급이다. 당연히 박근혜 정부 시절에 느꼈을 압박감을 능가할 것이다. 뜬금없이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 또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외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반감도 커지는 것이 인간이다. 윤 총장 역시 두려움이 분노로 변하는 심리적 변화를 거치고 있을 것이다. 이 분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이 모든 과정을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이것을 ‘운명’이라 불렀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에게도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윤석열은 어떤 선택을 할까? 문재인 대통령처럼 운명으로 받아들여 대선에 출마할까? 아니면 전설적 검찰총장으로 남을까? 최근 발언으로 그가 이미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공수처를 설치하면 윤석열을 1호 수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윤 총장의 마음도 격변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이 대선에 나오면 여권이 쉽게 이긴다?
▎2019년 7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후 열린 환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적용을 강조했다. /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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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계기, 그 변곡점은 가족이 공수처 수사대상이 되는 순간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분노가 폭발하는 지점이다. 이것을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중이라면, 우리는 다른 가설도 함께 검토해봐야 한다. 뭘까? 첫째, 윤 총장이 대선에 쉽게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둘째, 설령 나오더라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첫째 가설과 관련해 주목해봐야 할 것은 2019년 7월 8일 윤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발언이다. 윤 총장은 당시 2015년 말과 2016년 1~2월 무렵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만났고 출마하라는 간곡한 부탁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자신은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인사청문회 직후 양정철 전 원장 측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자가 양 원장의 출마 권유를 단칼에 거절했다. 거절하는 과정이 멋있어서 양 원장이 매료됐고 더욱 호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새누리당의 윤 총장 영입 시도에 관해서도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윤 총장은 한번 그런 제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쪽에서 출마 제의를 받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것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윤 총장은 기본적으로 ‘정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양정철 전 원장이 이것을 잘 안다면, 그래서 절대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최근 난타의 배경도 설명이 된다.둘째 가설과 관련해 주목해봐야 할 것은 윤 총장의 정무적 감각이다. 윤 총장은 스스로 정무적 감각이 없다고 실토하기도 했지만, 최근 추미애 장관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도 그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났다면 당장은 눈치껏 추 장관과 코드를 맞추는 행보를 했을 법하다. 또는 여당 의원들과 추 장관 사이에서 ‘이간지계(離間之計)’라도 동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하지 못했다. 최근 사퇴론의 근거가 된 발언도 따지고 보면 정무적 감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것은 통합당이 윤 총장을 대권 주자로 영입하려고 할 때도 변수가 될 것이다. 적어도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고수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영입 결정을 할 때는 그러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상대를 다룰 줄 안다. 안철수 대표도 ‘MB아바타 프레임’에 당했다. 뒤집어 말하면, 민주당에게는 그만큼 간단한 상대였다는 뜻이다. 프레임을 살짝만 걸어도 스스로 넘어질 정도로 약체라 본 것이다. 그래서 윤 총장을 통합당의 대권주자로 만드는 편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지 모른다. 이런 인물이 대권주자로 나온다면, 한마디로 ‘요리’하기가 쉽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한껏 띄워준 다음, 악재 하나로 단번에 날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가동에 들어간 프레임도 없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잘나갔다는 프레임이다. MB아바타 프레임 시즌2다. 안철수 대표에게 써먹어 효과를 본 프레임이기도 하다.
“김종인의 윤 총장에 관한 관심이 딱 그 정도 수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월 열린 당 미래산업일자리특위 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직에 있는 윤 총장을 대권 주자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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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열 총장 본인이다. 2019년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발언 때문이다.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비교하면 어느 정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더 보장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윤 총장은 이렇게 답했다. “제 경험으로만 말하면, 이명박 정부 때 대검 중수부 과장, 특수부 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다. 당시 대통령 측근과 형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다. 상당히 쿨(cool)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 이 발언에 대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여전히 (검찰) 특수부장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부당한 권력에 참혹하게 인권이 침해당하는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무신경, 황당한 역사인식, 그런 것이 응집되어 있는 모습을 봅니다. 섬찟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저렇게 엄청난 권력이 주어졌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윤석열은 MB맨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졌다. 언제건 소환이 가능한 상태로 말이다.또 다른 프레임은 검찰적폐, 정치검찰론이다. 윤 총장도 알고 보니 우병우와 같은 정치검찰이었다는 프레임이다. 정치검찰 프레임은 본래 통합당이 윤 총장에게 씌우려고 했었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통합당은 이 점에 집중했다. 법사위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양정철 전 원장과의 회동을 지적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이렇게 언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에 임하면서 가장 우려한 게 정치검찰화였다. 2015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회동에서 정계 입문을 제안받았다는 점, 그 이후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되었다는 점, 올해 4월에 양정철 원장과 회동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민주당이 그 프레임을 윤 총장에게 씌우려 애쓰는 중이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8월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저런 정치검찰에 대해선 확실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보수 진영에서는 윤 총장이 혹시 ‘어당팔(어수룩해 보이지만 당수가 8단)’이 아닐까 기대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윤 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지지하는 이들 중 상당수도 그런 희망을 품은 듯하다. 그래서 최근 논란이 된 발언도 잘 설계된 것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만약에 그렇다면, 위 분석은 완전히 무의미해진다. 윤 총장의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탁월한’ 경지에 올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통합당이 최근 윤석열 지키기에 열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고 본다. 윤 총장을 궁극적으로 자당의 대권주자로 내세울 생각이 없으면서도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는 현실에서 당분간 위기국면을 타개해나가는 카드로 활용하는 것 말이다. 김종인 위원장의 태도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7월 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현재로서는 직책을 갖고 있어서 대권주자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을 그만둔 다음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 통합당에 대권주자가 안 보이니 윤 총장 지지도가 올라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하지 않느냐?” 김 위원장은 7월 14일 관훈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언급을 했다. “실질적으로 대권에 대한 야망을 가졌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윤 총장이 현직에서 물러나 자신이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는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 아직은 유보적인 것이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필자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윤 총장에 관한 관심이 딱 그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영입 의지는 없다는 뜻이다.
국민의 열성적 지지라면 대선 승리 가능하다는데…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초기 ‘70년대에 출생한 사람 중 경제 전문가’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새 정강·정책 첫머리에 ‘기본소득’을 포함시켰다. 김 위원장의 큰 그림은 여전히 ‘경제민주화’의 실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도 윤 총장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총선 불출마 이후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김무성 전 대표도 7월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좌파 정권하에 임명직 검찰총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는 사고의 유연성, 사고의 민주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검찰이라는 건 센 권력이다. 평생 그 자리에서 소신으로 인기를 얻었는데 정치인으로 변신이 가능할까? 변신이 되면 그것도 가능한 이야기다. 이 사회에 영웅이 탄생하면 좋겠다.”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의미다.윤석열은 태풍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미풍에 불과하다. 통합당 지지율에도 개인 지지율이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유는 아직 검증이 덜 된 까닭이다. 국정운영 능력도 검증받아야 하고 도덕적 검증도 받아야 한다. 통합당과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통합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 윤 총장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당시 이렇게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국민이 우롱당한 거짓말 잔치였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커녕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것에 책임져야 한다. 후보직에서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 국장의 친형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뇌물사건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그렇다고 신당을 창당하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다. 누군가 윤 총장을 모시고 신당을 창당한다 하더라도 양당 구도하에서 살아남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 윤 총장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석동현 변호사에게 대권주자로서 윤 총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결했다. “충분하다!” 충분하다는 말은 ‘차고 넘친다’는 의미로도, ‘기본은 갖췄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정치 경험 부족을 지적하자 석 변호사는 그런 부분은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범야권의 몇몇 후보를 거론하며 “그 사람들이 정치는 오래 했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선택 아니겠느냐”며 “지금도 잘 버티고 있고, 그럴수록 지지율도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면서 “아이젠하워 대통령 같은 사람도 있다”고 강조했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총사령관으로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군인 출신이었지만, 전 국민의 열성적인 지지에 힘입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석 변호사는 윤 총장 역시 정치 경험은 없지만, 국민적 지지만 받쳐준다면 당선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석 변호사의 내심은 ‘차고 넘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추정해본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처음에는 미풍이었지만 점차 태풍으로 발전한 경우다. 정무적 감각이 출중한 것도, 정치 경험이 풍부한 편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이다. ‘분노’에 정교한 ‘정치공학’이 더해지면, 윤 총장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